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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토베Уштобе

by 문성 moon song

알마티에서 약 3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 우스토베에서 가장 좋은 거주지로 친다고 했던 아파트. 내가 신세진 곳이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의 많은 시간을 이곳을 중심으로 보냈다. 건물은 쌓아올린 시멘트 벽돌을 마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녹슨 철골로 뼈대만 남은 듯 보이는 베란다가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동시에 어떤 비바람도 견딜 것처럼 서 있었다. 흙바람을 일으키는 길과 고개를 꺾어 올려다봐야하는 가로수들과 더불어 호흡하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였다.

나는 곧 아파트를 오가며 어슬렁거리는 가축들과 나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동네사람들에게 익숙해졌고 밤이 되면 이따금 정전이 되긴 해도 새카만 밤하늘에 말로만 듣던 은하수를 볼 수 있고 아침이 되면 신선한 공기와 촉촉한 흙냄새로 시작할 수 있는 그곳을 좋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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