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이라는 연대

`welcome to the show` by 데이식스

by 오정연


최근에 눈여겨보고 있는 밴드그룹이 있다. 차례대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24년 앨범 `포에버(Fourever)`를 시작으로 정규& 미니앨범, 콘서트, 방송 등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데뷔 9년 차 밴드 Day6. 그들이 무대 위에 오르기 전에 항상 외치는 구호가 근사하다.

https://youtu.be/64WFMICYQ9w?si=BcuSIVxVHEsPcaeQ


“ 잘할 거 아닙니다.

놀다 옵시다.

하나, 둘, 셋,

Day 6!”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될 때 떠올려 볼만한 Self-massage로 딱이구나 싶어진다.


이 밴드를 필자가 알고 있는 내용으로 소개해 보자면, 먼저 데이식스 멤버 전원이 각자의 악기와 보컬을 맡고 있다는 장점도 크지만 음악평론가들의 취향저격이 될 만한 깊이도 있다. 대중에게는 2024년 벚꽃 시절에 신곡과 함께 역주행을 불러온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를 부르는 아이돌 밴드로 제대로 눈도장을 얻었다.


데이식스를 알게 된 계기는 가정폭력과 학폭의 상처로 고1에 자퇴를 선택했던 여리고 예뻤던 한 소녀 덕분이었다. 상담이 끝나면 데이식스 영케이가 진행하는 `보이는 라디오` 방송에 자주 맞춰 간다 했었던 기억이다. 말수가 워낙 없던 그 아이가 드물게 관심 있어하는 소재이기에 집중해 귀 기울이니, 그녀는 자신이 왜 이 그룹을 좋아하는 지를 반짝이는 눈망울로 쏟아내었다. 내 기억 속의 그 소녀는 멤버들의 반듯한 인성과 밴드활동의 성실함이 방황하는 자신을 세워주는 중심으로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데이식스를 제대로 눈여겨보기 시작했던 영상은 우연히 본 `DAY6(데이식스) - Welcome to the Show | 야외녹음실 | Beyond the Studio | 원필 Young K 성진 도운 - YouTube 편이었다. 서로가 마주 보는 원형 자세로 노래 부르고 연주하며 눈 맞춤과 웃음으로 함께 하는 연대를 보여주는데 나도 더불어 뭔가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각자가 군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모였다는 저 영상에서 흐르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양파껍질 까듯 하나씩 자료를 찾다 보니 멤버 각자가 얼마나 진한 소속감과 책임감으로 Day6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5년간의 긴 연습생 생활을 견뎌서 데뷔했으나 각자가 밴드를 원했던 것도 아니어서 밴드팀 배정을 받았을 땐 `밴드는 어떻게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실감 나지 않았다 한다. Day6 팀이 만들어지고도 `자신들의 이야기로 노래를 만들어보라`는 회사의 주문이 이어지고 `우리가 좋은 곡을 쓸 수는 있을까`라는 고민, 그리고 부담감의 시간들을 켜켜이 견디어 내면서 이제는 작사, 작곡까지 책임질 수 있는 완성형의 밴드가 되었다.


그들이 멋진 밴드가 되기까지 주당 100시간의 합주의 날도 있었고, 악기를 보지 않고 앞만 보고 연주하기 위해 불을 끄고 연습하기도 했고, 서로의 음악취향을 많이 공유해 가며 진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며 지내왔다 하니 군백기를 끝내고 돌아와 새 앨범으로 복귀하면서의 `우리가 함께`하는 그룹이라는 연대감이 굉장했을 것이라 싶다.


특히 군복무의 공백기는 활동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입대해 최대한 공백기를 줄이려는 시도로 2021년 성진을 시작해 영케이, 도운, 원필순서로 군복무를 최단기간 마쳤다. 입대 전후로 영케이는 DJ활동과 예능에도 발을 담그며 `데이식스`을 알리는데 열성을 보였고, 해군에 입대했던 원필은 조금이라 빨리 데이식스로 복무할 마음으로 해군 중 가장 힘든 갑판병으로 전역할 때까지 배를 탔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2024년 앨범 `포에버(Fourever)`타이틀곡 `웰컴 투 더 쇼`는 세상이라는 무대 위 손잡고 같이 서준 이들을 향해 보내는 세레나데란다. “모두가 같이 듣고 즐거워하고, 뛰면서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어요”라는 영케이의 말처럼 이 곡은 아침 기상 송, 그리고 오후의 나름 함을 날리는 청량함으로 나의 최애곡이 되고 있다.


`Welcome to the show`

이젠 혼자가 아닐 무대 너무나 감격스러워

끝없는 가능성 중에 날 골라줘서 고마워

나와 맞이하는 미래가 위태로울지도 몰라

하지만 눈물 가득한 감동이 있을지도 몰라


신곡 타이틀인 이곡에서 팀워크와 서로에 대한 믿음에 대한 가사를 듣고 있으니 또 한 팀이 생각났다. 평창 2018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스 금메달 팀인 캐나다 대표 `테사 버츄 & 스콧 모이어` 의 `피겨 아이스댄스` 영상을 본 적이 없다면 꼭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


20년 동안 한결같이 파트너로 성장해 오면서 잦은 부상, 수술 공백기를 겪으면서도 2019년 테사가 트위터로 팀의 공식 은퇴를 발표하기 전까지 함께였던 가족 같은 팀이다. 국민영웅인 김연아 선수와도 같은 시기에 활동했었고 아이스쇼로 목동아이스링크에 선 적도 있는 일명 `버모네`팀으로 국내에 알려지기도 했다.


테사버츄가 부상당한 상태일 때 기량이 좋아서 파트너로서 선호도가 높았던 스콧이 팀 해체보다 버츄를 위해 커플 심리상담을 선택했던 일화도, 여러 번의 부상과 현역으로 활동하기 버거운 나이에도 파트너인 스캇과의 함께하는 도전을 선택했던 테사의 뚝심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팀워크가 단단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누군가와 함께 연대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이 있다. 상대에 대한 진심을 다한 관찰, 그리고 말과 행동으로 보이는 존중과 배려다. 그와 더불어 필수적인 것는 일방이 아닌 쌍방통행의 대화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식스`도 `버모네`팀도 소속팀을 위해 개인을 내세우지 않았고, 서로가 상대방에게 필요한 부분을 알아가면서 노력한 면이 닮아 있었다. 데이식스의 밴드활동 9년을, 그리고 버모네팀의 피겨활동 20년을 있게 한 것은 서로에 대한 애씀인 것이다.


이 두 팀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눈여겨본 지점 또한 `내가 옳다`고 본인을 내세우지 않았고, 파트너들의 상태, 가치관, 차이, 고민 등을 열린 마음으로 주고받았던 점이다. 그렇게 쌓인 시절을 보낸 그들이니 가족보다 더 끈끈한 연대감을 갖고 있구나 싶어 부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필자 역시 연대하는 이들과 그러한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고 말보다 행동으로 옮겨가려 노력 중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되었을, 데이식스 찐 팬이었던 그 소녀 역시 바르고 성실한 사람을 볼 줄 아는 현명함을 이미 갖고 있었으니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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