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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날리 May 09. 2022

INF(T)J 남편과 ENFP 아내 고찰

같은 듯 다른 주말부부의 생활 루틴

얼마 전 SNS에서 흥미로운 mbti 관련 짤을 봤다. 게시글의 주제는 ‘여자 친구가 속상한 일이 있어서 우울하다고 말할 때, 남자 친구의 반응은?’이었다. 여기서 F형 남친과 T형 남친의 반응이 갈라진다. 속상한 여자 친구를 공감하며 격려해주는 F형 남친과 맛있는 걸 먹으라며 10만 원을 송금해주는 T형 남친. 여자 친구를 위해 금융 치료를 해주는 T형 남친이 너무 웃겨서 게시글을 남편에게 공유했다. 남편의 mbti는 INFJ다. 국내엔 상위 2%밖에 없다는데 내 주변엔 이 유형의 mbti가 꽤 있다. 그런데 남편이 최근 자신이 INTJ 유형으로도 나온다고 고백했다.


"그렇담 F와 T의 혼용인 건가? 아내를 공감해주며 금융 치료까지 해주는 남편이라면 정말 좋은데?"라고 남편에게 넌지시 말했다.


우리는 주말부부니까 생활 패턴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같은 듯 다른 우리. 이제는 소개팅에서도 서로의 mbti를 묻고, 특정 mbti는 지원조차 못하는 회사도 있다고 하니 mbti가 유행을 지나 한 사람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서로의 mbti에 관한 글이 보이면 태그하고 격한 공감을 하며 낄낄 대기만 했었는데, 우리 부부의 mbti를 고찰해보기로 했다.




집돌이와 밖순이


남편은 자칭 집돌이, 나는 자칭 밖순이다. 남편은 확실한 자기만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물론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건 동의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중요시하는 편이다. 나는 시간이 생기면 주변 친구들에게 번개 만남을 주도하는데, 모두 바빠 약속이 성사되지 않은 날엔 속상해한다. 반면 남편은 소수의 친한 친구들만 만나는 편인데, 집-회사만 주로 오가니 친구들을 만날 틈이 없다.


나: "친구들 안 만나?"

남편: "귀찮아."

나: "친구들 좀 만나서 놀아!"


결혼하고 나서 주말부부로 생활하다 보니 평일엔 집에서 쉬고, 주말엔 나를 만나는 남편에게 오죽하면 친구들 좀 만나고 살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집돌이 남편의 장점은 많다. 아내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과 서로 함께 추억을 쌓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담배를 한 번도 피우지 않고, 술도 과하게 마시지 않는 남편이라 회식이나 모임이 있어도 신뢰할 수 있다.


누가 봐도 바른생활 사나이의 남편은 올빼미족인 나보다 항상 먼저 잠이 든다. 그래서 굿나잇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 (웃음) "인싸 부인 아싸 남편"이라며 스스로 '핵 아싸'라고 말하고 다니는 남편이 왕왕 귀엽다.




상상력이 풍부한 망상러 N형 부부


남편과 나는 같은 N형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상상하길 좋아하고, 생각이 많다. 주말에 만나 각자 잠자리에 들 때면 바로 잠이 들지 않고, 서로 스마트폰을 보기 바쁘다. 특히 나는 생각이 많아서 항상 바로 잠이 든 적이 거의 없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면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감정 이입을 심하게 해서 주인공이 울면 울고, 웃으면 함께 웃는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남편에게 늘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질문하곤 한다. 남편은 곤란한 질문에도 대답을 잘해주는 편이다.


상황 1)

나: <좋아하면 울리는> 드라마를 봤는데, 만약 내가 방패를 가지고 있어서 자리 좋알람을 못 울려. 그래도 나 계속 좋아할 수 있어?

남편: 오옹? 무슨 말이지?

나: 말 그대로.

남편: 우웅!


상황 2)

나: 만약 세 살 연상과 열 살 연하 둘 중 누구 만날래?

남편: 오잉?

나: 정답은?

남편: 자기!


혼자 망상하며 답정너식으로 남편에게 질문을 자주 하는 아내가 무척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대답은 꾸역꾸역 잘해주는 남편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자와 속마음을 모르겠는 자


남에게 쉽게 감정이입이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받고 싶어 하는 아내와 F형과 T형이 공존하는 남편. 나는 결혼 전과 후에도 끊임없이 남편에게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이제는 가족 같은 사이지만, 사랑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사랑해"라는 말의 강력한 힘을 알기 때문에 말로 자주 표현을 하고, 또 받고 싶은 욕망이 크다.  


내가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애정 표현을 하면, 남편은 내 이마를 손으로 살짝 툭 치며 무언의 행동을 한다. 이게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의 신호인 셈이다. 남편은 연애 시절에도 한 번도 크게 화를 낸 적이 없다. 늘 같은 표정에 성격도 무난 무난하다. 한결같은 남편의 성격을 잘 아는 지라 말로 표현을 안 해도 나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음을 잘 안다. 그래도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게 모든 여자들의 마음이 아닐까?


나는 시시콜콜한 일상을 조잘조잘 남편에게 공유하는 편이지만, 남편은 남들에게 걱정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속마음을 잘 꺼내지 않는 편이다. 이 문제는 연애할 때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속마음을 캐치할 수 있다. 그렇게 부부는 서로 닮아가나 보다.




머릿속에 다 계획이 있다는 남편 vs. 계획이 뭔가요, 프로즉흥러 아내


남편은 계획을 짤 때 엑셀을 활용한다. 내가 봐도 정리의 신답게 똑 부러지게 정리를 잘한다. 게다가 INF(T)J답게 다방면으로 아는 것도 많다. 그래서 내가 남편보다 두 달 먼저 태어났지만, 가끔 남편이 친구 같다가도 오빠 같은 면모를 보이면 연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관심 있는 일에 집중하다가도 금세 흥미를 잃는다. 그러다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면 거기에 또 흠뻑 빠진다. ENFP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랄까. 내 자아에는 부지런한 P와 게으른 P가 공존하는 것 같다. 계획을 짜기보다는 먼저 실천에 옮기는 편이다. 걱정을 많이 하면서도 '케세라세라'를 외치며 대범하게 행동할 때도 있다.


즉흥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주말에 만나면 전날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고, 당일 어디 갈지를 정하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에 남편이 나와 같은 P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말을 하지 않았을 뿐, 머릿속에 계획을 늘 세우고 다닌다고. 특히 남편은 내 성격과 행동을 잘 파악하고 대응한다. 예를 들어, "내 폰 어디에 있지?"라고 당황하는 아내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웃음)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감정 기복이 심한 아내에게 차분한 남편이 있어 참 다행이다.



뭐든 적당히가 좋은 법. mbti를 너무 신봉하진 않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며 살면 되겠지.


tmi) <간소화한 MBTI 궁합 차트>에서 저희 부부는 천생연분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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