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오디세이 플래닝, 직접 해보고 느낀점
스텔러스 레터에서 많은 분들의 성원을 받았던 글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법>에서는 '오디세이 플래닝'이라는 프레임워크를 소개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프리랜서 에디터 그룹인) 스텔러스와 함께 협업하는 에디터 진수 님이 위 글의 후속편을 작성해주었어요. 직접 본인의 오디세이 플래닝을 작성해보고, 그 경험과 의의에 대해 정성스레 글을 썼습니다.
모든 도구는 결국 쓰임 받아야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오디세이 플래닝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직접 빈 칸을 채울 때 의미가 있을 겁니다. 진수 님의 후기가 여러분에게 동력이 되길 바랍니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여러분도 스토리텔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텔러스 15번째 레터를 시작합니다.
[스텔러스 다이어리 기고]
닮고 싶은 브랜드, 사람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드는 스토리텔러 최진수입니다. 비마이비 외에도 뉴닉, 폴인(fol:in), 원티드, TMI.FM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모든 존재가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정체성과 언어를 다잡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항해 중입니다.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 이래, 불안할 때마다 되새겼던 문구다. 계속되는 직장 부적응, 그로 인한 번아웃으로 강제로 쉬는 시간을 가진 나는 처음으로 ‘직장이 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글쓰기 모임과 에디터 커뮤니티 등에서 활동하며 에디터가 새로운 길이라는 믿음이 생겼고, 2022년 12월 나 홀로 프리랜서 데뷔를 선언했다.
패기는 좋았지만, 준비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만들어둔 포트폴리오도 없었고, 이전 커리어는 에디터와 관련된 직무가 아니었다. 당연히 기회가 잡힐 리가 없었다. 독립 후 오랫동안 나는 네 능력을 의심하고, SNS에 올라온 다른 사람의 성취를 질투하며 하루 대부분을 보냈다.
그러나 하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은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조금씩 나만의 무언가가 쌓였다. 관심사와 취미, 일하는 태도가 투박하게나마 정리됐다. 그렇게 조각모음 된 역량을 정성들인 콜드 메일에 담아 보냈다. 그런 노력의 축적에 과분할 정도의 행운이 더해져, 이제 나는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정도로는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루하루를 착실히 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싶은가’, ‘어떤 전문성을 갖추고 싶은가’ 같은 질문들을 마주하며,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그려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루도 모자라 1시간이 멀게 변화하는 콘텐츠와 브랜드의 세계를 보며, 더더욱 나만의 항로를 설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스텔러스 뉴스레터를 통해 알게 된 ‘오디세이 플래닝’이 반갑게 느껴졌다. 나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도와주면서도, 너무 진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생각하고, 5~10년 후의 모습이 어떨지 스케치하듯 글로 써보는 것. 그게 바로 오디세이 플래닝이다.
아래 글은 2024년 11월 1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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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그것을 발명하는 것이다.”
애플과 월트 디즈니, 휴렛 팩커드(HP)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한 앨런 케이(Alan Kay)가 1971년 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우리가 지금 쓰는 PC와 그래픽 인터페이스(GUI)의 개념을 정립한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종종 언급되는 그의 명언은 오디세이 플래닝의 핵심 가치를 잘 설명해 준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는 것에서 벗어나, 나의 몇 년 후를 스케치해 보며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나아갈 과정도 그려보는 것. 그것이 오디세이 플래닝의 핵심 가치다.
스탠퍼드 라이프 디자인 랩은 2018년, 유튜브 채널에 오디세이 플래닝 강연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강연들에서 빌 버넷(Bill Burnett) 겸임교수는 오디세이 플래닝을 이렇게 설명한다.
정교한 설계가 아닌 가벼운 브레인스토밍이다.
인간의 생애주기는 이전보다 길어졌고, 사회 변화 속도도 빨라졌다. 때문에 한 사람이 살면서 변곡점을 만날 일이 더 많아졌다.
그렇기에 간단하게라도 ‘나는 이렇게 살겠구나’를 살펴보는 일은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변곡점에 선 나는 어떨지 미리 준비할 기회다.
내가 필요할 때 하면 된다.
오디세이 플래닝은 ‘언제 해야 한다’ 같은 법칙은 없다. 이직이나 결혼처럼, 삶의 큰 변화를 앞두고 있을 때 해 보면 좋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는 시선이 좁아질 수 있다. 오디세이 플래닝은 이럴 때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아이디어들을 떠올리고, 우선순위를 매겨 삶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3개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내가 가고 싶은 미래, 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미래, 그리고 돈과 시간 등 리소스로부터 자유로울 때 나의 미래.
각 시나리오별로 아래의 것들을 작성해 본다.
시나리오 제목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생각해 볼 3개의 질문
시나리오별로 내가 느끼는 정도를 표시 (자원, 좋아하는 정도, 자신감, 일관성)
미래를 이렇게 스케치해 볼 생각은 못 했다. 몇 년 후의 내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는 게 두려운 마음도 컸고, 상상한다 해도 얼마나 소용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마음 한구석에는 ‘언젠가 한 번은 고민해 봐야 한다’는 메시지도 묵직한 무게추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오디세이 플래닝을 알게 된 지금은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신호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가볍지만 진지하게, 나의 미래 서사를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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