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주택_책 속의 여름

1부. 여름. -6

by sari 고나희

“그래서 독립을 한다구?”

처음에는 보나가 놀란 줄 알았다.

“근데 나 너 잘할 거 같아.”

이어지는 보나의 말에 여름의 표정이 헤실 밝아졌다.

“그으래?”

“응. 뭐 너 좀 겁이 많긴 하지만, 한다면 또 하잖아.”

보나는 친구를 보며 생긋 웃어주었다. 그 웃음에는 여름에 대한 믿음과 응원이 담겨 있었다. 여름도 얼른 고마움을 담은 웃음으로 친구의 마음을 받았다. 보나는 여름의 대학 친구로, 같은 과 동기였다. 여름처럼 디자인을 전공한 보나는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여름과 보나는 일하는 세부 디자인 분야는 달랐지만, 어린 시절 추억과 전공, 취향을 공유하는 사이로 여전히 친했고 종종 만나 의미 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하등 영양가 없는 이야기도 떠들곤 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만나 그림 전시를 보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여름이 독립 이야기를 꺼낸 터였다.

“그런데, 보나야. 이런 게 있더라?”

여름은 도서주택 공고 화면을 보나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뭐야? 광고야? 책 광고야? 요즘 책 광고를 이렇게 해?”

“아냐. 이거 주택 청약공고야.”

“청약공고라고?”

“응. 이거 봐봐.”

여름은 말에 보나가 청약공고를 다시 보았다. 여름이 그랬던 것처럼 보나도 집중해서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며 공고를 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아직도 의문이 가득한 얼굴을 들었다.

“이거 되게 이상하다? 특이하다? 이게 뭐야? 나 잘 이해가 안 되거든.”

“그러니까 책에서 거주한다는 거 같아.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위험한 거 아니야?”

“글쎄에……. 그럴까? 그런데 호기심이 들어.”

“여름아. 너 너무 혹하지 마. 잘 알아봐.”

“으응.”

그렇잖아도 요즘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너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만 같다 싶던 여름이었다. 그런 생각에 친구에게 공고를 이야기하고 보여준 이유도 있었다. 의논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도 같다. 친구의 조언은 적절한 제동 같았다.

“응. 좀 더 잘 알아볼게.”

“그래. 집에 대해서는 그게 매매든, 전세든, 월세든 잘 알아봐야 해. 평생이든 일정 기간이든 어딘가에서 산다는 거 머문다는 거는 작은 일이 아니야. 나도 작년에 독립했잖아. 내가 뭐 너보다 뭘 아주 많이 안다는 게 아니라, 부모님 집에서 나오니까 좋은 점도 있어. 정말 많아. 그런데 사실 주거비나 생활비는 정말 많이 들어. 그리고 불안감도 있어. 혼자 사는 불안감. 이런 거 알아볼 때 내가 잘 알아보는 걸까 싶은 마음도 있고.”

“네 맘 알아. 보나야, 정말 고마워. 잘 알아볼게. 근데 좋은 점은 뭐야?”

“내 공간. 온전한 내 공간과 내 삶이 생긴다는 점!”

“우와. 듣기만 해도 좋다.”

“나 아는 언니가 부모님이랑 살다가 결혼했거든? 근데 나한테 결혼 전에 한 달이라도 혼자 살아보지 않은 거 너무 후회된다고 했어.”

“그럼, 그 언니는 혼자 살아본 적 아예 없는 거야?”

“응. 그런데 지금 결혼하고 3년 차에 남편이 지방 발령 나서 주말 부부 됐대. 주중에는 혼자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하고 혼자인 집에 오는데 이런 게 자취하는 거냐고 묻더라고. 너무 편하고 재밌대. 남편이랑 주말만 만나는데 너무 반갑고 좋고 지금 생활이 딱 좋대. 물론 남편한테는 티 안 내지만.”

보나는 익살스럽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끝냈다. 여름도 함께 웃었다. 독립에 대한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며 머리가 복잡했는데 편하고 친한 오랜 친구와의 대화로 복잡함을 한풀 가라앉힐 수 있었다. 아이처럼 키득거리는 두 친구의 대화는 그렇게 좀 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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