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중얼 May 15. 2016

<클랜>

너무 평온해서 더 무섭다.

(스포일러 있음)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던 <클랜>.

전주에서 볼까 하다 바로 다음 주 개봉이라 개봉하지 않는 다른 영화에 시간을 양보했다.

전주에서도 인기 예매작이라고 들었다.

시놉시스와 trailer를 보고 너무 보고 싶었지만, 개봉 때까지 꾹 참았다.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도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고 한다.


참 잘 만들어진 영화다.

거기에 실화 바탕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더 놀랍다.

너무 평온해서 더 무섭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납치가 너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푸치오 가족에겐 일상이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수입원일 뿐이다.

우리 주위에 이렇게 평온한 얼굴로 누군가 무서운 일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 끼친다.

독재 정권의 정보부에서 일하던 아버지 아르키메데스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부잣집, 특히 많은 돈으로 부정을 저지르는 자들의 자식을 유괴해 돈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것을 본인의 방식으로 실현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을 애국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자식이 유괴되었다고 하는데 아무렇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

아르키메데스는 그 점을 철저히 이용한다.

집의 방 한 칸을 납치해 온 사람들을 가둬놓는 곳으로 사용한다.

아드리아나는 매일 들리는 비명에 신경이 쇠약한 상태에 이른다.


아들 알렉스의 친구를 유괴하면서 아들을 이용한다.

범죄의 공범으로 만들어 버린다.

살려 보낸다던 약속을 어기고 리키를 죽이자 알렉스도 큰 충격을 받지만, 어쩔 수 없다.


각자가 가족을 위하는 방법을 다르다.

푸치오 가족은 가족을 위해 납치를 자행하고 그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한다.

납치당한 사람의 가족들은 그를 구하기 위해 돈을 모아 온다.

모든 걸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은 어떨까.

엄마 에피파냐처럼 도울 수도 있고

아드리아나처럼 병약하게 지내기도 하고

막내아들처럼 떠나버릴 수도 있고

알렉스나 마길라처럼 납치 일선에 가담할 수도 있다.

범죄에서 빠져나가려 하면 배신자라 하며 자식에게 협박까지 늘어놓는다.

자신의 짐을 자식에게까지 지운다.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정권이 세워져 정보부는 사라져야 했다.

정보부의 실체가 드러나면 안 되었다.

그런 그들은 그런 일 밖에 배우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살아간다.

그들의 능력은 이것뿐이다.


어느새 가족을 위한 일이기보다는 그 일을 위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 일 자체에 도취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범죄는 진행된다.


더러운 돈으로 자란 대가는 알렉스에게 너무 처절했다.

그런 돈으로 자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가 선택한 것은 아버지 아르키메데스로부터 깨져나오는 것이었다.

그들의 삶은 그때도 그 이후에도 여전히 놀랍다.

실화라는 것이 소름 끼치고 어딘가에서 계속해서 자행되고 있을 범죄들이 무섭다.


범죄가 일상이 되면 죄책감을 잃어버린다.


우리나라도 아르헨티나와 같은 과거를 보냈다.

독재, 정보부, 고문..

같은 과거를 보낸 우리 주위에서도 벌어지는 일 일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면에서 독재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앞으로는 더욱더.






이전 11화 <바이 더 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