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OO씨는 뭐가 제일 걱정이에요?
A. 이대로 취업 못하고 부모님 등골 빼먹다가 죽는 날이 올까봐.. 그게 제일 겁나요. 전 부모님께 금전적으로 꽤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Q. 취업을 하기 위해서 지금 뭐라도 하고 계시잖아요, 잘 되실겁니다. 요즘은 어떤 걸 주로 하고 계시나요?
A. 자기소개서를 쓰고..또 쓰고.. 면접도 종종 보러다니는데 결과가 잘 안나와요.
계속 이것만 해도 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Q. 지금 OO씨 상태에서 뭔갈 계속 시도해 보는 것, 끊임없이 해보려고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대단한 겁니다. 저는 OO씨의 그런 모습을 존경합니다. 자, 그럼 약은 어떤가요? 손발이 저리고 가만히 있지 못하겠고 그런 증상들이 여전히 동반되고 있나요?
A. 네, 전 취업 때문에 불안해서 동반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약 때문에 이런 것들이 나타날 수도 있나보네요.
Q. 네, 지금 드시고 계신 약이 과흥분도 가라앉혀 주지만 급격하게 가라앉는 증상에도 효과가 있는 약입니다. 지금 드시고 계신 약 때문에 동반되는 증상일 수도 있으니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스스로를 좀 더 다독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건 OO씨가 노력도 조금 해줘야 합니다. 매일 외출도 하고 햇볕 쬐면서 30분 정도는 걸어주고. 약속할 수 있죠?
A. 네, 근데 매일 걷고 있긴 한데.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불안해지기도 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게 더 나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걷다보면 제가 못했던 일들이 줄줄이 떠올라서 오히려 더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는 날도 있어요.
Q. 우리 생각을 조금 바꿔볼까요, 너무 모든 것을 계획대로,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거나 '나는 뭐든지 잘 할 수 있어' 같은 생각보다는, '내가 이런 면은 좀 부족하지만 내 나름대로 괜찮은 면도 가지고 있어'라던가 '잠시 불안한 건 내 마음의 상태일 뿐이지 나라는 사람 자체가 부족하고 불안정한게 아니야'라는 생각으로요. 아까 말했듯이 스스로를 다독이고 자책 하지 않는 게 지금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OO씨, 너무 잘하고 계십니다.
A. (통곡) 네, 감사합니다.
병원에서 짧은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무너졌던 마음이 어느정도 회복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너무 감사하게도, 매번 같은 내용의 얘기를 침착하게 듣고 아주 작은 점이라도 칭찬해주시려는 선생님 덕분에 더이상 우울하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힘들 때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부족하거나 불안정한 건 아니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을 한다. 다 괜찮고 다 잘 풀릴거라고. 지금은 잠시 힘든 거라고.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자. 삼신할매가 나를 바깥에 낸 건 다 이유가 있고 쓸모가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