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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Aug 15. 2022

회사에서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마시면 관종인가요?

그렇대도 마시겠습니다만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를 엄청 잘 아는 것은 아닌데도 주제넘게 맛있는 커피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 맛있는 커피를 마실 때면 나는 행복하다. 맛있는 커피는 향도 좋거니와 온도가 낮아져도 맛있다.


또, 나는 차가운 커피는 커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음료'라고 구분한다. 말 그대로 시원하게 목을 축이는 용도인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예전 회사 동료에게 했다가 사대주의라고 욕을 한 바가지 먹었다. 사대주의랑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나는 내 말에 반박 시 무조건 네 말이 다 맞음'을 잘 사용하여 논쟁을 피했다.


어쨌든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맛있는 커피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핸드 드립  커피를 가장 좋아한다.(에스프레소도 좋아하지만) 그런데 회사에는 안타깝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에스프레소 머신만 있다. , 에스프레소 계열(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테...)밖에 마실  없는 것이다!


입사  처음 어느 정도의 기간은 그럭저럭 마셨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입에 대기가 싫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마다 회사 밖을 나가서 커피를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나는 용감하게 회사에서만 사용할 커피포트와 드립 체어를 구입해버렸다.


회사 전용 머그잔은 환경보호도 생각하는 좋은 복지다!


이렇게 커피포트와 드립 체어를 구입하고 나서 막상 커피를 마시려니 프로젝트 룸에 있는 팀원의 눈치가 보였다. 호들갑 떠는 관종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아서 좀 찝찝했다. 그래도 어쩌랴. 커피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그래서 나는 개의치 않고 핸드 드립을 시전(?)했다. 이제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드립 체어와 드립백을 활용하여 커피를 내리는 법'으로 넘어가 볼까?




핸드 드립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당연히 물을 끓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커피잔을 데우는 것이다. 아래와 같이 물을 붓고 잔을 따뜻하게 만든다. 미리 따뜻하게 데워두지 않으면 커피가 금세 식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물은 당연히 마셔도 되지만... 버리도록 하자.


커피를 충분히 데운 물은 버리고 드립 체어를 머그잔에 올린다. 드립 체어는 제조사도 많고 모양도 다양하다. 커피 애호가라면 수집해도 좋을 만한 제품이라고도 생각한다. 크기도 작고 무게도 거의 나가지 않아서 휴대하기도 편하다.


이게 드립 체어다.  말 그대로 컵 위에 드립백을 '앉힌다'


드립 체어를 침착하게(?) 앉힌 뒤에는 드립백을 올린다. 드립백의 양 날개를 펴면 드립 체어에 끼울 수 있게 되어있다. 대개는 저 날개를 컵이나 텀블러에 직접 끼우는데, 컵의 깊이가 충분히 깊지 않으면 커피 수면이 드립백 하단에 닿을 수 있다. 드립 체어는 그것을 방지하는데 매우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드립 체어 홍보)


드립백이 다소곳이 앉았다.


이제 핸드 드립을 시전(?)하면 된다! 팔팔 끓던 커피 포트의 물이 약간 식어서 90도 전후가 되었다고 판단이 들면 첫 번째 물줄기는 드립백에 있는 커피 원두를 모두 살짝 적실 정도만 부어서 커피를 깨운다. 너무 갑자기 드립 되어 버리면 놀라니까 맛과 향이 잘 살아나도록 말 그대로 커피의 잠을 깨워 눈 뜨게 하는 것이다. 뜨거운 물로 잠을 깨운다니... 깜짝 놀라긴 하겠군.


여보세요 일어나세요...


이제 취향대로 120~150ml 정도를 3~4번에 나눠서 부어주면 된다. 드립의 양이나 횟수는 커피 원두의 양이나 취향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집에서 드립을 하면 저울도 가져다 놓고 커피를 내리는데 그랬다간 정말 관종이라고 소문날 것 같아서 가지고 오지 않았다. 원두를 직접 갈아서 종이필터로 드립을 하지 않고 드립백을 쓰는 것도 내 나름의 양보(?)다. 드립 커피를 마시고 싶은 마음과 관종 소리를 듣기 싫은 마음 가운데 어느 지점쯤에서 타협한 것이다.




이제 핸드 드립 할 때의 두 가지 팁을 소개하겠다. 첫 번째는 드립백에서 물이 완전히 다 떨어질 때까지 두지 말라는 것이다.(이건 필터로 드립 할 때도 마찬가지) 물이 거의 남지 않은 드립백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몇 방울의 커피가 맛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즉, 드립백에 어느 정도는 물을 유지한 상태에서 알맞은 양의 커피를 내리고 드립백과 드립 체어를 빼라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 팁은 물을 넉넉히 끓이라는 것이다. 커피를 150ml 마신다고 150ml의 물만 끓이면 안 된다. 늘 넉넉하게 500ml를 정도 끓이도록 하자. 그래야 커피를 내리는 도중에 물이 식지 않는다. 온도계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팔팔 끓던 물의 기포가 사그라들고 1분 정도 지나면 90도 정도가 된다.


어쨌든 이렇게 핸드 드립을 시전하고 나자 같은 프로젝트를 사용하는 팀원이 '커피 향이 난다.'며 반색했다. 속으로는 '저 관종 새끼...'라고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할 수 없지 뭐. 다시 말하지만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하냐 하면 장례식을 카페에서 하고 싶을 정도다.


아 맞다. 이렇게 회사에서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마시는 나는, 관종인가?



작가가 꿈꾸는 카페 장례식이 궁금하면 아래 글을.

https://brunch.co.kr/@chanrran/23

혹시 드립체어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https://link.coupang.com/re/CSHARESDP?lptag=CFM77986533&pageKey=4328655530&itemId=5049614536&vendorItemId=72359342863




image source: https://unsplash.com/photos/xpo5BggQo3E

- 나머지 image는 작가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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