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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집

나비

by Chris

어느 날 나비 한 마리가 어깨 위로 안착했다.

나는 몸이 굳어,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매무새를 다듬는 나비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더 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내 어깨 위에서 조용히 쉬다 가도록

그저 가만히 날개만, 손짓만, 더듬이만

어설피 바라보다 눈을 감고야 말았다

황금빛 찬란한 날개를 흩뿌리던

너의 환영이 한동안 어둠 속을 맴돌았다

아무런 의미 없이 내 어깨에 앉았겠지만

오늘의 기억이 소중하고 또 슬픈 것이 되리라는 걸

그 순간 어렴풋이 알고야 말았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너에게

황금빛 찬란한 날개를 흩뿌리는 너에게

서투른 손을 내밀어 보다가

다시 주머니에 꽁꽁 감추고야 말았다.

다시, 모른척 바라만 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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