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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ul 09. 2019

책을 읽어도 생각이 안 나고 머리는 멍해져요. (1)

효율적인 독서를 위한 방법 1.

사진: Photo by Susan Yin on Unsplash


문제점1. 몇 달 전에 본 책은 내용이 생각이 잘 안남.
문제점2. 이해가 안 가면 글자만 눈으로 보고 머리는 멍해짐.
문제점3. 성격이 급해서인지 읽다가 눈이 자꾸 옆으로 감.
문제점4. 다른 사람들이 쓴 줄거리를 보면 자신이 잘못 이해했음을 깨닫게 됨.


종종 가는 사이트에서 '책 읽기의 어려움'에 관한 고민 글이 올라왔다. 그분은 자신의 문제점을 위처럼 네 가지로 구분하여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답변을 달았다. 나 역시 이러한 문제를 겪은 적이 있었고 지금도 주변에 이러한 고민을 토로하는 분들이 제법 되는 터라 한 번은 이와 관련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위의 문제는 질문자가 읽는 책의 수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방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래의 마치 헬스장에 가서 자신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무거운 중량의 운동을 하다가 지쳐 버리거나 혹은 힘은 충분한데, 기구의 운동 방법이나 요령 자체를 몰라서 지루해지는 것과 같다. 내용은 이 둘을 모두 고려하고 있으나 대체로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선택한다는 조건에서 '책을 꾸준히 읽어 나가는 요령'을 기술한 것이다. 이번 장은 그중에서 '문제점 3'까지를 다루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딱딱한 문어체보다는 해당 게시판에 썼던 구어체 형식이며 내용을 일부 수정 및 보완하여 정리하였다.




문제점 1. 몇 달 전에 본 책은 내용이 생각이 잘 안 나고


- 몇 달 전에 본 책은 원래 가물가물해지기 마련입니다. 계속 읽고 생각하지 않는 한 대부분이 그래요. 힘들거나 자신이 없어도 독서 모임을 의무라 생각하시고 꾸준히 나가시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점 2. 이해가 안 가면 글자만 눈으로 보고 머리는 멍해지고


- 글자로만 눈이 가는 것은 책이 지루한 것일 가능성이 크거나 읽기에는 조금 높은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문장을 읽는 것도 여러 운동 방법처럼 잘하기 전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연습이 안 되어서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럴 수 있고요. 일단 초급 수준의 독서에서는 '이 문장이나 문단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고 보시는 게 좋아요. 책을 읽기 전에는 목차를 보면서 무슨 말을 할지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하는 게 필요하고요.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소리 내어 읽거나 혹은 전자책이면 TTS로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누군가가 옆에서 말해줄 때는 우리가 집중하게 되잖아요? 그 방법을 활용하는 거죠. 조금 어려운 책이라면 앉아서 보기보다 서서 보거나, 운동장 같은 곳을 운동 삼아 걸으면서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도, 혹은 들어보는 것도 좋아요. 또는 손가락이나 펜을 이용하여 글을 쭉 따라가 보는 방식도 많이 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도서관에서 책을 찾을 때 그냥 눈으로 보기보다 손가락으로 훑으면 좀 더 쉽게 찾는 것처럼 문장에 집중하게 되죠.


문제점 3. 성격이 급해서인지 읽다가 눈이 자꾸 옆으로 먼저 가집니다.


- 이것은 문제점 2와 같은 문제인데, 아무래도 글자를 눈으로만 보고 이해가 안 가니까 자꾸 딴짓을 하게 될 수 있어요. 제 경우에는 책을 읽을 때 타이머를 맞춥니다. 참고로 이때 저는 뽀모도로 학습법을 활용합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포모도로_기법 참조) 이 방법은 기본적으로 25분 동안 집중하고 5분 동안 쉬는 시간을 갖는 학습법으로 앱스토어에서 '뽀모도로'를 검색하면 여러 앱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루에 1시간이면 한 시간을 목표로 하고 문제점 2에서 말씀드린 방법으로 집중해서 읽어봅니다. 또는 제 경우에는 소리 내 읽거나 TTS를 활용하는 것 외에도, 한 가지 방법을 더 하는데, 바로 발췌독입니다. 다만, 무조건 중요한 것만 발췌하는 식이 아니라, 피곤하고 집중이 안 될 때에도 마찬가지로 발췌합니다.

사실 중요한 것만 발췌한다고 하면, 중요한 게 뭔지 파악하느라 더 힘들고 피곤할 수 있어요. 그보다 '문제점 2'에서 해결한 방법인 소리 내 읽기나 TTS를 활용하기처럼 글에 집중을 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발췌를 하는 거죠. 참고로 손으로 쓰면 오래 걸리니, 키보드를 이용하여 발췌합니다.(손으로 쓰실 분은 그러셔도 좋습니다.) 이때에는 그냥 책만 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도 좋지만, 문장을 보시고 이후 모니터만을 응시한 채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보았던 것을 다시 키보드로 치게 될 때, 문장의 의미를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마치 어린 시절 시간이 없어서 친구 숙제를 의미도 생각하지 않고 베끼는 것과 의미를 생각하며 천천히 적어 내려가는 것의 차이랄까요? 혹은, 이해를 많이 못하더라도 빠르게 한 문단을 읽어보고 다시 돌아와서 타이핑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긴 거리를 생각하면 달리는 것이 벅차지만 어느 한 저점을 목적지로 삼아서 달리고 거기에 도달하면 다른 근지점을 목적지로 삼아 달리면 수월해지는 것처럼 독서에도 그러한 방식을 활용하는 거죠. 피곤해도 최대한 빨리 읽고 다시 해당 문단을 다시 읽어 나가면서 일부를 타이핑 하는 것은 독서가 귀찮거나 지루할 때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발췌를 해도 머리에 잘 안들어오면 마치 자신이 이 책의 작가가 된듯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타이핑을 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무슨 영화에서인가 최강희가 칼럼을 쓸 때, 타이핑을 하면서 입으로 중얼거리던 게 기억나네요. 그 방식을 반대로 써 먹는 거죠. 물론 영화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했겠지만, 실제로 글을 쓸 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그 밑에 상황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코멘트를 답니다. 물론 시간이 별로 없거나 힘들면 발췌만 하셔도 됩니다. 코멘트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제가 하는 대표적인 방법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코멘트 방식은 무조건 생각을 달아 놓는 거예요. 특히 중요하다 싶은 것, 혹은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발췌할 때에는 꼭 밑에 그에 대한 생각이나 감상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힘들거나 혹은 부끄러울 정도로 유치하다고 하더라도 의식적으로 적어 놓습니다. 일기식으로 적어도 좋아요. 어렵겠지만, "발췌한 문장만큼의 생각을 기록하자!"라고 다짐을 하고 해 봐도 좋고요. 그러면 어떻게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발췌 "앞에서 우리는 서양인의 의식을 구성하는 세 가지의 사실이라고 믿어지는 것들을 이야기로 꺼냈다. 죽음에 대한 깨달음, 자유에 대한 깨달음, 사회에 대한 깨달음이다. 첫 번째 죽음에 대한 깨달음은 유대인들의 전승에 의하면 구약성경의 이야기 속에 계시된 바 있다. 두 번째인 자유에 대한 깨달음은 신약성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속에서, 모든 개인의 인격 하나하나가 우주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발견을 통해 계시가 된 바 있다. 세 번째인 사회에 대한 깨달음은 산업사회에서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계시가 되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여기에 붙일 수는 없겠으나, 아마도 그러한 계시의 예언자 역할에 가장 가까웠던 이로써 로버트 오언을 말할 수 있다." 「E.H 콜, 로버드 오언 전기 中」

    #생각 인간이 죄악으로 인하여 평생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말년에는 차디찬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생각, 구약에서는 인간에게 죽음을 내리는 엄한 심판자로서의 신의 모습을 통해 인간은 죽음에 대해 깨닫게 한다. 자유에 대한 깨달음을 발견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칼 폴라니의 저서를 읽어봤지만, 잘 생각이 안 난다. 다시 읽어봐야 할 듯싶다. 그래도) 기억이 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 하나하나를 보살피는 장면이라거나 혹은 아흔아홉 마리 무리 떼의 양과 한 마리의 사라진 양 사이의 이야기 등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사회에 대한 깨달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칼 폴라니는 사회는 발견되었다고 말한다. 그 사회에서 인간다워질 수 있는 것은 시장에 의해서 작동되는 사회, 시장의 메커니즘 안에서 돌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다워질 수 있는 사회는 무엇인가를 발견했다는 의미 아닐까? 나는 이러한 추측을 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참조 칼 폴라니 <위대한 전환> 찾아서 정리할 것.


두 번째 코멘트 방식은, 제가 소설을 읽을 때 많이 쓰는 방법인데 저만의 방식으로 발췌한 부분을 각색해보는 겁니다. 주인공을 저로 두고 해도 좋고. 삼인칭 시점의 소설을 일인칭 시점의 저만의 문체로 적어보는 거죠. 이렇게 하면 좋은 점은 문장에서 쓰인 단어들의 의미나 분위기를 좀 더 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해도 왜 작가가 그 단어를 썼는지를 내가 쓴 단어와 비교하면서 느낄 수가 있죠. 가령, 이런 식입니다.


#발췌 「시간은 충분했다.. 침대에 길게 누워 두 눈을 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시간, 긴장을 풀 시간, 휴식을 취할 시간. 하지만 저녁마다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할 만큼 고단하게, 낮 동안 자신이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두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이 창문에서 저 창문으로 배회하게 만드는 이 불안정한 무기력이 어떤 것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비 오는 날이면 느끼곤 했던 무기력이었다. 」

    #각색 「아직 시간이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그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몸이 라텍스 매트리스로 파고든다는 느낌이 들면서 나른함이 온몸을 감쌌다. 이렇게 휴식을 취할 만큼 전날 잠을 충분히 못 자거나 혹은 바쁘게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공허함과 함께 오는 무기력감 때문이었다. 눈을 감으니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약속 시간 직전까지 누워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위의 글은 프랑스와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가져온 발췌입니다. 밑에는 그것을 각색한 것이죠. 두 글을 보면 어떤 무기력감을 표현했잖아요? 그러나 각색하면서 느낀 것은 사강의 '무기력'은 제가 적은 '무기력'과 다른 느낌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의 글은 자신의 의지로는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무기력감이라면 후자는 번 아웃 상태의 피곤함이나 공허함에 따른 무기력감인 셈이죠. 단번에 그 느낌을 알아차린 분도 계시겠지만, 제 경우에는 이 무기력감에 대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각색하고 비교해보니 차이를 알겠더라고요.


세 번째 코멘트 방식은 한 문단을 읽고 핵심이다 싶은 한 문장만을 찾아 기록하거나 문단을 요약해보는 거예요. 나아가 그것을 바탕으로 브레인스토밍이나 트리 구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고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 제1부 독서의 의의
     - 제2장 독서의 수준
         - 최초의 수준은 '초급 독서'
         - 읽기 · 쓰기를 전혀 못 하는 어린이가 초보의 읽기 ·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것.
         - 이 수준의 문제는 '이 문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 제2수준은 '점검 독서'

모티머 애들러 「독서의 기술 中」


※ 물론, 그냥 발췌만 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발췌에 따른 생각까지 하면서 부담감이나 피곤함을 느낄 수도 있으니 이 점은 잘 고려하셔서 하면 될 거 같네요. 한 가지 더 사족을 드리자면, (다른 책에도 필요하겠지만) 문학의 경우 상상력이 중요합니다. 소리 내어 읽거나 발췌를 할 때에도 마치 눈 앞에 영화를 본다는 생각으로 의식적으로 상상을 하면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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