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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Aug 16. 2022

애매한 재능

슬프고 고난하고 치열한 삶

일에 진도가 나가지 않아 오랜만에 그 단어를 검색해봤다. [애매한 재능]을 구글링 하면 서적도 나오고 노래도 나오고 유튜브도 나온다. 그런데 나는 늘 위키트리의 글을 클릭해서 본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애매한 재능이 잔인한 이유]   

그 재능을 살리려고 열심히 키운다.

하지만 정말 확실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겐 못 미친다.

그럼에도 그나마 그걸 제일 잘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변은 그 재능을 치켜세워주지만 실상 보면 그럭저럭인 수준

※ source : https://www.wikitree.co.kr/articles/639483



는 말이다. 애매한 재능으로 태어난 삶이 더 슬프고 고난하고 치열하다. 혹자는 저주받았다고 까지 한다. 탄탄한 육상 트랙에서 고급 러닝화를 신고 바람을 가르는 듯 앞질러 달려가는 비범한 사람을 바라본다. 나는 맨발로 깊은 뻘에서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몸을 맘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진득한 꿈속을 헤매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릎에 힘을 줘서 발을 떼어 한걸음 내디뎌야 한다. 


그래야 간신히 삶이 살아진다. 내가 몸담고 있거나 관심 있는 분야에 재능이 없다면 다른 일이라도 찾아보겠지만 그 어떤 분야에서도 탁월함을 발견할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차라리 '저주'라고 부르고 싶은 게 바로 이 애매한 재능이다. 애매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자기 자신이 잘 안다. 그 먼 옛날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보며 느꼈던(심지어 살리에르는 탁월한 재능에 속했다) 참담함을 매 순간 느낀다.


애매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은 꾸준하다는 것이다. 꾸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애매한 재능의 소유자는 유일하게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자원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1시간이면 될 일에 2시간을 쏟고 하루가 걸릴 일에 일주일을 쓴다. 애매한 재능은 [시간 X 재능 = 결과]라는 공식만큼은 애매하지 않고 명확하게 따른다.


나는 글쓰기 역시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꾸준히, 매일 쓰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 글 역시 어떻게 끝낼 줄 모르고 애매하게 마침표를 찍어본다. 다음 글은 좀 덜 애매하길 바라며.




image source: https://unsplash.com/photos/5FHv5nS7y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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