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ris Aug 08. 2019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 - 3.

각각의 모임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가?

사진: Photo by Sanjeevan SatheesKumar on Unsplash


※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는 7~8년 동안 여러 독서 모임을 만들고 운영해본 토대로 작성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며, 절대적인 원칙이 아닙니다. 좋은 독서 모임을 위하여 고민하고 작성한 것이지만, 모임을 만드실 분은 그저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글은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임이나 오로지 개인 소유물로 여기는 모임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독서 모임의 일반적인 형태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각각의 모임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가?


첫 번째 모임의 경우 격주 또는 주마다 한번 모여서 모임을 진행했다. 독서 모임을 만들고 나서 처음 시작한 모임이라, 다른 독서 모임들처럼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읽고 발췌와 발제를 준비하여 토론을 진행했다. 모임은 주말 모임과 주간 모임 두 개로 나눠서 진행했으며 참여 인원은 10명 미만이었다. 선정 도서는 대체로 신문사나 대학교의 100선 중에 다양한 분야를 번갈아 가면서 택했다. 이와 더불어 광복절과 같은 특정일이 걸쳐 있는 날에는 시의성에 맞게 선택을 하거나 과학의 달 등의 특정 주제를 정해 선택하기도 했다. 모임의 참여자들은 대체로 대학생이었는데 대학생들의 시험 기간이나 다른 사항들을 고려해서 소설과 얇은 책 등을 선정하기도 했고 발제뿐 아니라 발췌를 충실히 하여 책을 못 읽었더라도 모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격주 모임 진행 당시 선정 도서 및 소개》
《발제를 위한 협업 게시판을 만들어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발제를 만들 수 있도록 함.》


두 번째 묵독 모임은 참여자들의 서로 다른 취향에 맞춰 그 욕구를 고루 충족시켜주기 위하여 만든 모임이다. 그뿐 아니라 동아리 형태로 만들고 나서 사람은 늘어나는 데 반하여, 그 숫자를 충당할 모임을 만들기 어려운 것도 이 프로그램을 만든 한가지 이유였다. 기본적으로 매일 운영되었으며 오후 4에서 6시,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동아리 방에서 모임을 진행하였다. 참여자는 최소 한 번 이상의 모임을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고 끝나고는 일지에 참여일과 간단한 한줄 글을 쓰도록 독려했다. 의무 참여 시간 외에도 인터넷 서평 게시판을 만들어 한 분기에 최소 한개 이상의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작성토록 했다.


《초기 묵독 모임의 독서 일지 양식》


《휴대폰 앱을 이용하여 자동으로 타이머를 설정해 놓았다.》

모임의 방식은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 즐겨 쓰던 방식이었던 '뽀모도로 방식'을 이용하였으며, 가장 편안한 분위기에서 각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감미로운 재즈를 낮게 틀어놨다. '뽀모도로 방식'은 시간 관리 방법으로서 1980년대 후반 '프란체스코 시릴로'라는 사람이 제안한 방식이다. 그 뜻은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를 의미하며 25분 동안 집중해서 일하고 5분 동안 쉬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1시간 30분 동안은 집중적으로 책을 읽고 나머지 30분 또는 시간을 넘겨 약 1시간 동안 책에 대한 소개와 가벼운 토론을 했다. 토론할 때는 주로 즉흥적인 방식으로 질문을 던져야 했기 때문에, 진행자의 능력이 많이 요구되어 그 이후에는 자주 활용되는 질문을 모아 카드로 만들었다.


세 번째 낭독 모임은 '고전 독회'라는 이름으로 매일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었다. 기간은 약 4개월 많게는 6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진행했다. 모임의 방식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락을 돌아가며 또는 진행자가 지정하여 읽고 잠시 멈춰서 질문을 던지거나 자유롭게 생각을 이야기하는 식이었으며 모임이 끝나면 반드시 진행한 부분에 대한 간단한 기록이라도 동아리 게시판에 어떻게든 작성토록 했다. 하나의 챕터가 끝나면 '궁금하거나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는지?'를 계속 물었다. 필자가 진행자로 있을 때 진행한 책은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등이었으며 이후에도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프레이저 「황금가지」 등의 책이 선정되었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대체로 고전에 혼자서 읽기에는 두꺼워 긴 호흡과 이해가 필요한 책들이 주로 선정된다.


《당시에 낭독 모임에서 진행한 내용을 매일 기록한 결과 보고서, 총균쇠, 제레드 다이아몬드》


네 번째 강독 모임은 필자가 참여하지는 않고 동아리 차원에서 진행된 모임이다. 책은 필자가 아닌 다른 진행자가 진행한 E.H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와 강유원의 「인문 고전 강의」로 진행되었다. 강유원 님의 책은 그분의 강의를 공부한 학생을 중심으로 강의를 함께 보고 토론하는 식으로 모임을 진행하였다. 두 책 모두 일주일에 한 번씩, 한 챕터를 끝내는 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요약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다섯 번째 요약 발표 모임은 낭독 모임을 진행하다가 남은 일정이 여의치 않았을 때 진행했다. 낭독과 달리 집에서 각자 책을 읽어 오고 한 사람이 요약 발표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을 토론에 전념할 수 있었다. 실제 모임은 E. H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를 했었고 르네상스 이후 부분의 챕터를 구분하여 요약 발표하였다.


여섯 번째 연구 모임은 첫 번째 모임의 형태나 다른 형태의 모임 가운데 특별 편성하여 진행한 모임이다. "진중권의「미학 오디세이 1, 2, 3」에서 나오는 챕터 중 선택하여 해당 챕터를 바탕으로 자유 주제로 발표를 해보라."라든가, 아침 「서양 미술사」 시간에 미술 도구를 가져와 이집트 양식의 그림을 그려보거나 미술관에 직접 방문하고 발표하는 식으로 모임을 함께 진행하였다.


《서양 미술사 - 이집트식 그림을 직접 그려보고 그 느낌과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눔》


일곱 번째 모임은 운영자가 책과 모임에 필요한 시청각 자료를 준비한 모임이다. 필자는 「서양 미술사」 모임을 위하여 책에 나온 모든 도판의 가장 큰 사이즈를 인터넷으로 찾아 프레젠테이션으로 만들어 낭독 모임과 발표모임, 그리고 연구 모임의 형식을 적절히 엮어 매일 진행했다. 모임 중에는 큰 모니터를 이용하여 그림을 보고 확대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모임을 진행하였다. 데이비드 보드웰의 「영화 예술」이나 루이스 자네티의 책 「영화의 이해」에 나온 영화 기법 등을 알려주고자 시청각 자료를 만들고 함께 영화를 시청하는 「영화 모임」도 진행했었다. 「서양 미술사」 모임은 여러 번 진행했으며 진행 연도에 따라 격일 또는 매일 진행했다.


《확대 축소가 자유롭고 영상을 삽입할 수 있는 프레지를 활용한 시청각 교육》

여덟 번째 원서 읽기 모임은 특정 원서를 한 시간 동안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고 한 시간은 읽은 부분에 관한 질문을 바탕으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책은 존 그린의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비교적 어렵지 않은 소설로 진행하였다. 일주일에 두 번 진행했다.


아홉 번째 모임은 무작위 토론 방식의 모임으로 한 주 동안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고 와서 자유롭게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그 어느 것도 정해져 있지 않아 연구나 요약 방식이나 혹은 시청각 자료를 준비하여 발표해도 무방한 모임이었다. 예능으로 따지면 일종의 무한도전 스타일이었다. 모임을 진행하며 필자는 즉흥적으로 책에 어울리는 정형화된 질문을 던지거나 여러 지식과 생각을 조합하여 토론할 수 있는 질문을 마련해야만 했다. 여러 책이나 생각이 긴 시간 동안 오고 가는 형태라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일주일에 한 번, 최소 5시간가량 토론했다.

《당시 독서 모임에 관한 소개글 및 모임에서 던진 일부 질문들》


필자가 진행한 모든 모임은 기본적으로 양해를 구하고 녹음을 했다. 녹음은 모임의 기록물이 되기도 하거니와 모임의 참여자들에게는 피드백을 줄 수 있고 비참여자들에게는 토론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모임의 분위기를 쉽게 느껴 볼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해당 녹음자료는 모임의 종류에 따라 미리 양해를 구하고 편집하여 팟캐스트로 전송하였다. 


《필자가 진행한 모임 대부분은 사전에 양해를 얻어 녹음 후 팟캐스트로 전송했다.》


이 외에도 여기에서 언급하지 못한 모임을 짤막하게 언급하면 다른 운영진이 진행한 '시' 모임의 경우 대체로 낭독의 형식과 대화로 진행되었으며 프로젝터 등을 활용하여 은은한 가을 저녁에 외부에서 벤치에 앉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미술 모임 차원에서 미술관이나 궁궐에 다녀오는 체험 모임도 진행했다. 이 외에도 특정 전공자가 해당 전공의 이해를 돕도록 책을 선정하고 모임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고정된 형태의 독서 모임을 추구하기보다 '가치 있는 생각의 공유'를 위해서라면 그 형식을 고정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모임을 시도하고 장려했다. 이 밖에도 수년간 여러 책과 모임을 진행했지만, 대체로 모임에 따라 여러 형태가 조합되어 진행되었다. 이와 더불어 각각의 모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열린 모임과 회원을 받아 진행하는 닫힌 모임으로 진행했으며 상황에 따라 회비를 받거나 동아리나 외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모임이 가능했던 까닭은 대학을 중심으로 하여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거니와 재정적-공간적 지원이 비교적 넉넉하게 이루어진 탓도 크다. 초기에는 그러한 재정적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한동안 첫 번째 모임의 형태로만 진행했었다. 그런 와중에 여기저기 홍보를 하고 도서관이나 여러 부처에 계획서와 함께 제안해서 다른 모임을 할 수 있는 형태로까지 발전했다. 다음에 이야기 형식을 빌려 이러한 과정 전반에 관하여 서술하겠지만, 우선은 이렇게 모임을 할 수 있었던 장소와 홍보 방법을 서술해보겠다. (4부에서 계속.)

이전 02화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 -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