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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Aug 27. 2022

보고서 페이지의 생사를 논하며

 무삭제 감독판처럼 무삭제 보고서는 없는 걸까?

3개월 여 간 연구한 내용의 보고서를 여섯 번째 보고하는 날. 마지막 리뷰를 하며 가장 높은 분에 의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생사가 갈린다.


“이 페이지는 생(生)! 이 페이지는 빼(死)!”

빼라는 페이지에는 X 표시가 거칠고 성의 없이 그어진다. 거칠고 성의 없이 X 표시가 그어진 그 페이지에도 수많은 시간과 고민이 담겨있다. 사는 페이지와 죽는 페이지로 갈렸지만 그 모든 페이지마다 나름의 의미와 정성이 담겨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해한다.



“연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내용을 듣는 사람이 중요한 거야. 이 페이지는 필요 없어!”

맞는 말이다. 나도 알고 있고 우리 프로젝트 팀 모두도 알고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연구 이후를 위한 연구를 했다. 그래서 사는 페이지와 죽는 페이지에 이견은 없다.


다만, Delete 버튼 한 번으로 없어지게 되는 페이지에 담긴 시간과 노력마저 퇴색되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그저 그뿐이다. 이래서 어떤 영화는 '무삭제 감독판'이 있구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본다.




image source: https://unsplash.com/photos/j06gLuKK0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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