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 THE RECORD Sep 10. 2020

'미교독다움'이 만들어지기까지

미래를 만드는 교육 읽기(미교독)의 운영 철학과 방법

북클럽은 그 모임이 다루는 주제와 진행방식, 그리고 운영진의 특징에 따라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갖는다. 미교독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글을 통해서 언급한 바 있다. 교육이란 큰 틀 안에서 운영진이 가진 다양한 생각과 모임의 소개, 그리고 그동안 다루었던 주제 이외에 이번 글에서는 북클럽 미교독의 운영방식 등을 포함한 운영 노하우에 대해 알아보자. 세 번째 인터뷰에서는 어떤 특징이 있기에 미교독이란 독서모임이 오랫동안 본 모임을 지속하는 동시에 지역별 미교독 모임과 부모학교 등으로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묻고 답을 찾는다.


인터뷰/글 미교독 운영진 강현식

편집 씨프로그램 매니저 문숙희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미교독 운영진 강현식) 미래를 만드는 교육읽기(이하 미교독)에서는 항상 같은 질문으로 모임을 시작합니다. 운영진을 포함해서 참가자 전원이 먼저 자기소개와 근황을 나누는 것이죠. 이 시간이 끝나면 그날의 주제에 해당하는 질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집니다.

쉬는 시간 이후에는 그날 나눈 대화를 통해 얻은 자신만의 생각이나 다짐을 포스트잇에 정리하고 이에 대해 나누며 모임이 마무리됩니다. 대화 중간중간 운영자는 참가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포스트잇에 키워드로 정리하여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보기 좋게 모니터 한쪽에 붙여 놓습니다. 주제는 다르지만 매번 같은 구조로 모임이 진행됩니다.


미교독에서는 그동안 참여했던 다른 독서모임과 다르게 자기소개뿐만 아니라 각각의 질문마다 참가자 모두가 말할 기회를 가집니다. 그러다 보니 계획했던 시간 내에 모임이 끝나는 경우가 드물죠. 2시간에서 2시간30분의 모임 시간은 넘기기가 일쑤이고, 이후 이어지는 뒤풀이에서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미교독이 진행되는 방법


여러 번 이 과정을 함께하면서 시작된 미교독 운영진은 지금의 운영방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일수도 있지만, 5년 동안 50회 넘게 운영해온 북클럽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에 어떤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고 이 방법을 찾기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자기소개와 근황토크에 대한 것입니다. 2시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그리고 어떤 경우는 신규 참여자 없이 계속 참가하던 멤버일 때도 있는데 매번 자기소개와 근황토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뭔가요?



미교독 대표 리더 이병성) 일종의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인데, 운영자로서 참여자들을 파악할 수 있고,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모임의 주제로 더 확장해 나갈 수도 있어요. 요즘은 익명성을 보장하는 다른 많은 모임이 있지만 미교독은 개인적인 연결이 생겼으면 좋겠고, 서로에 대해서 알고, 관계가 만들어지는 모임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자기소개와 근황 토크는 모임에서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유일한 시간이거든요. 그래서 그 시간은 꼭 가지고 가요.

참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자기소개와 근황 토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체가 되고 모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지금의 운영방식은 제가 퍼실리테이션을 배우기 전에 만들어졌어요. 초기에는 그냥 상식적으로 진행하던 것들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의미에서 중요하고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하나씩 알아가게 된 것 같아요.



일상에서 시작해 모임의 주제로
대화를 확장해 나가는 시간



강현식) 단순히 운영자의 입장만이 아닌 참가자 입장에서도 모임에 쉽게 집중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은, 과거 다른 독서 모임에서 자기소개 이후 단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고 어정쩡하게 있다가 온 저로서는 참 인상적인 말입니다. 참가자 모두에게 발언권을 주는 방식은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를 줄 수도 있지만, 제한된 시간에 깊이 있는 논의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주어진 질문과 다른 엉뚱한 방향의 대답으로 분위기가 산만해지지 않을까 하는생각도 들고요.


이병성) 모두에게 발언권을 주는 이유는 첫 번째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미교독에서는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항상 발언을 주도하고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발언이 늘어나는 동시에 그 사람에게 대화를 끌어가는 권위가 넘어가는 것 같아요. 이러면 겉으로 보여지는 관계는 수평적으로 보이지만, 들여다 보면 발언이 갖는 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씩은 자기 생각을 말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충분히 드러내야 더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대화가 한 바퀴 두 바퀴 도는 동안 어디까지 깊은 대화로 갈 수 있을지는 진행 중에 어떤 질문이 던져지는지에 따라서 바뀔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대화가 흐름을 가지고 진행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진행자가 적절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행자의 중요한 역할이죠.


강현식)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더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시간을 늘리지 않는 이상 이런 방식의 진행은 제 경험상 8명이 최대 인원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그동안 진행된 미교독 모임의 평균 참석인원은 1회 평균 7.5명인데요. 만약 모임을 더 확장하려고 한다면, 지금의 운영방식에 대해 좀 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병성)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8명 정도일 때 참여자분들의 만족도가 높고 충분한 깊이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인원수가 많아진다면 조를 나누어서 진행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테이블마다 만족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그 다음 모임으로 주제를 이어가는 방식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강현식) 대화가 흐름을 가지고 진행될 수 있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결국 운영자가 이 모임의 전체 스토리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성이 있고 그에 맞는 각각의 질문을 준비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제 경험상 미교독에서 던지는 질문의 흐름은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교독에서 던지는 질문의 흐름]

- 자기소개와 근황토크
- 첫 번째 질문 : 경험과 평소의 생각
- 두 번째 질문 : 문제의식이나 주변의 현상
- 세 번째 질문 : 대안과 책에서 얻을 수 있는 Insight
- 네 번째 질문 : 현실의 실천방안
- 맺음말

미교독 모임의 질문은 어떤 기준으로 정하시는지 그리고 질문 하나하나가 가지는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병성) 미교독 초기에는 진행을 위한 질문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지는 않았어요. 근황 토크 이후 주제와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대화를 쭉 이어가다가 발견하게 되는 공통의 관심사나 좀 더 깊게 나누고 싶은 주제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방식으로 진행했거든요. 그렇게도 독서 모임은 충분히 진행 가능해요.


그런데 미교독은 다루는 주제가 명확하고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모임이라 대화를 통해 도달하는 결론이 있도록 진행 질문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준비한 질문들이 점점 패턴화됐어요. 어떤 이론적 배경으로 질문을 설계했다기보다는 근황 토크를 나누듯이 주제에 대해 서로 가진 경험과 생각을 공유해야 모두가 공감대가 형성되고 만족스러운 대화가 진행된다고 생각을 기반으로 질문을 준비했죠. 그래서 먼저 주제에 대한 과거의 경험과 평소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이해한 상태에서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질문의 구조를 만들었어요. 그 후에 더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나 개선이 필요한 점들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고, 그다음으로 거기에 대한 대안과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마무리로는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눠요.



대화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임의 기록


강현식)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운영자는 참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실시간으로 포스트잇에 키워드로 적어 모니터 한 켠에 붙여둡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다양한 의견들에 대한 정리와 코멘트를 통해 다시 한번 대화 주제를 상기시키는데요. 미리 준비한 자료가 아닌 즉석에서 참여자들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정리해서 제공한다는 것은 사실 숙달되지 않으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잖아요.


이병성) 처음에는 포스트잇은 사용하지 않고 개인 노트에 메모를 정리하면서 진행했어요. 그리고 진행 질문을 준비하면서는 대화의 마무리 단계에서 참여자분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용도로 포스트잇을 가볍게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퍼실리테이션을 배우면서 참여자들 이야기의 핵심적인 키워드들을 바로바로 보여주며 대화하는 것의 효과를 알게 되었고, 이제는 노트 대신에 대화의 거의 모든 과정을 포스트잇으로 메모하고 있습니다. 


대화 기록을 위한 포스트잇 사용은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대화를 나누는 분들이 주제의 흐름을 잃지 않고 집중하게 그리고 대화의 흐름을 같이 볼 수 있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자연스럽게 대화 내용이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따로 정리할 필요 없이 대화 전체를 메모한 효과가 있어서 포스트잇을 사진으로 찍어뒀다가 모임 후기 작성에 활용할 수 있어요. 이렇게 제가 진행과 메모에 편한 방법을 찾던 것이 포스트잇을 사용하는 지금의 방식이 된 것 같아요. 


미교독의 포스트잇 활용법


강현식) 현재 미교독은 온더레코드(서울)에서의 정기모임(본 모임) 이외에도 ‘인천 미교독’, ‘공주 미교독’이 운영되고 있고 ‘구로 미교독’과 ‘평택 미교독’이 새롭게 준비되고 있죠. 지난 해에는 ‘워킹패밀리 미교독’, ‘미교독 Youth’, ‘미교독 키즈’ 등의 다양한 모임이 운영되기도 했었습니다. 각 모임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모임을 이끄는 분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포스트잇 사용의 효과같은 운영의 묘 같이 어떤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해 교육을 하시는지요.


이병성) 저는 독서모임의 진행에 있어서, ‘기술적인 면에서 꼭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것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운영자가 그 흐름을 잃지 않으면서 중심을 잘 잡고 리드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지 꼭 포스트잇을 써야 한다 아니다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행 방식이 리더분들 각자에게 익숙하지 않으면 오히려 진행에 불편하거나 제한사항이 될 수 있어요.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대화를 따라가고 분위기와 흐름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다른 리더분들께 미교독의 운영철학과 제가 어떻게 이런 모임으로 만들어왔는지의 과정을 충분히 전해드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걸 충분히 이해한 후에는 각자의 색깔대로 모임이 달라질 수도 있고, 조금 더 나은 기술을 가진 분들은 좀 더 다른 모임을 운영하실 수도 있겠지요.


운영 철학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모임 3년 차 되던 해에 부산의 인디고 서원을 다녀왔어요. 인디고 서원은 청소년들의 인문학 모임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서점으로 유명하죠. 인디고 서원의 이야기가 담긴 책 <인디고 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가 미교독을 시작하는 모티브기도 하거든요. 직접 인디고 서원을 찾아서 팀장님과 잠시 인터뷰를 하는데 잊히지 않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많은 사람이 인디고 서원의 모습과 시스템을 배워가려고 온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만 그대로 copy해서는 제대로 성공하기 어렵다. 각자 있는 자리에서 각자의 본질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 인디고 서원 팀장님


그분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이후에 퍼실리테이션을 배우기 위해 찾았던 쿠퍼실리테이션(KOOFA FACILITATION)에서도 비슷한 것을 배웠어요. 퍼실리테이션의 기술보다는 퍼실리테이션을 하는 사람의 철학과 중립성, 대화의 본질 등에 대해 배우면서 '미교독을 운영해온 방식이 틀리지 않구나!' 그런 확신을 얻었어요.


부산에 위치한 인디고 서원


운영자 스스로 알고 싶고 
배워가고 싶은 것과
참가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강현식)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미교독은 교육이란 큰 틀 안에서 매우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운영되는 모임에서 운영진에게 있어 주제와 그에 맞는 책 선정은 큰 고민일 것 같은데요. 그때그때 흥미나 재미 위주로 주제와 책을 선정한다거나 그 시기에 맞는 주제와 책을 선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지 과연 그런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북클럽 운영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이병성) 지금 필요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획하면서 진행되는 북클럽은 지속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대신에 진행자가 스스로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주제로 진행하면, 계속 공부하고 재미를 느끼면서 모임을 이끌어 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첫 번째는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그리고 교육에 대해 계속 공부하면서 생겨나는 질문들을 기준으로 주제를 잡아 왔어요. 두 번째는 오시는 분들의 대화에서 이분들이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고 어떤 부분에 문제의식이나 궁금증을 가지고 있나를 살피는 동시에 참여자분들의 전문성, 사회의 이슈 같은 것들을 고려해서 주제를 결정했습니다. 최종 결정은 운영진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내렸고요.


강현식) 참 좋은 말이네요. 운영자가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을 해야 모임을 지속할 수 있다.


이병성) 그게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사실 모임 리더의 정체성이 모임의 정체성과 이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참여하는 분들에 따라서 점점 변화해 가지만 우선은 모임 운영자의 정체성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읽고 온전히 이해하면서
얻은 메시지가 분명한 책


강현식) 가이드북으로 보통 세 권을 추천하시는데, 가이드북 선정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추천을 받으시는 건지 아니면 다 읽고 선정하시는 건지요?


이병성) 다 읽고 정해요. 제가 모르는 책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정독이 어려우면 꼭 훑어보기라도 하고 결정해요. 훑어보고 선정한 책들로 진행한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제가 읽은 책이 너무 제한적이라 지인께 추천을 받아 훑어보니 괜찮아서요. 추천 도서 세 권 중 제가 읽은 책 두 권에 추천받은 책 한 권을 끼워 넣는 거죠. 주제에 맞는 책을 다양하게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운영자가 읽고 온전히 이해하면서 얻은 메시지가 분명한 책이 대중적이지 않고 모두 다 만족시킬 수 없더라도 진행하기에는 좋은 것 같아요.


미교독 가이드북


강현식) 독서모임 미교독의 진행방식과 관련된 다양한 노하우는 운영자가 모임을 운영하면서 체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년 모입 방식을 발전시키고 모두의 학교, 부모 컨퍼런스와 같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다양한 시행착오가 현재의 미교독을 만든 것 같은데요.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북클럽들과 마찬가지로 미교독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미교독도 온라인으로 전환했는데요. 기존의 오프라인 모임과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이병성) 온라인 모임에서는 서로 공감을 형성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가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진행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답답합니다. 모임을 진행할 때 제가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참여자분들의 반응이거든요. 제 이야기나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어떤 생각과 감정이실지 표정을 살피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걸 살피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어렵고, 공감과 소통이 일어나는 흐름을 만들기도 당연히 어렵죠. 진행자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환경입니다. 첫 온라인 모임에서는 아이 콘택트(Eye contact)가 안돼서 그때그때 참여자분들의 반응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어요.


실제로 참여하신 분들의 피드백을 받아보고 다른 온라인 모임에 저도 참여해보면, 참여자 간의 관계가 형성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대화를 나누게 되면 공감대를 만들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관계가 서로 형성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모임을 한다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화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생겨 방법을 찾고 있어요. 반대로 관계가 이미 형성되고 아는 분들 사이에서 온라인 모임은 만나고 싶은 욕구도 해소되고 오프라인 모임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교독 모임의 모습



강현식) 미교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나오는 것이 리더인 병성님의 개인역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에서 개인역량이란 교육에 대한 지식이나 학문적 깊이가 아니라 북클럽 운영자로서 모임을 매끄럽게 이끌어가는 능력에 대한 것을 말하는데요. 참가자들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대화 할 수 있도록 리드하며 흐름에 맞는 질문과 답변을 유도하고 참가자들의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를 정리하여 매끄럽게 흐름을 이끌어가는 운영자의 역량이 어찌 보면 미교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런 역량을 갖추기 위해 운영자는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나요?


이병성) 사람들 사이의 관계, 공감 그리고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 등 소통과 관계에 대한 것들에 대해 공부해 왔어요. 그리고 당연히 미교독의 주제인 ‘교육’에 대해 제일 많이 공부했죠. 어떻게 보면 모임을 진행하는 방법에 대한 것보다 ‘교육’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알기 위해 더 노력했어요. 스스로 교육에 대해서 주제를 잡아가고 궁금한 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독서와 책 찾기를 계속해왔죠. 그리고 동시에 ‘지금 진행하는 방식 옳은 걸까? 더 나은 방법은 없나?’ 그리고 ‘미교독 맴버 간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한가? 현재의 관계가 바람직하다면 왜 바람직할까?’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관련 이론이나 배경지식을 탐색했습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제가 좀 더 많이 알아야 모임을 건강하게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교육’이라는 모임 주제와 동시에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관계와 소통’에 관해 공부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계속 저 스스로와 미교독 모임이 변해 온 과정이 끊임없는 실험이네요.


강현식) 병성님 외의 미교독 운영진은 중간에 교체되는 등 변화가 있었는데요. 사실 미교독의 리더로서 병성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임의 운영에 필요한 발표자료와 준비물뿐만 아니라 주제 및 가이드북 선정, 장소선정 및 참가자 모집 등을 진행하시니까요. 가끔은 굳이 다른 운영자들이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요. 함께하는 운영진을 선택하는 기준이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병성) 정해놓은 기준은 없었어요. 굳이 기준을 생각해본다면 함께 모임을 이끌 동료가 ‘미교독’ 모임과 ‘교육’이라는 주제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해요. 특정 역량이나 역할보다는 모임의 방향성과 제가 가진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만큼 믿을만한 분인가 이런 걸 더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일을 위한 조직이나 프로젝트팀 같은 경우에는 구성원의 역량과 역할의 조화로움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독서모임은 모임을 운영하고 진행하는 데 필요한 역할이 엄청 많지는 않아요. 조금만 노력하면 혼자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운영자가 가장 편하고 가볍게 진행할 수 있어야 오랫동안 모임이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부담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떤 역할이 필요해서, 혹은 제게 부족한 어떤 역량이 있어서 누굴 뽑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대신 모임에서 고민되는 부분들이나 방향성을 같이 논의하고 결정해 갈 분들을 찾았지요. 그래서 현재 함께하는 운영진들이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인 것 같아요



강현식) 미교독의 진행 방식이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모임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있고, 같은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운영진이 있으며, 매회 교육이란 큰 틀에서 정해진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는 참여자들이 있죠. 하지만, 모임을 이끌어가는 리더와 운영진은 교육에 대한 호기심과 진정성 있는 배움의 자세를 가지고 있으며, 모임을 건강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고민하고 새로운 도전을 지향합니다. 매회 진행되는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운영자들을 신뢰하며, 수평적 관계에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교육에 대한 정보를 교류한다. 그리고 각자의 영역에서 교육의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죠. 미교독의 가장 큰 특징은 아마도 리더와 운영진 그리고 참가자 모두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어떤 부모와 교사가 될지를 함께 고민하는 진정성 있는 배움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의 인터뷰를 마무리합니다.



러닝랩 펠로우십(Learning Lab Fellowship)이란

씨프로그램은 지난 2년간 러닝랩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배움에 대한 여러 시도를 지켜봐 왔습니다. 동시에 의미 있는 실험이 지속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과 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수많은 만남과 고민 끝에 2019년 11월 러닝랩 펠로우십을 시작했습니다. 러닝랩 펠로우십은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배움의 환경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실행하는 팀을 대상으로 지금 필요한 작업을 이행하기 위한 유연한 자원을 제공하며,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합니다. 


미래를 만드는 교육읽기(이하 미교독)는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고민하는 데에서 시작했습니다. 미교독에서는 어떤 아이로 키울지 보다 어떻게 아이를 기르는 부모와 교사가 될지를 함께 읽고 배웁니다. 앞으로 러닝랩 펠로우십을 통해 지난 4년간 운영하며 확인한 부모/교사들의 교육 독서 모임이 교육 혁신에 미치는 영향과 기대효과를 전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지역 영화제를 만들며 알게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