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고민이 많아지는 나이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 내 마음이 지금 어떤지, 내가 왜 이런 감정을 갖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나는 어떤 사람이며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계속된다.
내가 싫어하는 건 금방 대답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걸 대답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가지를 툭툭 쳐나가는 것은 해볼만하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꽃 한송이만 고르려면 신중해질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에게 꼭 맞는 걸 잘 선택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사실은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기가 무서워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하나의 문제에 대해 진득하게 고민하다 밤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심리상담을 받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해볼까 생각하던 차에, 넷플릭스 Stutz(스터츠)라는 컨텐츠를 알게 되었다.
스터츠는 Jonah Hill(조나 힐)이라는 배우/감독이 자신의 심리상담가와 나누는 이야기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조나 힐이 상담을 위해 세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뿐만 아니라, 실제로 스터츠 박사도 자신의 이야기들을 분석에 더해준다. 특히 스터츠는 자신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당혹스러운 표정과 머뭇머뭇 조심스러운 말투에서 이 할아버지 박사도 여전히 자기를 알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가 하는 말이 더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And the highest tier is a relationship with yourself. The best way to say it is to get yourself a relationship with your unconscious, because nobody knows what's in their unconscious, unless they activate it. And one trick about this is writing. You enhance your relationship with yourself by writing."
Jonah Hill (Director). (2022). Stutz [Film]. Netflix
스터츠 박사가 말하기를, 나 자신과의 관계, 정확하게는 자신의 무의식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데, 무의식은 일부러 신경써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나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무의식에 한발 가까워지는 방법으로는 글쓰기를 추천한다.
예전에는 학교에 가다가도 무언가 막힌 기분이 들면 카페에 가 몇시간씩 앉아 그림일기를 썼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는 하루하루 정해진 일들을 해내기 바빠 나의 마음에 대해서는 정작 살펴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동굴로 들어가 스스로가 우울해질 것이 겁나서 일부러 생각을 멈추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해결책은 아니란걸 알고 있다. 나도 나의 무의식에 가까워지는 걸음을 내딛고, 나와의 관계가 깊어지는 여정이 되기를 바라며 글쓰기를 시작한다.
Come walk with me and wonder a lit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