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비 한 마리가 어깨 위로 안착했다.
나는 몸이 굳어,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매무새를 다듬는 나비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더 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내 어깨 위에서 조용히 쉬다 가도록
그저 가만히 날개만, 손짓만, 더듬이만
어설피 바라보다 눈을 감고야 말았다
황금빛 찬란한 날개를 흩뿌리던
너의 환영이 한동안 어둠 속을 맴돌았다
아무런 의미 없이 내 어깨에 앉았겠지만
오늘의 기억이 소중하고 또 슬픈 것이 되리라는 걸
그 순간 어렴풋이 알고야 말았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너에게
황금빛 찬란한 날개를 흩뿌리는 너에게
서투른 손을 내밀어 보다가
다시 주머니에 꽁꽁 감추고야 말았다.
다시, 모른척 바라만 보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