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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날리 Apr 28. 2022

신혼이지만 잠은 따로 잡니다

우리는 합치면 각방을 쓰기로 했다

최근 <부부 절반 이상 각방 쓴다>는 제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흥미롭게도 각방을 쓰는 이유 중 부부 사이가 안 좋아서 각방을 쓴다는 부부가 9%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위는 다름 아닌 '배우자의 잠버릇'이었다. 주말부부인 우리는 어떻게 잘까?


나는 평소 올빼미족에 불면증이 있어서 잠을 쉽게 들지 못하는 편이다. 반대로 남편은 일찍 잠드는 바른생활 사나이로 유튜브 영상을 틀어 놓고 보면서 스르륵 잠이 든다. 남편이 먼저 잠들면 얼마 못가 코골이가 시작된다. 그래서 잠들기 전 남편이 먼저 나에게 귀마개를 쥐어주면서 꼭 끼고 자라고 당부한다. 우리는 두 집 살림을 하다 보니, 서로의 집에서 잠드는 방식이 조금 달라 재미있다. 먼저 남편의 방과 아내의 방으로 나눠 살펴보자.



남편의 방


남편 집에는 두 대의 침대가 있다. 안방에 싱글 침대 한 대와 작은 방에 싱글 침대 한 대. 정확히 말하자면, 안방의 침대는 접이식 토퍼를 깔았고, 작은 방 침대는 매트리스를 깔았다. 난방이 고르지 못해 겨울이면 작은 방보다 안방이 훨씬 춥다. 그래서 내가 내려갈 때면 나는 작은 방에서 자고, 남편은 안방에서 잔다. 남편의 배려로 좀 더 고급스러운 매트리스의 침대에서 편하게 누워 잠이 든다.


각자 떨어져 지낼 때는 남편이 먼저 잠들지만, 같이 있으면 어쨌든 같은 시간에 각자의 침대로 향한다. 내가 잠자리에 들 때면 남편이 항상 작은 방의 암막 커튼을 세팅해 주고, 전기장판을 적당한 온도로 맞추며, 한 시간 뒤에 자동으로 무드등이 꺼질 수 있도록 타임스위치를 조정해준다. 마지막으로 귀마개를 끼고 자라는 달콤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이렇게 잠드는 최적의 조건을 누리며 평소보다 빨리 잠들 수 있었다. 진짜 신기하게도 파주 집에서 잘 때보다 훨씬 빨리, 편안하게, 깊이 잠드는 것 같다. 남편의 소소한 배려로 덕을 본 듯하다. 남편 고마워!



아내의 방


1.5룸 형태의 오피스텔이라 싱글 침대가 하나뿐이다. 놀랍게도 내가 첫 원룸에서 살 때 이전 세입자로부터 싸게 구매한 침대를 여태 사용 중이다. 그래서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고 상태가 좋지 않다. 남편도 너무 불편하다고 해서, 작년에 매트리스를 하나 사서 침대 위에 깔고 잔다. 그랬더니 허리가 눌리지 않아 훨씬 편안한 잠자리가 되었다.


결혼 전에는 좁디좁은 싱글 침대에서 같이 누워 잤었다. 청주 집에서는 방도 따로고, 침대도 따로 자니 편했지만, 파주 오피스텔은 그보다 훨씬 좁다. 체격이 있는 남편과 왜소한 아내가 붙어서 자니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결혼 후에는 주말마다 오갈 테니 좀 더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접이식 소파베드를 장만했다.


그래서 남편이 파주로 올라오는 주말이면, 새 매트리스를 올린 침대는 남편이, 소파베드는 내 차지가 됐다. 1.5룸엔 특별하게 미닫이 문이 있어서 문을 닫으면 침대와 작은 거실을 구분할 수 있다. 잠들기 전 자연스럽게 소파베드를 펴서 침대로 만든다. 그리고 미닫이 문을 닫는다. "귀마개 꼭 끼고 자."라는 남편의 고정 멘트도 함께.




우리도 처음부터 따로 잔 건 아니었다. 서울 원룸텔 시절엔 지금보다 훨씬 더 좁은 침대에서 함께 누워 잔 적도 있었다. 장거리 장수 커플 타이틀답게 여러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서로를 위해서는 따로 자는 게 낫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 것 같다(철이 들었지). "서로 꼭 껴안고 자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라는 말도 이제는 웃으며 얘기할 수 있다.


여행을 갈 때도 숙소는 무조건 트윈룸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우리의 애정전선에는 이상이 없다. "우리는 항상 트윈룸에서 따로 자."라고 여행 스타일을 꺼내면 듣는 사람들이 놀랄 때도 있다. 이미 따로 자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나중에 주말부부를 청산하고 합칠 때도 각방을 쓰기로 했다. 이 의견은 누구랄 것 없이 서로 일치했다. 이것이야말로 중고 신혼의 위엄이 아닐까?


인간은 참 모순적이다. 함께 있길 원하면서도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받길 원한다. 우리도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해주고 서로의 방에서, 서로의 침대에서 터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사를 가게 되면 내가 큰 방(안방), 남편이 작은 방을 쓰기로 합의를 했다. 다른 작은 방은 PC방과 서재의 하이브리드 공간으로 꾸밀 생각이다. 넓은 방을 쓸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난다.


요즘은 방송에서도 연예인 부부가 각방을 쓴다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사이좋게 지내면서 잠만 따로 자는 것이다. 이처럼 부부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나는 이런 변화가 참 좋다.

부부는 무조건 한방에서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외쳐본다.


"한 침대를 쓰지 않아도 매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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