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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Jun 30. 2022

어서 와, 4000은 처음이지?

나를 웃겨야 남도 웃는다

브런치 앱 알람이 종일 울렸다. 브런치에서 알람이 울릴 때마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브런치에 무슨 대형 이벤트가 있나, 오늘은 광고가 좀 과하네, 혹시 브런치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알람이 울릴 때마다 상상은 무한 증식됐다. 알람은 아침부터 밤까지 울었다. 날 좀 봐달라며 애원하는 듯했다. 봐 달라 조르니 더 보기가 싫었다. 잠들기 직전이 돼서야 알람 해제를 위해 브런치를 확인했다. 브런치에는 이런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조회수가 4000을 돌파했습니다.'


40여 개의 알림 메시지를 아래로 쓸어내렸다. 시작은 라이킷 수가 10을 돌파했습니다부터였다. 다음은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그 뒤 약 서른 분이 내 브런치를 구독한다는 메시지였고 마지막이 내 글이 4000 조회수를 돌파했다는 메시지였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기지 않았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제 쓴 글이 정말 조회수 4000을 돌파하다니, 난생처음 내게 일어난 일이었고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일이 내게도 생긴 것이다. 말이 안 된다 생각한 이유는 3가지다. 어제 글은 10분 만에 쓴 글이고 딱히 어떤 방향으로 쓰겠다 기획하지 않았고, 어떤 메시지도 담지 않았다. 한 마디로 힘 빼고 웃자고 쓴 글이었다. 


한편으론 이상했다. 2시간에 걸쳐 정성스레 쓴 글은 조회수가 10을 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성을 덜 들인 글이 조회 수가 폭발하니 이상할 만도 했다. 그러고 보니 한 유튜버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신의 영상에서 가장 조회수가 많은 영상을 소개한 유투버는 말했다. 오히려 공들인 영상이 아니라 그냥 재미 삼아 올린 영상이 사실은 가장 조회수가 많았다고.     


조회수에 비해 댓글은 1개가 다였다. 하지만 1개 댓글에서 난 뭔가를 발견했다. 귀한 댓글 1개에는 이런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뭔가 시트콤 같아요.' 머리를 한 대 탁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시트콤, 시트콤이라니. 맞다. 어제 글이 딱 시트콤 같은 이야기였다. 나는 매일 틀린다 매거진을 '시트콤'같이 써보려고 했는데 그간 너무 힘들여서 썼나 보다. 메시지는 시트콤 같은 인생을 보여주려 했었는데 그게 내 의도대로 전달이 잘 안 되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출판사에서 받은 장문의 편지 글에도 비슷한 피드백이 있었다. 개인이 겪은 일이 설명 위주로 서술되어 있어 공감이 안된다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감흥이 안 생긴다는 얘기였다. 


'아하!' 


깨달음을 얻었다. 우연히 깨달았다. 시트콤 같이 써야 했는데 여태 진지하게만 썼던 내가 보였다. 정말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다. 지난 온 모든 삶이 우연의 선물이니까. 우연이 책을 만나 여기까지 왔고, 우연히 좋은 사람들을 계속 만났고 우연이 뭔가를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우연을 계속 기록해야겠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혹은 벌어졌던 시트콤 같은 내 인생을 계속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내가 쓰고 재미있어야 재미가 그대로 전달됨을 알았다. 사실 어제 글 쓰면서 혼자 속으로 킥킥거렸다. 이제 좀 알 것 같다. 나부터 웃겨야 읽는 사람도 웃게 된다는 걸. 


어제 글로 또 하나 배웠다. 나를 웃겨야 남도 웃는다는 것. 진지함은 걷어내고 코미디언이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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