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구멍이 왜 두 개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오늘 아침도 콧구멍의 역할과 개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왜냐하면 그중 한쪽이 파업을 선언했는데, 타협의 여지가 없다.
누군가는 콧구멍 두 개가 대칭의 미학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저 교대로 쉬는 근로자 같은 느낌이다.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며 코가 막힌다.
날씨가 안 좋고 굉장히 피곤하거나 감기에 걸린 날은 특히 출근하기 싫어지고 퇴사가 마렵듯이, 이 콧구멍이란 놈들도 똑같다.
그런 날엔 양쪽 다 파업을 선언한다.
얘들아, 제발 일 좀 하자.
흔히 말하는 비염은 그런 존재다. 너무나 당연했던 후각이 슬그머니 기능을 멈추고, 하루 종일 맑은 콧물만 뚝뚝 흐른다. 어쩔 땐 콧물도 안 나오고 그냥 꽉 막혀버리기도 한다. 입에서는 수시로 재채기가 튀어나온다. 복이란 복은 다 날아갈 듯이 말이다.
코로나 시기에 비염 환자는 제대로 눈칫밥 좀 먹었으리라 생각할 만큼, 이놈의 비염은 대중이 없다.
미세먼지가 안 좋은 날엔 미세먼지가 많다고 비염.
일교차가 심한 날엔 온도 맞춘다고 비염.
봄에 꽃놀이 좀 보러 가려고 하면 꽃가루 날린다고 비염.
알레르기 때문이라던데 검사를 해보기 전까진 일단 그냥 비염.
"너 감기야?"
"아니야, 나 비염이야."
"그게 감기 아냐? 증상이 감기인데?"
"아니야, 감기랑 비염은 달라."
주변에서는 이런 내 증상을 보고 감기냐고 묻는데, 감기와 비염은 전혀 다르다.
내 경우를 들어서 쉽게 설명해 보자면
감기는 아프고, 비염은 지겹다.
감기는 누워서 쉬는데, 비염은 코만 망가지니 일은 해야 된다.
감기는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손님 같고, 비염은 말도 없이 들어와 같이 사는 불청객이다.
나는 비염을 쫓아낼 수도 없고 그냥 슬기롭게 같이 살 방법을 고안해내야 한다.
감기처럼 약을 먹으면 며칠 새에 나아지는 게 아니라, 비염은 그냥 잠시 쉬었다가는 것뿐이니까.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불청객을 최대한 조용하게 맞이하고 돌려보내는 일, 그게 가장 급선무다.
하도 코를 풀어서 벌겋게 변한 코를 보며, 코만 메이크업 리터칭을 한다.
공기청정기 필터처럼 이 막힌 코를 빼고 새로운 코로 갈아 끼우고 싶을 지경이다.
그래서 콧구멍이 두 개인 이유가 뭐냐고? 그래야 번갈아가며 파업해도 한쪽은 숨구멍으로 남으라고 그런 거겠지. 결국, 이놈들도 나름대로 내 몸을 지키는 방식일지 모른다. 그러니 오늘도 불청객과의 동거 계약서에 묵묵히 도장 찍는다. 숨 막히는 세상도 내 콧구멍만큼은 요령껏 살아가는 법이니까.
내일은 제발 숨 좀 쉬자,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