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잠JAM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요일 Oct 05. 2023

잠(JAM) 19

SF 장편소설

19.귀환자


관리자의 말이 막 시작되려고 할 때 문이 확 열리며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관리자가 돌아보며 누군가? 하고 묻자 두 사람은 대답 없이 관리자와 엘리 곁으로 다가왔다. 한 남자가 속박 도구에 묶여있는 엘리를 보더니 관리자에게 물었다.


- 당신이 이 센터 타이머인가?

- 당신은 누군데 센터에 무단침입을 한 거야? 센터 무단침입은 노역형 정도로 끝나지 않는 1급 범죄다.

- 그건 알 거 없고, 이 여자는 왜 묶여있지?


그가 대답하지 않자 한 걸음 더 다가설 때 관리자가 남자를 밀치고 문으로 달아났다. 품에서 핸드건을 꺼낸 남자가 관리자를 쏘려고 하자 엘리가 소리쳤다.


- 악! 쏘지 마요! 그가 죽으면 베스 언니가 어디에 있는지 못 찾아!


엘리의 외침에 멈칫한 남자가 핸드건을 내렸다. 엘리의 만류로 관리자가 달아나고 나서 세 사람만 남은 콘트롤 룸에 먹먹한 적막이 감돌았다.


- 누구세요?


엘리의 물음에도 남자는 말 없이 품에서 소울 드라이브를 꺼내어 다른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 뭐 하시는 건데요? 저도 좀 알면 안 되나요?


드라이브를 받은 남자가 데크로 올라가 가상 콘트롤 패널을 펼쳤다. 그 모습을 본 엘리가 말했다.


- 저기요. 여기 타이머가 전데요? 아니, 한때는 저였거든요.

- 에밀, 잠시만.


그 말에 데크 아래의 남자가 데크 위 남자를 잠시 멈추게 하고 말했다.


- 당신이 이곳 타이머였다고요? 그게 언제였죠?

- 뭐 말하기는 좀 이상하지만, 한 백 년 전? 쯤에요.


엘리의 말에 남자의 얼굴에 희망의 태양이 떠올랐다. 엘리는 남자의 황금빛 눈동자를 보며 자신의 어두운 내면이 따뜻하게 밝아지는 걸 느꼈다. 뽀송뽀송해질 때까지 바라보고 싶고 그가 누군지 무척 궁금해졌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엘리!


- 근데 당신은 누구죠?

- 저는 기주입니다.

- 어? 기주…그 기주?


엘리가 드라마틱한 표정으로 기주를 보았다. 엘리의 말에 기주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가 엘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 저를 아시나요?

- 별 지우개 조종사, 기주님이 맞는다면 네. 이름을 들었어요.

- 아, 백 년 전에 당신이 이곳 타이머였다면 혹시… 인스톨했던 사람을 기억하고 있나요?

- 네. 저는 사람을 잘 기억하는 편…


엘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주가 급히 물었다.


- 그럼 이룬이라는 사람을 아시겠어요?

- 알죠! 그분 제가 정식 타이머가 되고 처음 인스톨했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 처음이요?

- 네. 걱정 마세요. 신연방 최초로 제가 가수면 상태에서 출산 성공! 휴머노이드 인스톨도 성공! 저 신연방 대학 수석 엘리자베스라고요!


이룬을 생각하던 기주가 엘리의 너스레에 잠깐 마음을 추스르고 데크의 남자에게 먼저 말했다.


- 에밀, 이분에게 부탁해보자. 드라이브를 이분께 드려.

- 네, 기주님. 저는 에밀입니다. 3커뮤니티 수면센터 타이머였고요.

- 아 그래서 그렇게 능수능란하셨구나.


에밀이 엘리에게 드라이브를 건넸다. 하지만 엘리가 묶여있는 두 손을 보여주자 아… 라고 탄식을 뱉었다. 에밀이 기주를 바라보았다. 어떡하나요? 하고 묻는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기주가 핸드건을 꺼내 무기에 달린 가상 스크린을 펼쳐 무엇인가를 터치했다. 그리고는 이어,


푸슛!


으악! 소리친 엘리가 묶인 손이 자유로운 걸 보고 말했다.


- 놀래라. 말도 없이 쏘시다니… 근데 신기하네요? 어떻게 하신 거예요?


기주가 무기의 액정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몇 개의 구분 섹션이 있고 각각 인간, 물건, 동물 등의 심볼이 표시되어 있었다. 똑똑한 엘리가 바로 알아들었다.


- 아, 무기의 옵션을 물질로 변경해서 쏜 거구나요?

- 네, 공격자의 신체에 상해를 가하지 않고 무기물만 제거하여 생포하기 위한 옵션입니다. 동물은,

- 하이에나 같은 위험한 동물을 생포하기 위한!


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말은 좀 해주시지라고 중얼거리며 엘리가 데크로 올라갔다. 엘리가 콘트롤 패널을 펼치고 드라이브를 세팅했다.


- 아? 이룬님과 또 한 분, 모두 두 분이 계시네요!


스크린을 확인하며 엘리가 말하자 기주가 대답했다.


- 이룬과 주린입니다. 모두 깨워주세요.


엘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센터의 시스템에 드라이브 데이터를 전송해 관련 어드레스를 입력하자 곧바로 뜬 검색창에서 이룬과 주린을 입력했다. 언인스톨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인간의 영혼이란 그 존재 자체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인데 저런 드라이브에 담긴다는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일 아닌가?


- 저런 비인간적인 행위는 처음부터 금지해야 했어…

- 네?


문득 혼자 생각하던 기주의 입이 열리고 호기심 대마왕 엘리가 바로 반응했다. 기주가 아닙니다. 라고 얼버무렸다.


- 됐어요.


엘리가 말하자마자 진행 과정을 보고하는 센터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드레스 H-H12542 이룬 스카레이 수면 해제합니다.

어드레스 H-aH12542 주린 아이렌 수면 해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잠(JAM)1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