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 소리를 듣기도 전에 눈이 내리고야 말았다
봄이 오는 소리를 막아보려 했지만 봄은 오고야 말았다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계절의 흐름을 바라만 보다가 눈을 감아버렸다
여름도 그렇게 가고 가을도 가버릴 일이다
다시 겨울이 오면 창 밖의 눈을 잠시 기다리다가
서늘한 바람 소리에 창문을 굳게 닫고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책장을 넘길 일이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듯
어제처럼 웃으면 될 일이다
오늘이 겨울인가
내일이 여름인가
계절을 도망쳐온 나에겐 아무래도 상관없을 일이다
봄이 온다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