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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길 Nov 27. 2021

흔들리는 초점

알랭들롱의 사랑 

승원이의 족적을 아무도 찾을 수는 없다.

그는 어떤 흔적도 남기는 법이 없다.

마치 코브라처럼.

스르륵 나타나 스르륵 사라질 뿐이다.


그는 말이 없지만 가끔씩 연문 앞에 나타나 잠시 동굴 속 종유석처럼 솟아 있곤 했다. 


연문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승원을 불러 본다.

어찌보면 약간은 술에 취한 건지 귀신이 들린 건지 의아스럽다.


"갑자기 왜 이래! 착하지? 이러지 말자~~ 응? 아~~예쁘다! 예쁜 우리 애기, 자! 옳지 옳지!"


그녀는 또 다시 핸드폰이 꺼질 듯 말듯 터치 스크린에 비가 내릴 듯 주르륵 줄이 내려오려하자 핸드폰에 대고 말을 한다.


하지만 핸드폰은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다.


화가 나려는 연문은 팔을 높이 들어 패대기를 치려고 핸드폰에 대고 겁을 준다.


"이이익! 화아악!"


그리고 잠시 핸드폰을 내려 놓고 한 번 째려 본 뒤 스크린을 들여다 본다.


이제 핸드폰은 함께 화를 낸다.


또로롱.


소리와 함께 충전 아이콘에서 번개가 한 번 번쩍 뜬다. 


연문은 더 이상 말려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멀찌감치 떨어 뜨려 놓고 숨 죽여 기다린다.


허공 속에 레드 광선이 불을 발한다.


그제서야 연문은 스크린을 살짝 건드려 본다.


화면이 등장한다.


재빨리 메세지 창을 열어 보드 위에 키를 두드린다.


'너 죽는다!'


답장은 오질 않는다.

대신 알림이 뜬다.

'읽지 않음'.


연문이 고민을 하다가 다시 키를 친다.

'ㅇㅇㅇ ㄴㅁㅎ ㅇㄹㅊㅎㄱㅈㄴㅈ ㅇㅇ?'


그러자 답장이 온다.

'뭐라고?'

'별거 아냐. 보고싶다고.'


다시 또 답장이 오질 않는다.

대신 알림이 뜬다.

'읽은지 4분 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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