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기억하다. 나누다.
* 이 프로젝트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생애사와 드로잉을 통해 성북의 장위동 일대 지역의 미시사를 기록한 작업입니다. 2021년 성북문화재단 예술순환로 성북오픈리서치랩의 소주제연구 지원을 받았습니다.
나는 장위동에서 나고 자랐다. 월곡동에 있는 중학교, 석관동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며 10대를 보냈다. 장위·석관·월곡(이하 장석월)동으로 구획이 나누어져 있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그 경계를 넘나들었기에 나에겐 나눌 수 없는 생활공간이었다. 20대가 되어서는 서울 남쪽 끝에 있는 대학에 갔고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했기에 이곳은 몸을 누이고 부스스 일어나 슬리퍼를 끌며 장을 보는 일상의 휴식처였다. 30대에 나가 살아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길어도 1년을 조금 넘기는 정도일 뿐 늘 이곳으로 돌아와 나를 돌보고 일상을 추슬러왔다. 어느 순간부터 이곳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날 깨달았다. 이곳은 지쳤을 때 기꺼이 돌아오고자 했던 나의 고향이자 늘 삶을 함께해 온 나의 동네이며 지금도 삶에 치일 때 편안히 마음을 놓고 시간을 보내며 다시 기운을 얻을 수 있는 내 일상의 근거지임을. 한때는 이곳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했다. 벗어나고 싶기도 답답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안타깝기도 고맙기도 하다. 아니 이 몇 가지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내 삶의 일부이고 나 역시 이 지역의 일부이기에 쉽사리 나눌 수 없다고 느낀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나는 동안 우리집을 비롯한 많은 곳들이 바뀌었다. 건물들이 사라지고 세워졌고 이제 장위15구역 재개발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집도 함께 사라질지도 모른다. 오래된 건물들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지고 사람들도 삶의 모습도 바뀌어 갈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더불어 사람들의 삶이 보이지 않는 지층처럼 쌓여 이곳만의 특유의 풍경을 만들어갈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결국 이곳의 시간을 채워온 것은 사람들이기에. 나 역시 오늘도 기꺼이 이곳의 풍경이 된다. 장석월에서 자고 먹고 마시며 기운을 얻는다. 어슬렁거리며 동네를 관찰하고 탐닉하고 사색에 빠진다. 사람들을 만나고 웃고 떠들며 하루하루를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 일들을 궁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