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Oh boy> (작사 : 구태우)
https://m.youtube.com/watch?v=3PgGuUP8_jI
Oh, boy (boy), oh, boy (bo-boy)
Oh, boy (boy), oh, boy
Oh, boy, 날 비춘 햇빛
Oh, boy, 모두 네 눈빛, oh, boy, 넌 너무 눈이 부셔, hey
Oh, boy, 귓가에 살며시
Oh, boy, 달콤한 목소리, oh, boy, 잠든 날 깨워준 너, eh
배운 적 없었던 말로 입을 열고
오직 널 담으려 감은 눈을 뜨고
나조차 정말 몰랐던 날 발견한 걸, yeah
꿈에 그려온 환상 속, 그가 날 찾아와, 찾아와, 찾아와
또 말없이 다가와, 숨 멎는 미소만
넌 내게 깜짝, 난 눈만 깜박 입술 닿을 듯, 시간이 멈춘 순간
내 안으로 새로운 계절이 불어와
Oh, boy (boy), oh, boy (bo-boy)
Oh, boy (boy), oh, boy (boy)
Oh, boy (숨겨진 나를 깨워줄래?), oh, boy (눈부신 네게 눈을 뜰 때)
Oh, boy (어제완 다른 세상이 돼), oh, boy (yeah, yeah)
Oh, boy, 마치 퍼즐처럼
Oh, boy, 한 조각이 없던, oh, boy, 날 완벽히 맞춘 너야, hey
익숙한 세상이 왠지 특별하게
네가 날 불러서 전부 아름답게
놀라운 이런 감정은 난 처음인데, yeah (ooh-ooh, ooh)
꿈에 그려온 환상 속, 그가 날 찾아와, 찾아와, 찾아와 (그가 날 찾아와, baby)
또 말없이 다가와, 숨 멎는 미소만
넌 내게 깜짝, 난 눈만 깜박 입술 닿을 듯, 시간이 멈춘 순간
내 안으로 새로운 계절이 불어와 (that boy, boy)
Oh, boy (숨겨진 나를 깨워줄래?), oh, boy (눈부신 네게 눈을 뜰 때)
Oh, boy (어제완 다른 세상이 돼), oh, boy (yeah)
Oh, 운명은 살짝 부족해
이건 기적인 걸, 꿈보다 멋진 현실 앞에, yeah
더 이상 잠들지 못해, 처음 깨어난 이 맘을
말로는 표현 못해, 나만을 봐줘, 나의 그대
작은 속삭임 하나에 긴 꿈을 벗어나, 벗어나, 벗어나 (oh, boy)
넌 지긋한 눈빛과, 따뜻한 미소만
참 낯선 향기 또 네 목소리, 날 바라보는 네 눈을 바라본 나
왜 이름도 몰랐던 꽃으로 피어나?
Oh, boy (숨겨진 나를 깨워줄래?), oh, boy (눈부신 네게 눈을 뜰 때)
Oh, boy (어제완 다른 세상이 돼), oh, boy (yeah, yeah)
태초에 시는 음악의 일부였다. 음악은 음율과 가사로 구성이 되는데, 후에 가사만 따로 떨어져 나와 시라는 일가를 이루었다. 2010년대에 진입하면서 대중음악은 아이돌 음악이 중심이 되었다. K-Pop으로 통칭되는 한국의 아이돌 음악은 BTS를 앞세워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어떤 한국 아이돌 음악의 가사는 전부 영어로만 작성되거나 영어의 지분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처럼 보인다. 또한 상업적 이유로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 역시 다양한 국적을 아우른다. 일본, 중국의 멤버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K-Pop 아이돌 그룹의 일원이었다. 최근에 데뷔한 대형 기획사 신인 아이돌 중에는 인도네시아의 멤버가 있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국적의 혼종성은 K-Pop의 장점이다. K-Pop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시적인 가사를 찾아보는 일은 이제는 드문 경험이 되고 말았다. 모든 노래를 다 들어본 것은 아니므로 단언하긴 어려우나, 근래에는 아이유의 <밤편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종종 시의 흔적을 간직한 가사를 접할 때면, 반갑고 애틋해진다.
레드벨벳의 정규 1집 <The Red>는 2015년 9월 9일에 발매되었다. 타이틀곡은 <Dumb Dumb>이지만, 이 앨범 중 <Oh boy>를 가장 좋아한다. 이 곡의 가사는 구태우 작사가가 썼는데, 구태우 작사가는 2014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본명이 구태우고 구현우는 예명이다.
<Oh boy>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모티프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다. 가사 안에 ‘꿈’, ‘잠’, ‘깨어나다.’, ‘눈을 뜨다.’와 같은 단어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다. 사랑을 처음 깨닫는 순간을 꿈(또는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표현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보편적인 감각 하에서 사랑을 느끼는 순간은 오히려 꿈과 같다거나 환상 같다고 표현되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자는 그가 없던 시간들을 꿈, 환상으로 칭하고, 그를 만난 순간을 ‘기적’, ‘꿈보다 멋진 현실’이라고 거침없이 고백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누군가와의 사랑만으로 구원받는 일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다. 백마 탄 왕자를 만나는 신데렐라 서사는 여전히 현실에서도 있기야 하겠으나 드물다. 변화된 세태에 그런 것들은 선망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 서사는 이제 창작물 안에서나마 생존하고 있다. 각종 드라마, 영화에서 때로는 현실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지만 인기 드라마의 소재로 차용되곤 한다. 대놓고 욕망하진 못하지만 여전히 그런 사랑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대중음악과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결합은 <Oh boy>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가사 안에서 시의 흔적이 짙게 드러나는 부분은 크게 세 곳이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꿈과 현실의 전복’이다. 나머지 두 개는 다음의 구절이다. 이 구절들은 내가 각별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기도 하다.
내 안으로 새로운 계절이 불어와
왜 이름도 몰랐던 꽃으로 피어나?
사랑은 화자의 안에 새로운 계절을 불러온다. 다른 그룹의 노래 중 사랑을 <다섯 번째 계절>이라 비유한 곡이 있음을 생각한다면 흥미롭다. 그리고 그 계절은 화자의 안에 이름도 몰랐던 꽃으로 피어난다. 꿈과 환상에서 빠져나와 ‘너와 함께’ 현실을 살고 싶게 만드는 것. 그건 사랑이라고 말해준다. 나는 자주 글쓰기의 정점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이 가사엔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 않다. 구현우 시인/구태우 작사가는 글쓰기의 비밀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