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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ul 10. 2019

책을 읽어도 생각이 안 나고 머리는 멍해져요. (2)

효율적인 독서를 위한 방법 2.

사진: Photo by Noémi Macavei-Katócz on Unsplash


문제점1. 몇달전에 본 책은 내용이 생각이 잘 안남.
문제점2. 이해가 안가면 글자만 눈으로 보고 머리는 멍해짐.
문제점3. 성격이 급해서인지 읽다가 눈이 자꾸 옆으로 감.
문제점4. 다른 사람들이 쓴 줄거리를 보면 자신이 잘못 이해했음을 깨닫게 됨.


종종 가는 사이트에서 '책읽기의 어려움'에 관한 고민 글이 올라왔다. 그분은 자신의 문제점을 위처럼 네 가지로 구분하여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답변을 달았다. 나 역시 이러한 문제를 겪은 적이 있었고 지금도 주변에 이러한 고민을 토로하는 분들이 제법 되는 터라 한번은 이와 관련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위의 문제는 질문자가 읽는 책의 수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방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마치 헬스장에 가서 자신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무거운 중량의 운동을 하다가 지쳐 버리거나 혹은 힘은 충분한데, 기구의 운동 방법이나 요령 자체를 몰라서 지루해지는 것과 같다. 아래의 내용은 이 둘을 모두 고려하고 있으나 대체로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선택한다는 조건에서 '책을 꾸준히 읽어 나가는 요령'을 기술한 것이다. 이번 장은 문제점1~3 이후 '문제점 4'를 다루고 있다. 아래의 글은 딱딱한 문어체보다는 해당 게시판에 썼던 구어체 형식이며 내용을 일부 수정 및 보완하여 정리하였다.




문제점 4. 책을 다 있고 다른 사람들이 쓴 줄거리들 보면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도 있습니다.

 

방대한 책의 일부를 오독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오독일 수도 있고 해석 상의 차이일 수도 있죠. 일단은 잘못 읽을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개의치 않고 읽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줄거리를 완벽히 파악하려고 하고 그에 관하여 글을 쓰려고 하면 안 그래도 책 읽는 것도 죽겠는데, 더 힘들다고 느낄 수 있어요. 차라리 빠르게 훑어 보고 한번 더 천천히 읽어 보는게 좋습니다.

 

오독을 되도록 피하려면, 책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인 방법으로는 표제나 서문을 읽어보기,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목차를 보기, 색인이나 선전 문구들을 먼저 보기 등을 하면서 전체적인 내용이 무엇을 말할지 상상해보는 게 좋습니다. 이를 위해 아기처럼 읽기 방식도 나쁘지 않아요. 아이들이 그림책을 볼 때를 생각하면, 글을 잘 몰라도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잖아요? 그것을 책의 목차나 여러 구조를 보면서 상상해보는 거죠. 더 나아가 소설 같은 경우에는 문체가 어떤지 첫 문장이나 문단은 뭐라 하는지? 표지나 제목, 혹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지, 배경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을 상상하고 입으로 내뱉어 보세요. 비소설의 경우에도 이야기의 배경이 뭔지, 어떤 목적인지,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결론은 뭔지, 서문이나 머리말에는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등등을 미리 알아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입으로도 말해봐도 좋고 혹은 아니면 위의 질문에 더해 아래의 예시 같은 질문지를 만들어서 거기에 간단하게 써 보는 것도 방법이죠.

 

-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소개와 (지금까지 자신이 읽은)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
- 왜 이 책을 읽는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와 계기가 있는가?
- 저자는 누구인가?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목적과 의도는 무엇일까?
- 이 책은 어떤 식으로 말하는가? 또한, 이 책의 도입부 어떠한가?  
- 이 책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면?  
- 자신의 책으로부터 함께 이야기하고픈 부분에 대한 발췌 또는 질문?

※ 테리 이클턴 「문학을 읽는다는 것」과 모티머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등을 참조.


줄거리에 대한 글을 쓸 때에는 우수한 서평이나 스토리처럼 딱딱하게 접근하는 건 초심자에겐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단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물론 할 수만 있다면, 그 방식이 당연히 좋은 방식입니다. 그에 비하면, 아래에 설명할 방식은 일반적인 글쓰기(?)에서 조금은 벗어난 방식입니다. 그러나 부담감은 줄일 수 있는 방법이죠.

 

독서 후 글을 쓰는 적는 첫 번째 방식은 우리가 이따금 영화를 보고 친구에게 이야기해줄 때가 있잖아요? 그 방식을 활용하는 겁니다. 딱딱하게 쓸 필요도 없어요. 마치 친한 친구가 옆에 있다고 생각을 하고 말을 하듯 하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문장을 수정해도 되니까요. 아이가 있다니까, 옆에 아이를 두고 녹음기를 켜고 무슨 책인지 아이에게 설명해주세요.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이 책은 무슨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블라블라…." 이런 식도 괜찮습니다. 편하게 아이가 "아! 그런 내용이구나!"라고 맞장구쳐줄 수 있는 수준으로 말해주세요! 녹음을 했다면 그것을 들어보시고 글로 쓰셔도 되고 아니면 처음부터 글을 쓰면서 아이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말해주시면 됩니다.


또 하나는 '~음, 슴' 체로 쓰는 겁니다. '~다'로 끝나는 문장의 경우, 말이 이상하거나 모순된다고 하더라도 앞뒤 문장을 무의식적으로도 조응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이 문장에서 어색함을 느낄 때, 더 글을 써 내려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죠. 결국, 생각은 아직 많은데 그것을 말이나 글로 풀어내지를 못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음, 슴' 체로 쓰면 앞, 뒤 문장의 인과 등의 조응을 신경 쓰지 않게 되느냐?」 라고 한다면 사실 그건 아닙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글쓰기나 말하기로부터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훈련된 '문장이 조응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을 깨뜨려, 문장이 다소 어색하더라도 조금은 더 편하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죠. 그렇게 속에 있던 생각을 어느 정도 풀어 내놓고 나서, 수정을 해 나가는 겁니다. 처음에는 '~다.' 방식으로 바꾸고, 문장들이 조응할 수 있도록 수정하고, 문장 중간에 생각을 더 추가하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빼는 식으로 계속 수정을 해 나갑니다. 저는 이 방식을 글을 스케치하는 방식, 또는 이미지로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논리를 따지기보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그렇게 스케치를 하계속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 글이 됩니다. 나중에 이 방식이 익숙해지면 '음, 슴'체의 스케치가 아니라 처음 쓸 때부터 '~다.'로 끝나는 문장으로 써 내려가면 되고요. '내 글은 쓰레기야!'라고 생각하셔도 한 일곱 번 고치면 볼만한 작품이 될 수 있으니까 일단 쓰레기라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참고로, '구어체'문장으로 쓰는 것도 글쓰기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사한 방법입니다.

 

다른 방식으로는 시간이 넉넉하다면 내용을 인터뷰 방식으로 각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가 '다큐멘터리 인터뷰' 방식이라고 이름을 붙인 건데, 책의 내용을 마치 BBC 다큐멘터리 혹은 다른 티비 프로그램의 인터뷰처럼 꾸미는 겁니다. 머릿속에서 티비에 나오는 인터뷰 장면과 성우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글을 쓰는 게 중요합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 14세기는 어떤 시대였나요?

    12~13세기는 농업을 기반으로 하여 권력과 학문의 중심이 수도원이나 봉건 귀족에 있었던 거대한 대성당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14세기는 상업의 발달과 더불어 도시가 커지고 시민이 교회와 봉건 영주들의 권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시기죠. 이 시기는 예외적인 경우는 존재하나 대체로 세련된 것을 추구한 시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이 시기의 건축은 어떠했는데요?

    영국에서는 소위 '초기 영국 양식(Early English Style)'이라고 알려진 초기 대성당들의 순수한 고딕 양식과 그 이후 그 양식이 발전하여 생긴 '장식적 양식(Decorated Style)이라는 것으로 구분됩니다. 명칭이 말해주듯 취향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4세기에 고딕 양식 건축가들은 장엄한 외관에 만족하지 않고 복잡하고 장식적인 트레이서리를 통해 솜씨를 과시하려고 하죠.

E.H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 中」

 

마지막 방법은 읽으면서 문장이나 문단에 나열된 중심 단어나 문장을 따로 정리해두고 그것을 말이 되게 쭉 이어보는 방법입니다. 키워드를 보면서 읽었던 것을 상기하는 거죠.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에는 각 장에 들어가기 전에 다음과 같은 키워드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키워드를 통해서 1장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죠. 빠르게 읽고 아래와 같이 정리 후, 한 번 더 볼 때 이러한 키워드를 참고하거나 줄거리를 쓸 때에도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쓰면 간단하게 글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들어가며 - 뿌리 - 노섭 가문 - 출생과 혈통 - 민투스 노섭 - 앤 햄턴과의 결혼 - 좋은 결심 - 챔플레인 운하 - 캐나다 뗏목 여행 - 농장 - 바이올린 - 요리 - 사라토가 이사 - 파커와 페리 - 노예 · 노예제 - 아이들 - 슬픔의 시작

솔로몬 노섭 「노예 12년 1장 中, 이세현 옮김, 새잎」


말씀드리고 싶은 바는 꼭 책을 읽을 때 정형화된 방식으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한 어렵게 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마치 재밌는 영화를 보고 나서 느끼는 생각들을 친구에게 말하듯이 책도 그렇게 여기고 나가면 되죠.

 

영화에서도 기생충처럼 곱씹어볼 영화가 있듯 책도 피곤하더라도 여러 번 곱씹어봐야 할 책들이 있어요. 이런 책들이 사실 좋은 책일 가능성이 매우 크며 독서력을 키우려면 이런 책을 목표로 꾸준히 노력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책 읽기는 운동하기랑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있어서 꾸준히 운동하고 좋은 것을 섭취해야 하듯, 독서도 꾸준히 좋은 것을 꼭꼭 씹어 섭취하는 게 좋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되었든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모든 것이 그러하듯 분명히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고요.


《 Scapple 프로그램을 이용한 독서 구조화 (향연, 플라톤) 》


《Almind 을 이용한 도서 요약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르놀트 하우저)》

 

《workflowy 를 활용한 독서 발췌와 정리 (부분과 전체, 하이젠베르크)》


참고로 기록할 때 연필이나 포스트잇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는 주로 위의 방법을 사용할 때 컴퓨터나 앱을 많이 활용하는 편입니다.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몇 가지 언급하자면 mindmap 류의 프로그램이나 workflowy와 같은 트리 구조 프로그램도 상당히 좋. 위의 예시로 한 독서 기록은 모두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만든 겁니다.

 

한 가지 더 드리면, '문제점 1'에도 말씀드렸지만, 바쁘시겠지만 가능하다면 '독서 모임을 될 수 있으면 빠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해보세요. 주어진 시간 안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는 것은 동기 부여 측면에서도 상당히 좋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힘들더라도 발제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세요. 발제를 만들 때는 단순히 해당 책을 보고서 '내용을 이해하는가?' 또는 느낀 점 등을 물어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과거에 자신이 읽었던 책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를 찾아보거나, 과거 책에서 저자의 생각이나 주장이 담긴 부분을 발췌하여 지금 책의 연관되는 부분과 엮어서 질문을 만들어 보는 것도 굉장히 좋은 독서 방식입니다. 이렇게 몇 번 만들다 보면 몇 달 전에 읽은 책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간이 있어야 하고 쉬운 방식은 아니지만, 분명히 독서력의 향상에 도움이 될 방법일 거예요.


※ 아이를 키우신다니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한 권의 책을 끊임없이 읽어달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나중에는 글자도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외워 어른들을 속입니다. 어른들의 책 읽기도 그렇게 하면 좋습니다. 한 번 봤다고 해서 끝낼 게 아니라 여러 번 보는 거죠. 아무리 좋은 독서법이라도 독서 한번으로 완벽해지긴 어렵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꼭 다(多)회독을 해보세요.



※ 요약 정리 

1. 힘들어도 꾸준히 독서 모임을 나가서 읽은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라.
2. 묵독이 어렵다면 소리내어 읽거나 전자책의 TTS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3. 뽀모도로 학습법처럼 자신에게 맞는 독서 시간과 휴식 시간을 정해놓고 읽어라.
4. 책이 눈에 잘 안들어오면, 다양한 방식으로 발췌나 요약을 하고 시간이 있다면 그 아래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라.
5. 시간이 되면 독서 모임에 참여하여 발제문을 만들어 보거나 다회독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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