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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희 Dec 11. 2023

Are You Happy?

나는 행복한가? 종종 생각해보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딘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리고 한창 그레타 거윅 작품들을 찾아볼 때, 이런 내 마음을 잘 설명해주는 영화 대사를 만났다.

우리의 20세기 (20th Century Women)라는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청소년기 아들이 자신의 엄마(도로시)에게 엄마는 행복하냐고 묻는다. 조금 더 구체적이게는, '엄마가 내 나이였을 때 미래에 행복할거라고 생각했던 그만큼' 행복하냐고 묻는다. 그러면 엄마는 당황스러운 듯 웃음을 터뜨리면서 아들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행복한지를 곱씹는건 불행해지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Do you think you’re happy? Like, as happy as you thought you would be when you were my age."
"Seriously? You don’t ask people questions like that. Especially your mom. Look, wondering if you’re happy is a great shortcut to just being depressed.”

Mills, M. (Director). (2016) 20th Century Women [Film].



20th Century Women, Dorothea in the kitchen



나는 행복한가? 떠올린 질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요즘 가족들, 친구들과의 관계, 동료들과의 관계와 내가 하고 있는 일, 꿈, 수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여러 상황들을 복합적으로 생각해보는 와중에,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철학적인 고민까지 더해지며 쉽사리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기엔 내가 너무 불행하게 느껴져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말이다.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머릿속에는 '나는 행복한가?'의 한 문장만 남게 된다.



커피를 사는데 꽃이 너무 예뻐 행복했던, 경주의 한 카페에서



도로시도 이런 마음을 알고 말한 것만 같다. 가벼운 마음만을 가진 인생을 살라는 뜻은 아니지만, 우울한 생각의 굴레에 빠지지 말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행복을 조금 더 가벼운 무게로 다뤄도 좋겠다.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그래서 내가 죽는 날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고 뒤돌아 후회한 점 없이 떠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면 너무나도 큰 질문 앞에 압도되는 기분이 드니 말이다. 엄청난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온전한 내 감각을 우선하면서, 내가 기쁨을 느끼는 작은 순간들을 따라가면서 행복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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