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한번쯤 페테르고프 여름궁전?
크론슈타트에서 175번 버스를 타고 로마노소프 까지 가서 로마노스프 기차역 앞 읍내같은 번화가에서 200번 버스로 갈아탔어요.
버스를 몇번 타다보니 얀덱스맵에서 가르쳐주는 버스 중 어떤게 더 빠르게 올 지 대략 감이 잡힙니다. 얀덱스맵이 매우 정확하게 가는 길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첫번째로 추천해주는 경로가 항상 제일 빠른 건 아니거든요.
빨리 오는 버스는 시간이 뜨기도 해서 편리하기도 하지만, 항상 도착시각이 표시되는 건 아니예요. 어떤 버스나 전차, 트롤리 는 그 데이터베이스에 나오지 않기도 하고, 각 정류장에 하루 몇번 안오는 버스가 있는 반면, 매 5분, 10분, 15분 마다 오는 버스들도 있어서 얀덱스맵에서 가르쳐주는 시각이 완벽히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상트의 시내교통은 잘 되어 있지만, 외곽으로 나갈 수록 이러한 버스의 도착예정 시각이 변화무쌍한데, 아마도 우리나라 지방에서 처럼 항상 간선도로를 통해서 주노선을 다니는 정기적인 버스가 있고, 하루 몇번만 시간 정해서 오는 버스가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인 듯 합니다.
소요시간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확함이 있지만, 크론슈타트 가는 버스를 탔을 때 워낙 빠르게 잘와서 이제 상트 노선버스 에 대한 신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실제 버스들이 빠르게 목적지에 다다르니 페테르고프 가는 것도 별로 두려움이 없어졌고, 그 경험을 통해서 어떤 버스가 가장 빠르게 올 것인지에 대한 감도 생겨 버렸어요.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서 점점 더 자신감이 붙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요시간을 확인하려고, 중간중간 찍은 사진들 점검해 보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타났어요.
베고바야 정류장 9시30분 출발, 크로슈타트 정류장 10시10분 도착
크론슈타트에서 11시40분에 출발, 로마노소프 에 12시30분 도착
12시35분쯩 로마노소프 출발, 1시15분 즈음 페테르고프 정류장에 도착
페테르고프 정류장에 도착해서 길가에 있는 노점에서 기념품 하나 구입하고, 길을 건너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아래정원 Нижный парк / Lower park 입구로 걸어가서 전날 사이트에서 구매한 입장권 바코드를 찍고, 기다리는 시간 없이 분수가 있는 정원으로 입장하였습니다.
페테르고프 에서 볼만한 곳은 아래정원의 분수 컬렉션과 페테르고프궁전 이 있다는데, 궁전이야 에르미타주 에서도 실컷 볼 수 있으니 과감히 스킵하였습니다.
바다를 좋아하는 저는 삼손분수와 그의 형제들이 있는 분수컬렉션과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눈에 담기로 했고, 가족들도 이미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핵심만 둘러보는 저의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어디든 보여만 달라, 열심히 따라는 가 주겠다." 같은 심리상태가 아닐까 생각해요. (나중에 물어보니 맞다고 하심)
삼손분수는 워낙 유명하고, 담긴 이야기도 많이 전해 오지만, 저의 머리속에 다시 한번 정리하기 위해서 몇가지 특징만 써봅니다.
하나, 삼손분수는 거의 300년 전에 만들어졌고, 당시 기술로 펌프없이 물의 낙차만으로 설계
둘, 삼손은 표트르대제, 사자는 스웨덴을 상징. 스웨덴을 쳐부순 폴타바전투를 기념
셋, 페테르고프는 예카테리나 여제가 여름에 사용할 목적으로 건축. 그래서 여기가 여름궁전, 반대로 상트 시내에 있는 에르미타주 가 겨울궁전
넷, 이곳까지 2차대전 때 독일군 점령지. 그당시 파괴되어 다시 복원하였음
대략 이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것 같네요.
실제로 가보시면 알겠지만 아래정원에만 수십개의 분수가 있습니다. 전체 60개가 넘는다는데, 모두 다 볼 수는 없고 발길 가는대로 거닐다 보면 각각의 눈에 들어오는 멋진 공간을 발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저희는 다른거 다 포기하고 삼손분수를 중심으로 한쪽으로 내려가서 바닷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반대편까지 사진 찍는 방식으로 걸었습니다. 그래서 삼손분수 사진들과 바닷가 사진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참고로 삼손과 비슷한 남자가 물고기를 찢고 있는 분수도 있는데 이건 트리톤 분수라고 합니다. 트리톤은 포세이돈의 아들. 이 조각상은 발트해 전투에서 스웨덴에 대한 러시아의 승리를 상징한다고 하며, 바다 괴물이 트리톤의 허벅지를 물었지만, 강력한 힘으로 이빨투성이 입을 찢어 8미터 길이의 물줄기를 뿜어내는 모습이라고 하네요. (이런 걸 보면, 당시에 러시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스웨덴이라는 게 확실합니다.)
페테르고프에 서둘러 오면서 특별히 들어가고 싶은 레스토랑이 없어서, 아침식사 후 두시까지 아무것도 못 먹어서 가족들의 배고픔이 절정에 달했어요.
그 때 보인게 바로 페테르고프 아래정원 선착장에 보인 Park Cafe 의 피자집 (안으로 들어가면 피자집과 커피숍 두개로 나뉘어져 있고, 좌석은 공유하고 있는 푸드코트 방식).
피자집 상호는 프리찰피자, 즉 선착장 피자 라는 의미. 가격은 저렴하고, 작은 크기의 원달러피자 정도 크기이며, 이를 6조각 내서 줍니다. 굉장히 바삭하게 만들어서 꽤 만족도가 높았고, 이정도면 관광지에서의 가성비는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했어요. 다만, 같이 시켰던 크루아상은 그닥 신선하지 않았기에, 혹시나 이 글을 읽고 페테르고프 프리찰피자 가시는 분은 피자 집중공략 추천드립니다.
피자를 먹고 바닷가 더 둘러보고, 삼손분수 반대편 까지 사진을 건진 후에 저희의 페테르고프 까지의 여정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더 둘러보면 좋겠지만 우리의 체력이 허락하지 않아서 버스정류장을 통해서 210번 타고 호텔로 복귀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페테르부르크 여행의 핵심이었던 마린스키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P.S. 일반적으로는 페테르고프 출발 및 도착 버스는 지하철역 아프토보 역에서 연계가 됩니다. 저희는 이미 얀덱스맵을 통한 버스 연결편에 숙달되어서, 아프토보역을 지나쳐서 버스로 갈아타고 호텔로 한번에 돌아오는 루트를 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