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란 Aug 06. 2022

충고를 하시려면 현금으로 주세요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충고를 하시려면 현금으로 주세요.

(다소 시니컬하여 불편하게 읽힐 수 있는 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대단합니다. 고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을 사는 사람은 멋집니다. 계획적으로 자본을 불려 나가는 사람은 부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우리에게 강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들은 자신의 경험과 가치를 기준 삼아 우리에게 충고합니다.


일은 구했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집은 샀니?

애는 낳았니?

노후는 준비했니?


그런데 우리가 정말로 걱정된다면 말이에요.

잘 지내니, 도와줄 건 없니라는 말만으로 충분합니다. 정말로요. 사실 말도 필요 없어요. 정말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 것입니다. 이런 류의 충고를 하는 당신들은 대개 특정 문장들로 말을 꺼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속 뜻을 잘 알지요.


난 잘 모르겠지만 = 내 말이 정답이다

오해하지 말고 잘 들어 = 오해할만한 이야기

내가 널 위해 하는 말인데 = 본인이 답답해서 하는 말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 꼭 그렇게 해

그런데 다들 그렇게 하더라고 = 사실 나도 안 해봤는데 괜찮아 보여


충고하고 싶어 안달이 난 여러분, 취업과 결혼, 출산과 내 집 마련, 노후 준비와 같은 것들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만약 우리의 마음을 정말 바꿔보고 싶다면 여러분 본인이 잘 살면 됩니다.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확실한 동기부여는 없으니까요.


타인에게 조언하시는 당신께서는

타인의 말을 얼마나 귀담아듣고 사셨습니까?

타인이 나으라고 해서 아이를 낳았습니까?

타인이 사라고 해서 집을 샀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누가 더 많이 걱정하겠습니까?

아이를 낳은 당신입니까, 아이가 없는 우리입니까?

집이 있는 당신입니까, 집 없는 우리입니까?

노후 준비가 완벽한 당신입니까,

매월 나가는 할부를 걱정하는 우리입니까?


죄송하지만, 정말 죄송하지만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당신의 충고와 호의는 마음으로만, 따뜻한 눈빛으로만, 그리고 현금으로만 받을게요. 미리 감사합니다.




작가의 짧은 글이 궁금하다면

https://twitter.com/chanrran



image source: https://unsplash.com/photos/DRzYMtae-vA

이전 14화 음식물이 쓰레기로 변하는 일에 대하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