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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중얼 May 13. 2016

<바이 더 씨>

가끔은 나쁜 사람

(스포일러 있음)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부부가 부부 역할로 나오고 안젤리나 졸리가 연출한 영화라 엄청난 기대를 했다.

개봉하자마자 보려고 했는데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오느라 못 보고 있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보기 전에 평들이 워낙 안 좋아서 그냥 보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래도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예매했다.

역시 영화는 주관적이고, 직접 보기 전엔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바이 더 씨>는 역시나 좋았다.


시작되는 음악부터 정말 좋은데 왜 별로라는지 모르겠다.

라고 동생과 얘기하며 영화가 시작되었다.


작가인 롤랜드와 그의 부인 버네사는 프랑스의 조용한 바닷가에 왔다.

그들의 여행은 롤랜드의 집필 활동과 그들의 관계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행동하지 않는다.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것 같다.

그러다 며칠 뒤 옆 방에 신혼부부가 들어왔다.

그들의 불타오르는 사랑과 롤랜드와 버네사의 사이는 아주 다르게 다가온다.

호텔 방에서 거의 머무르던 버네사는 옆방을 볼 수 있는 구멍을 하나 발견하게 되고, 그들의 삶을 훔쳐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과 관계도 맺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왜 저들은 저렇게까지 되었을까.

휴양지에서조차 관계 회복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인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게 영화는 계속해서 불친절하게 그들 사이의 공백과 각자의 감정에 대해 보여준다.

신혼부부나 죽은 부인을 그리워하는 술집 주인을 보면서 '우리도 저런 적이 있을까.' 궁금해한다.


버네사는 점점 더 신혼부부에게 집착하게 되는데 그것이 롤랜드와의 관계 회복에 약간의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더 무너져 내리게 하는 역할도 하였다.


그녀는 신혼부부의 행복을 파괴하려 했고, 그제야 롤랜드의 입을 통해 버네사와 롤랜드 사이의 문제의 실체가 드러난다.


불임


아!

영화를 보며 어렴풋이 머릿속에 떠오르다 사라지던 것들이 명확해졌다.

내 동생은 이 부분 때문에 영화가 별로라 말했지만, 나는 이 점 때문에 이 영화가 아주 좋게 느껴졌다.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가진 자의 공허.

그리고 두려움.

앞에서 이해할 수 없던 그녀의 행동들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을 벌주고 싶어 했다.

롤랜드가 아무리 자신을 사랑해 준다고 해도 그 결실을 만들어 낼 수 없는 몸, 그 자신을 견딜 수 없어 그를 더 밀어냈다.

그래서 자신을 위해 애쓰는 롤랜드가 떠나가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녀는 더 아플 테니까.


자연의 흐름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우리를 공포에 빠뜨린다.

그리고 그 공포와 두려움은 싱그럽고 충만한 상태로 잉태 가능한 신혼부부에 질투와 분노로 표출된다.

그 행복함을 파괴하려 했다.


나.. 나쁜 사람이야?
가끔은


그녀는 물었고, 그는 답했다.


누군가는 불임 때문에 저렇게까지 행동하냐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을 나의 결함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그것도 원하는데 불가능하다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 부부에게 더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들에 대한 감정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주 아름다운 화면들로 가득하다.

풍광도, 그리고 인물 사이의 감정을 담아내는 구도들, 거울과 욕조 같은 도구들, 장소와 소품들까지 정말 잘 어우러졌다.

거기에 의상들.

아 정말 예뻤다.

다 내 스타일.

그리고 졸리와 피트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멋지다.

거기에 그들의 호흡이란, 진짜 부부의 연기는 달라도 달랐다.


OST도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영화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다.


많은 이들에게 좋은 평을 얻진 못했지만,

나에겐 좋은 영화였다.

나이가 들어 나도 결혼 14년 차쯤 되었을 때 본다면 어떨까.

그럼에도 그 둘이 서롤 놓지 않고 있던 것처럼 나도 내 사람과 크고 작은 시련들을 이겨내며 따뜻하게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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