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곳에서
무작정 걸었지
끝이 보이지 않아
무작정 울었지
앞이 보이지 않아
슬픔이 목 끝까지 차올라도
여전히 눈썹달은 반짝이고
눈물에 손 끝이 녹아내려도
한강은 흐른다
홀로 선 내 앞에서
휘몰아치는 온갖 감정 더미,
심장을 내리치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켜켜이 묵힌 나무껍질을 벗겨내듯
과거로부터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던 때
설렘과 두근거림
유쾌한 농담과 웃음이 흐르고
흥겨운 노랫소리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추억이 된 곳이 떠올라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평온한 마음으로 그 길을 걸을 수 있겠지
둘이 아닌 혼자라도 외롭지 않고,
비릿한 물냄새마저 무심히 넘겨버릴 수 있겠지
그리우면 그립다,
혼잣말이라도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