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로 키울지 보다 어떻게 아이를 기르는 어른이 될지 고민합니다
어떤 아이로 키울지 보다 어떻게 아이를 기르는 어른이 될지 고민합니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노력 그리고 아내의 걸음걸이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참가하게 된 모임이 미교독(미래를 만드는 교육 읽기)이다. 그렇게 모임에 참여하게 된 것이 벌써 2년이고 그 사이 운영진도 되었지만 여전히 ‘미교독이 5년 넘게 독서모임을 지속하고 있는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미교독은 독서모임을 통해 어떤 미래를 그리는가?’와 같은 질문이 남는다. 이에 답을 찾기 위해 운영진이 아닌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다.
지난 미교독 운영진 인터뷰 <미래를 만드는 5년 차 북클럽>을 통해 5년 동안 지속되는 미교독에 대한 소개와 운영진의 시작 동기 등을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미교독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소개하려 한다. 이번 운영진 인터뷰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미교독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상반기 모임을 벌써 세 번이나 연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독서모임을 테스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 인터뷰/글: 강현식, 미교독 멤버
- 편집: 문숙희, 씨프로그램 매니저
교육에 관심 있고
독서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들
2015년 10월 첫 모임 이후 벌써 5년 차에 접어드는 독서모임으로 성장한 미교독은 초기 3인의 멤버에서 한 번의 변화가 있었고 지금의 운영진(이병성, 이형도, 김민지)에 2019년 중순 뒤늦게 내가 합류하여 총 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처음 모임은 저를 포함해서 총 3명의 운영진이 1년 정도 함께 운영하였습니다. 각 운영진이 관심분야에 따라 ‘부모’, ‘창의성’, ‘교육철학’이라는 키워드로 번갈아 가며 모임을 진행했었죠. 모임이 1년 정도 되었을 때 두 분의 운영진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가 어려워지셨고 2년 차 때 형도님이 합류하셔서 현재까지 같이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민지님은 해외에서 한국에 오실 때마다 계속 참여하셨고 귀국하신 후에는 쭉 함께 하고 계세요. - 미교독 운영진 이병성
청년 위주의 주말 모임과
부모 위주의 평일 모임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미교독의 활동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여러 분야에 다양한 직업 군을 가지고 활동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모임 속에서 나와 같은 평범한 부모들을 찾기가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초기 운영진은 미교독을 기획하면서 참여 대상으로 부모들을 고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기에는 주말 모임으로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주로 청년들이 모이게 되었고 그 대안으로 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평일 모임도 추가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강현식) 현재의 미교독 모임을 보면 저 같은 부모보다는 교육전공 또는 교육 관련 종사자 분들이 많은데,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 어떤 분들을 대상으로 기획하고 운영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병성) 처음 민지님의 제안을 받고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대상은 저와 같은 부모들이었습니다. 몇 개월의 기획과 사전 준비를 통해 주말 모임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주로 청년들이 모이게 되었어요. 주말에 부모님들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느라고 모임에 나올 수 없던 거죠. 그래서 2년 차 때부터는 부모님들의 참여를 위해 평일 모임도 병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강현식) 평일 모임을 하면서 부모님들이 오기 시작했군요. 당시에는 어떤 분들이 오셨나요?
이병성) 지금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미교독의 시작점이 독사모 모임이다 보니 주로 독사모에서 책을 많이 읽은 부모님들 중에서 참여자가 생겼어요.
강현식)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많은 차이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이형도) 지금은 직간접적으로 교육 쪽에 관련되어 있다거나 관심이 많은 분들이 모임에 참여하시잖아요. 초기에는 자녀가 있고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고 개선하기 위한 방법에 관심이 많으셨던 독사모 멤버를 중심으로 참여했어요. 그게 2 ~ 3년 차까지의 분위기다가 모임을 지속하면서 교육계 종사자 분들이나 선생님들을 모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병성님과 많이 했었어요. 교육 영역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접점을 찾으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죠.
이병성) 초기에는 교육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거나 교육혁신에 방향성을 가진 분들이 아니셨기 때문에 일반 부모의 입장에서 교육에 대해서 돌아보고 자성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제도 경제교육, 창의성 교육, 독서교육 등을 두루두루 살펴보는 정도의 분위기였지요. 그리고 우리가 부모세대에게 받았던 교육과는 다른,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해야 하는 교육의 방향성을 못 찾는 상황에서 미교 독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최선의 방향을 찾고 공감하는 분위기 었다면 <2018 미교독 컨퍼런스: 부모와 함께하는 미래교육> 이후부터는 '새로운 교육'과 관련한 주제로 모임을 진행하면서 교육의 변화에 적극적인 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미교독 모임에 처음 합류하는 계기가 되었던 컨퍼런스가 떠오른다. 나 또한 그때부터 교육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고자 미교독에서 함께 하게 되었다. 이후로 교육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분들을 모임에서 만나왔다.
대한민국에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너무도 많은 독서모임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미교독은 다른 독서모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들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미교독을 지속하고 있을까?
교육이란 테마를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진정성 있는 모임
강현식) 미교독과 다른 독서모임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병성) 제일 중요한 것은 ‘테마가 분명하다’라는 점이 아닐까요?
강현식) 다른 독서모임도 다 그렇지 않은가요?
이병성) 안 그런 독서모임도 많아요. 주제가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개방되어 있다. 나이나 성별 상관없이 누구나 올 수 있는 열려있는 모임이다. 이 정도가 미교독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지) 다른 독서모임을 가보면 나이 때가 비슷한 분들이 모이는 경향이 있어요. 친목을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고 독서를 좋아한다는 공통주제만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분들이 섞여있죠. 제가 참여했던 다른 독서모임은 많은 주제와 책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라면 미교독은 교육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다시 세분화된 주제를 정하는 것이 차이점이에요. 좀 더 학문적이라고 할까요. 다른 독서모임은 재미 위주였어요. 재미있는 주제를 제시해야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니까요. 반면에 미교독은 키워드가 교육이다 보니 좀 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형도) 진짜 어려운 질문인데 계속 곰곰이 생각해도 드는 생각은 사람의 차이인 것 같아요. 교육이란 테마가 좁은 것 같지만 상당히 넓은 테마거든요. 그 안에서 다룰 수 있는 세부 주제도 다양하고요. 다양한 주제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열린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이 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존중하는 문화 같은 것이 생겨요. 그리고 민지님이 이야기해주셨는데, 다른 독서모임은 재미 위주로 이야기하는데 비하여 적어도 미교독은 참여하시는 분들이 그 시간 안에서 더욱 진정성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큰 특징인 것 같아요.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지) 일반적인 독서모임에서 독서가 취미라거나 남는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미교독은 목적성을 가지고 참여하게 되는거에요. 정말 내가 교육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거나 교육 관련 분야에 대해 알고 싶다거나 아니면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하고 싶다 등이죠. 저 같은 경우는 우리 아이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이런 목적이 있어요.
이병성) 민지님 말씀이 되게 중요한 것 같고요. 저는 타이틀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이 모이냐를 규정하는 것이 타이틀이거든요. ‘미래를 만드는 교육 읽기’라는 게 정말 미래와 교육의 변화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분들만 올 수 있는 모임처럼 규정짓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주제 자체가 가십거리나 취향 정도의 가벼운 주제이기보다 개인이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깊은 주제일 수 있잖아요. 즉, 개인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깊고 뚜렷한 목적을 가진 주제이기 때문에 이 자체가 정체성이고 이에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 모이디 보니 자연스레 존중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두 번째는 매번 다루는 주제가 바뀌기도 했지만, 4년 동안 매해 새로운 스타일로 운영을 시도했어요. 1년 차에는 청년들과 했고 2년 차는 부모님들을 모시고 평일에 했는데, 문화가 있는 날 지원사업으로 진행했어요. 예술, 켈리그라피, 드로잉, 사진 이런 예술 분야의 원데이 클래스와 북 토크의 콜라보로 진행하고 3년 차에는 IT나 교육에 대해 일반인보다 많이 아시는 메이커 교육이나 영어교육 전문가를 초대해서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진행했죠.
4년 차에는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모두의 학교에 도전해 시범단계 시민학교를 운영했습니다. 이렇게 계속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했어요. 진행방식을 바꾸고 공모사업을 도전하고 하는 그 자체가 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이런 것이 다른 독서모임과 차이이지 않을까요. 하나의 스타일로 계속 가는 그런 모임은 아니었죠. 그렇지 않나요?
이형도) 네
김민지) 그죠. 발전하는 모임인 것 같아요.
이병성)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란 책 있잖아요. 미교독을 시작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 책을 비롯해 스타트업 관련 책들을 참고했어요. 분위기나 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고 스타트업처럼 조금씩 꾸준히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지난해 미교독에서는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 ‘모두의학교’와 함께 새로운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님들을 위한 시민학교(봄여름학기 각각 8회씩 총 16회에 걸쳐 진행) 과정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미교독과 다른 독서모임의 차이점에 대해 설문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답변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다른 곳과 다르게 리더가 참 운영을 잘한다.
질문과 깊이 있는 대화로 새로운 배움이 있다.
교육이란 하나의 큰 주제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서도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깊이 있는 질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미교독의 매력이 아닐까? 혹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그 모습이 미교독의 본모습이자 진짜 매력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항상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그 이면에 어떤 고민이 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초기 부모들과 교육 전반에 대한 현실 비판과 개선방향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어떤 한계와 변화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면서 교육에 직접 종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교육 혁신의 실마리와 가능성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 아닐까? 이쯤에서 그동안 진행되어온 미교독 모임의 회차별 주제를 소개한다.
그동안의 주제를 보면 부모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교육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사나 지식, 정보 등으로부터 점차 그 주제가 세분화되면서 그 시기의 트렌드로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서교육이나 창의성과 같이 비교적 일반적이었던 주제들이 거꾸로교실, 디지털리터러시, 교육 공동체 등과 같은 더 깊이 있고 전문적인 주제로 달라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2019년 중반 기존에 미교독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미교독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들에 대해 조사한 설문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설문 결과를 보면 회복탄력성, 창의성/디자인싱킹, 미래사회의 일과 삶, 미래를 위해 필요한 역량과 같은 현재의 트렌드나 관심사에 많은 표가 집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교육 혁신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방향성으로 나아간 것이 오히려 나와 같이 평범한 부모나 일반인들이 미교독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을까? 미교독 운영진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기존의 교육분야 종사자나 전문가들 이외에도 좀더 많은 부모와 일반인들의 참석을 바라며, 2020년 상반기 테마를 ‘아이 중심 교육’으로 결정하고 4강의 주제를 각각 코딩교육, 외국어교육, 독서/논술교육, 진로교육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로 정했다.
이 결정의 밑바탕에는 모임이 운영되었던 초기와는 다르게 교육에 전문성을 가지신 분들과 전문성은 없지만 관심을 두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교육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 더 폭넓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교독이 나처럼 평범한 부모들이 주를 이루는 모임이라면, 서로 동질감을 느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배움의 깊이가 지금보다는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면서 자칫 사교모임으로 변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함께한다. 이런 입장에서 지금의 미교독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굉장히 신선하다. 미교독에는 나와 같은 학부모도 그리고 교육분야 전공자나 교육현장에서 종사하는 분들 그리고 교육에 관심 있는 다양한 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생각해보면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교육이란 큰 틀 안에서 하나하나의 주제로 가벼운 일상부터 깊이 있는 이야기까지 다 나눌 수 있는 있는 곳, 아마도 이런 점이 미교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참여자들이 오고 가는 모임을 일정한 분위기로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다음 인터뷰에서는 관련한 내용을 다루고 싶다. 모임에 갈 때마다 설렘을 느끼는 미교독이다. 늘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
러닝랩 펠로우십(Learning Lab Fellowship)이란
씨프로그램은 지난 2년간 러닝랩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배움에 대한 여러 시도를 지켜봐 왔습니다. 동시에 의미 있는 실험이 지속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과 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수많은 만남과 고민 끝에 2019년 11월 러닝랩 펠로우십을 시작했습니다. 러닝랩 펠로우십은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배움의 환경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실행하는 팀을 대상으로 지금 필요한 작업을 이행하기 위한 유연한 자원을 제공하며,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합니다.
미래를 만드는 교육읽기(이하 미교독)는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고민하는 데에서 시작했습니다. 미교독에서는 어떤 아이로 키울지 보다 어떻게 아이를 기르는 부모와 교사가 될지를 함께 읽고 배웁니다. 앞으로 러닝랩 펠로우십을 통해 지난 4년간 운영하며 확인한 부모/교사들의 교육 독서 모임이 교육 혁신에 미치는 영향과 기대효과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