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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Mar 26. 2024

[번외편]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의 공통점 3가지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살세로'가 1명만 추가 지원자 받습니다.


이 공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공지를 읽고 이건 마치 나에게 어서 오라고 하는 메시지 같아서 운영진에게 '혹시 저도 가능할까요?'라는 카톡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이런 재미를 또 놓쳤을 것이다.  


그렇게 공연단 예비 단원 클리닉 수업이 시작되었다. 운 좋게도 1명이 취소자가 발생되어 그 자리에 내가 들어갔다. 해당 수업 대상자는 최소 살사 경력 1년 6개월 이상인 사람들이다. 20명을 모집 공지가 올라온 지 1시간도 되지 않아서 마감된 수업, 수업 참가자들이 4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18명의 사람들은 모두 나의 쌤들인 수업, 쌤들의 쌤에게 배워보는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던 수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 수업부터 설렜다. 내가 배웠던 쌤들과 수업을 함께 듣고 그들과 춤을 함께 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내겐 참가자들 전부에게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처럼 다가왔다. 무엇보다 그들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만 같았다.


수업은 힘들었다. 시작한 지 10분 만에 헤어밴드는 금세 땀으로 축축해졌고 목 뒤에서 땀이 뚝뚝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왼쪽 발목이 뭉근히 아팠다. 양쪽 무릎이 뻐근했다. 허리도 묵직한 것이 이대로 빨리 집으로 순간이동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등에선 원인 모를 경련도 일어났다.


예전 수업들은 스트레칭을 15분 정도하고 수업을 진행했다면, 공연단 수업은 스트레칭이 아예 생략되었다. 스트레칭은 알아서 하고 오라는 무언의 메시지인 건가. 스트레칭 대신 베이직을 밟았다. 무려 1시간 동안. 베이직 30분 하고 5분 휴식 그리고 다시 턴 연습 30분 하고 5분 휴식. 1시간 10분은 베이직, 나머지 20분은 패턴 수업. 이전에 들었던 수업과는 결이 달랐다. '왜 이렇게 베이직을 오래 밟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구글에 '살사'를 검색한 뒤 나무 위키의 결과를 꼼꼼히 읽어보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나무위키 사전에 내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것이었다. 


'살사를 몇 년째 하는 사람도 완벽하다고 자신할 수 없는 것이 베이직이다. 살사는 곧 베이직이라고 봐도 무방하며 베이직 하나 만으로도 살사댄스가 성립한다.' 


살사는 곧 베이직. 그렇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하는 법이니까. 살사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동안 화려한 패턴만 찾아 헤매던 지난날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살사바에서 거울 앞에서 베이직을 열심히 밟는 그들의 모습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춤을 잘 추는 이들(나의 이전 쌤들)과 수업을 받으면서 공통점 3가지를 발견했다. 그들은 탁월한 관찰자였고 기록자였고 연습 벌레였다. 준중급 2 쌤이었던, 밤비노 쌤은 1주 차 수업 내용을 한글 파일에 정리해 단체 카톡방에 올렸다. 정리한 내용을 보고 마치 수업을 녹음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입이 딱 벌어졌다. 핵심 포인트들만 콕콕 찍어 정리를 했을까. 이는 수업에 100% 몰입해서 들은 사람만 가능한 일이었다. 밤비노쌤은 탁월한 관찰자였으며 수업 후 내용을 복귀하는 기록자였다. 준중급 1 쌤이었던 바리쌤은 수업 영상을 편집해서 올려 주었다. 중복되는 동작들을 빼고 딱 필요한 엑기스만 편집해 올려 반복해서 보고 체화하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았다. 그리고 다음 수업 때까지 자기 것으로 체화해서 수업에 온다.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은 모두 노력과 시간이라는 자원을 사용해 그리 된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쌤들에게도 배우고 쌤들의 쌤에게도 배우는 아주 멋진 시간이다. 공연단 수업에 신청하길 참 잘했다. 무엇보다 나에겐 어려운, 무모한 도전이란 걸 알면서도 신청한 나 자신에게 칭찬을 보내고 싶다. 앞으로의 수업도 무척 기대된다. 오늘은 동영상을 100번만 보고 쉐도잉은 30번만 해야겠다.


살사 에세이가 출간되었습니다. 더 많은 스토리는 아래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it.ly/3uHbf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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