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by 성시경
https://www.youtube.com/watch?v=kiuHKKbNYII&list=RDkiuHKKbNYII&start_radio=1
한 가족이 있었다. 그들은 만났던 곳은 종합사회복지관 놀이치료실에서였다. 바우처 서비스로 의뢰된 초등학생과 보호자였던 아이의 엄마. 여기까지는 그 당시 놀이치료를 받던 다른 어린 친구들 가정과 다를 바 없는 흐름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녀와의 인연은 내가 기관을 이직한 시점까지 오래 이어졌다.
태어나서 그때까지 수많은 상처와 불운이 한 사람과 가족에게 일어날 수도 있구나 싶을 피폐한 사연에도 내가 주목했던 것은 놀이실에 올 때마다 한결같았던 아이의 비누향이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자신의 상태에도 아이들만큼은 단정함을 유지해 주기 위해 애써온 엄마의 정성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비누향에 담긴 간절함이 나에게도 전이되어 근무하는 동안 복지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에 그 가족이 참여할 수 있도록 나름 신경 썼던 것 같다.
상담사이지만 복지관 안에 소속된 혜택으로 받을 수 있는 여러 복지지원 정보들을 알 수 있었고, 해당 기관 복지사 선생님들과 함께 그 가족이 어떻게든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도록 버텨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쩌면 내가 상담심리학을 접하고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냐는 질문이 온다면 바로 이 가족을 떠올릴 것이다.
상담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좌절감이 올라오는 순간이 여러 차례 있을 정도로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모두 아픔과 상처로 인해 때론 고슴도치처럼 날이 서거나, *몰입애착의 모습을 보이거나, 은둔을 선택했고, 그럼에도 파도타기 하듯 희망적인 모습도 비치었다.
아마도 나는 `상담사라면 일하면서 겪어 볼만한 복잡한 감정과 다채로운 통증의 흐름`을 그들에게서 경험했던 것 같다. 다행히 단기간의 상담서비스로 그쳤더라면 좋아지고 있다는 싸인을 만나지는 못했을 것 같았던 가족에게 복지관과 정신보건센터의 특별사례지원이 장기간으로 이어지고 있었고, 이직 이후에도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고 있다는 그녀의 소식을 우회적으로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직도 그 가족에게는 가야 할 길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그들이 점점 괜찮아질 것이라 믿는 마음이 들었던 건 엄마인 그녀가 소개한 이 곡 성시경의 `두 사람` 때문이었다. 그녀가 상담 중에 아들과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낸 후 둘이서 이어폰을 나눠 끼고 들었노라며 내게 이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있느냐 물었다. 소개받기 전엔 몰랐던 곡이기에 상담이 끝나고 바로 들어보니 멜로디도 가사도 너무 좋아서 그날 저녁 반복 듣기로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른다.
“상처 입은 마음은 너의 꿈마저 그늘을 드리워도
기억해 줘 아프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
여전히 서툴고 또 부족하지만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게
캄캄한 밤 길을 잃고 헤매도 우리 두 사람 서로의 등불이 되어주리 “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는 참으로 묵직하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엄마가 된다고 여기는 분위기에서 개인이 혼자 육아를 책임지는 것이 아닌 보호자와 사회적 지지기반이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도 육아의 많은 시간을 엄마들이 맡고 있는 실정은 점점 줄어드는 출산율이 말해 주는 듯하다.
또한 부모로부터 건강한 사랑을 받고 자란 이는 몸에 베인 돌봄과 사랑을 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파괴적인 돌봄과 사랑만이 익숙했던 성장 배경, 그리고 혼란한 형태의 폭력 생존자로서의 울분, 가정을 파괴한 배우자에 대한 분노로, 자녀들을 사랑하지만 무너져 버린 스스로의 돌봄 그릇을 메우기에도 힘겨워했었다.
그런 그녀에게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고 어느 누가 비난할 자격이 있었을까? 내가 아는 그녀는 흔들리는 촛불 같았던 순간에도 아이의 등교를 챙겼고 청결하게 의식주를 제공하려 애썼다.
`여전히 서툴고 또 부족하지만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게. 캄캄한 밤 길을 잃고 헤매도 우리 두 사람 서로의 등불이 되어주리`라는 가사를 아이에게 들려주며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살며시 물었다. 십여 년의 전의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지만 그녀는 `네게 무슨 상황이 와도 엄마는 너를 포기하지 않아`라고 말했던 것 같다.
고통의 시간에도,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마저 사라져 가던 순간에도 그녀는 엄마라는 이름을 항상 포기하지 않았고, 그러기에 가장 나락으로 떨어졌다 느끼던 시절 현재는 행정복지센터로 불리는 동사무소에 발걸음을 옮겨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도 아이들을 도와 달라 사정했었다.
지금의 그녀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와 그녀의 아들, 딸들이 겪지 않았어야 할 무참한 삶의 흔적에도 당당한 생존자로서 함께 단단한 내편들이 되어 동행해 갈 것이라 믿어 본다. 그리고 그녀와 자녀들의 현재와 미래가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그들을 응원해 본다.
*몰입애착: 몰입애착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에게 과도한 친밀감, 인정, 반응을 욕구하며 지나치게 의존적인 태도를 갖는다`. 출처: 왜 내 사랑은 이렇게 힘들까, 다이앤 풀 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