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귀한 인연이기를
몇 년 전 친한 언니에게 책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한참을 서점에서 언니가 좋아할 만한 에세이집을 고르고 집으로 돌아와
혹시라도 구겨질까, 먼지라도 묻힐까 조심스럽게 먼저 읽어 내려가는데
번뜩- 하는 글귀가 있었다.
책 제목도 전혀 기억나지 않고
책 속에는 다른 좋은 글귀들이 많았는데도
그다지 앞 뒤 맥락에 중요하지도 않았던 한, 짤막한 문장이
나에겐 오랜 여운으로 남아 있다.
"누구나 제 짝을 찾는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남녀는 어떻게든 인연이 닿아서 굳이 애쓰지 않아도
결국엔 제 짝을 찾아서 이루어진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작가의 의도는 사랑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그런 의미로 써 내려갔을 것이다.
여기에 살짝 생각을 덧붙인다면,
법정 스님의 '귀한 인연이기를'의 시 구절처럼
집착 없이! 가볍지 않게! (그 사람을 사랑하고)
기쁠 때나 힘들 때 서로의 곁을 허락한다면
그 사랑은 오래오래~ 함께하지 않을까...
귀한 인연이기를
법정 스님
진심 어린 맘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 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깊은 정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사랑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 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 준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지금의 당신과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p.s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뾰족한 마음이 생기면 이 시를 꺼내 읽곤 한다.
그럼에도 잘 대해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