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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날리 Apr 19. 2022

월세살이 아내와 전세살이 남편의 두 집 살림

따로 사는데 돈은 언제 모으냐고요?

나는 집이 없다. 20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뒤, 월세 집만 얻어 살았다. 현재 거주하는 오피스텔도 월세로 매달 32만 원이 빠져나간다. 반면 남편은 줄곧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결혼하고 나서 독립을 했다. 파주 월세살이 아내와 청주 전세살이 남편. 즉 우리 부부의 두 집 살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피스텔은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왔었는데, 최근에 집주인이 월세를 36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소식을 부동산을 통해 들었다. 물가 상승으로 그동안 올릴 수도 있었는데, 이제야 올리게 되었다는 구구절절 소리를 듣고, 그냥 알겠다고 했다. 어차피 곧 남편과 합칠 날이 머지않아서 금액을 올려도 4만 원만 차이가 나니 큰 부담은 없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집주인과 만나 새 계약서를 작성했고, 관할 주민센터에 가서 확정일자가 적힌 신고필증을 받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월세 계약서에 확정일자 도장을 받았는데, 이젠 새 출력물로 신고필증이 나온다.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월세 금액을 변경하니 이것저것 서류 제출을 해야 해서, 그냥 기존 금액인 32만 원으로 할게요." 뭐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고, 주민센터에 다시 가서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어쨌든 나가기 전까지 월세는 동결됐으니 속으로 '오예!'를 외쳤다.


이렇듯 주말부부로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으니, 주변으로부터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따로 살면 돈이 두 배로 들 텐데, 생활하기 괜찮아요?"

"지금 돈은 어떻게 관리하고 모으고 있어요?"


우리처럼 주말부부 계획이 있는 분들을 위해, 또 스스로 정리하기 위해 우리 부부의 현실 돈 관리에 대해 기록해본다.



1. 부부 적금


우리는 월급은 따로 관리하고 있다. 대신 1년 만기 적금 통장을 만들어서 매월 220만 원씩 모았다. 연봉이 나보다 높은 남편이 130만 원, 내가 90만 원을 부담했다. 급여가 들어오면 매달 적금 비 90만 원, 월세 32만 원이 고정비용이 된 셈이다. 새마을금고를 이용했고 1년 만기를 꼬박 채워 2,640만 원을 모았다(이자 제외).


이후 또 1년 만기 자유적금을 들어서 돈을 모으다가, 해지하고 <2022 청년희망적금>으로 갈아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남편과 나 모두 적금 대상자여서 둘 다 가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매달 50만 원씩 각자 모으는 중이다. 합치면 매월 100만 원. 적금 때보다 덜 모으는 것처럼 보이지만, 혜택이 훨씬 좋다. 갈아타기 전에 모아 둔 금액은 토스 뱅킹에 모두 합쳤다. 매일 이자가 쌓이는 토스만의 혜택이 아주 쏠쏠하다. 139일 동안 쌓인 이자만 17만 원이다. 일정 기간마다 입금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도 덜하다.  



2. 개인 생활비는 각자, 데이트 비용은 같이


우리는 '각자, 또 같이' 슬로건을 실행하고 있다. 따로 떨어져서 사용하는 생활비는 각자 모은 급여로 알아서 사용하고, 터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요한 아이패드나 카메라 부품 등 다소 큰 비용이 드는 물건을 구매할 때는 구매한다고 미리 언급하고 구매하는 편이다. 그 외 자잘한 생활용품이나 식비 등은 일일이 보고하지 않고 알아서 충당한다.


주말에 만나 데이트를 할 때 드는 비용은 같이 모은 금액으로 사용한다. 이때 카카오 뱅크 모임통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모임통장은 실시간으로 금액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우리는 처음 한 달에 얼마를 모으는 게 좋을지 고민하다가, 각자 매달 20만 원씩 모으기로 했다. 그러다 가족의 달 5월처럼 소비 금액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40만 원으론 턱없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럴 땐 다음 달의 20만 원을 미리 입금해서 쓰는 편이다.


주말에 드는 데이트 비용은 거의 90% 이상이 식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로 먹는 비용으로 많이 나가지만, 양가 부모님 선물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기도 해서 돈을 넣어도 금방 빠지고, 또 넣고를 반복하고 있다.



3. 주식, 공모주로 소소한 용돈벌이


현시대는 2030 세대의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시기다. 남편은 주택청약 공고가 뜰 때마다 지원하고 있지만, 어림도 없다. 아이가 없어 신혼부부 특공 대신 생애최초를 노리고 있다.


우선 남편은 주식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나는 일명 주린이라, 남편이 주식으로 용돈 얼마를 벌었다고 알려주면 그저 좋아라 했다. 주식 차트를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처음에는 펀드에 가입했다. 주식도 삼성전자와 그 외 3개 정도 들었지만, 결국은 죄다 마이너스행. 펀드도 팔고 주식도 팔았다. 그러다 엘지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에 같이 신청했고, 꽤 쏠쏠한 이득을 얻었다. 앞으로도 좋은 공모주가 있다면 참여할 생각이다.



4.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의 직업으론 돈을 모으기가 어렵다 보니 우리도 사이드 프로젝트에 가담하기로 했다. 남편은 사진 및 영상 촬영과 보정 작업, 나는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유령 블로그라 방문자수는 10명대였지만, 다시 숨을 불어넣기 위해 꾸준히 포스팅을 했고, 지금은 감사하게도 매일 300명 이상 꾸준히 방문자 수가 유입되고 있다.


이것저것 무작정 일 벌이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현재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카페 계정을 운영하며 글을 쓰고 있다. 세 가지 SNS를 혼자 하기엔 너무 벅차서 인스타그램 카페 계정은 남편과 함께 운영한다. 예를 들어 남편이 사진과 영상을 보정해주면, 나는 그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글을 쓰는 방식이다. 댓글과 답방은 함께 작업한다.


남편이 처음 비싼 캐논 카메라를 살 때 너무 비싼 거 아니냐며 걱정했었는데, 남편은 이게 곧 투자라고 했다. 우리는 함께 맛집과 카페 탐방을 하면서 남편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나는 꾸준히 포스팅을 했다. 이렇게 블로그와 카페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레 체험단과 협찬이 종종 들어왔다. 요즘은 체험단 사이트도 잘 되어 있어서 직접 신청해서 신상 카페나 식당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런 소소한 사이드 프로젝트로 작게나마 식비와 데이트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두 집 살림에서 한집 살림을 할 때까지 지금 생활을 계속 이어갈 것 같다. 합치고 나서 돈 관리는 그때 다시 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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