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류 Jul 06. 2022

단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나 자신을 좋아하지 말자’라고 결심했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

"석헌아 너 전에 얘기한 거 그거 해봤어?"

"그거 뭐요?"

"작사 학원 알아봤냐고."

"아,,,,,검색만 해봤어요."

"그거 해봐. 내가 웬만하면 추천 안하잖냐. 유튜브 보는 데 딱 네가 떠오르더라."


인천에 사는 기재형에게 제안을 받았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제안이었다. 작사 학원이라니. 예전 같으면 에이, 내가 무슨 작사 학원이냐며 극구 거절했을텐데 지금은 기재형의 얘기가 좀 다르게 들렸다. 내게 이런 제안을 한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한 마디로 나에게 딱 맞는다였다. 딱 맞는다에 근거는 2가지였다. 8년간 나를 지켜보면서 발견한 2가지가 있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감수성이 뛰어난 것과 즉흥적이란 것을 꼽았다.


듣고보니 그랬다. 감수성과 즉흥적. 전부터 간간이 들었던 단어들이었는데 여태 흘려듣기만 했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태 난 단점만을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장점은 잘 몰랐다. 반대로 단점은 익히 들어 잘 알았다. 물론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부모님에게서 들은 단점은 '넌 참 끈기가 없어.' 였고 친구들에게 자주 들은 말은 '넌 언제나 말만 해.' 였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는 '약속 시간을 왜 안 지키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정리해보면 난 끈기가 없고 말만 앞서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다. 맞다. 이런 말을 듣다보니 이걸 바꾸려고 무지 애썼다.


요즘은 다른 말을 듣는다. '정말, 꾸준하시네요.', '어쩜 그렇게 행동이 빠르세요.', '2시간 전에 오셨다구요?' 단점 보완이 성공한 셈이다.


동전에는 양면이 있다. 앞면만 보면 뒷면이 있다는 것을 놓친다. 단점만 본다는 건 한쪽면만 보는 것과 같다. 여태 단점에 집중해 반대편을 잠시 잊은 내게 오늘 기재형이 알려주었다. 끈기가 없다는 건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한다고 해석할 수 있고 말이 앞선다는 건 임기 응변에 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약속 시간을 어기는 건 시간을 잊어 버릴 정도로 몰입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는 걸. 기재형과의 통화로 새삼 깨달았다. 관점 전환이 이토록 중요함을. 이제부턴 하나만 보지 말고 양쪽을 다 생각해 보기로. 


오늘 일을 계기로, 주변 사람에게 나에 대해 물었다. 주변 친구, 사회 지인 그리고 부모님. 질문은 2가지였다.    

Q1. 당신이 생각하는 나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Q2.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 강점을 보았습니까?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기까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답변은 다양했다.


Q1. 당신이 생각하는 나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1) 긍정마인드

2) 두려움이 없다. 즉 자기 효능감이 높다.

3) 평정심이 있다.

4) 규칙적으로 해야겠다 마음먹으면 바로 실행으로 옮긴다.

5) 많은 책을 읽어서 그런지 책 관련 질문에 자신감이 있다.

6) 분석력이 뛰어나다

7) 회복탄련성이 뛰어나다

8) 느긋하다

9) 여유가 있다

10) 웃음소리가 시원하다

11) 낙천적이다.

12) 감수성이 탁월하다

13) 즉흥적으로 뭔가 잘 만들어낸다

14) 아이디어가 많다

15) 쉽게 잘 빠져든다

16) 잡기에 능하다

17) 잔머리를 잘 쓴다  


Q2.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 강점을 보았습니까?

만나보면 느껴진다. 만나보면 딱 알게 된다. 문제점이 보이면 잠시 고민하지만 금방 다른 방법을 후딱 잘 찾는다.


묻지 않았다면 얻지 못할 답을 얻었다. 왜 이걸 진작 물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답변을 읽으며 잠시 후회했고 지금이라도 알았다며 안심했다. 답변을 한참 바라보는데 여러 감정이 스쳤다. 내게 이렇게나 많은 장점이 있었는데 난 단점만 보고 있었구나, 남들에게 비친 나는 이런 모습이었구나, 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였다니. 읽고 읽고 또 읽으니 마음이 말랑말랑 해졌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기시미 이치로는 단점만 눈에 들어왔던 건 ‘나 자신을 좋아하지 말자’라고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 자신을 좋아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기에 장점을 보지 않고 단점에만 주목하는 것이라고. 그러고보니 단점을 바꾸려고 애썼던 건 있는 그대로의 나는 좋아하지 못해 남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로 만들려고 했던 행동이었다.


과거 나는 나를 좋아하지 못했다. 단점을 보완해 남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로 바꾸고 싶어 했다. 이제는 아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였다. 거울 속에 비친 뚱뚱한 내 모습을 좋아한다. 심각한 표정 대신 재미난 표정을 짓고 나를 위해 하이파이브를 한다.


내 글의 오류는 자신이 발견하지 못하듯, 단점도 그렇다. 단점에 집중하면 강점을 못 본다. 부족하고 모자란 점에 집중하다 반대편의 강점을 놓치게 된다. 단점 발견은 스스로를 롭히는 행위다. 나를 미워하자는 결심이다. 그러니 단점 말고 장점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주변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나중에 말고 지금 물어보자. 단점 말고 장점을. 그리고 발견해보자. 내가 몰랐던, 여태 잊고 살았던 나의 강점을. 당신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사람이다. 과거 나처럼 단점에 집중하다 강점을 놓치는 오류를 계속 범하지 말기를. 

이전 15화 이번에 한 번만 도와주면 다음에는 더 좋은 일이 생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