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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놈Vietnom Jun 16. 2024

연세 글로벌인재대학 나온 호치민 인재

굳이 한국어를?

업무 상 27세쯤 되는 호치민 여자분과 간단한 인사를 나눌 일이 있었다. 

한국에서 3년 반 정도 살다 왔다고 한다. 2019년~2022년.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에서 공부했다 한다. 조리 있게 말도 잘하고 총명한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꽤나 오래 살았네요, 하면서 그냥 한국 생활 어땠냐는 평이한 질문을 했다. 좋았다고 한다. 다양한 나라 출신의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여기저기 구경 다닌 것도 기억에 남고. 

연세 글로벌인재대학 홈페이지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니 한국 생활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많다고 한다. 뭐가 그리 후회되냐 하니 한국어를 열심히 배웠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점이라 한다. 영어만 쓰고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친구들하고만 지냈던 것들이 돌이켜보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고 한다. 


'굳이 한국어를?' 싶었다.

영어를 잘하면 충분하지 않나. 애초에 외국어를 배운다는 게 년간 단위의 큰 기회비용이 있는 거다. 영어를 대단히 잘하는 건 아니고 적당히 의사소통 가능하다 싶은 정도인데 굳이 한국어까지 할 필요가 있나. 괜히 영어, 한국어처럼 이질적인 언어를 동시에 습득하면 이도저도 아니고 애매해질 것 같은데(이거 솔직히 내 얘기다. 그래서 내가 베트남어를 안 배운다. 스타트업 대표랍시고 나라 2개 걸쳐서 칼기상! 칼슬랙! 하는 와중에 퇴화한 영어까지 일으켜 세우고 있는데 언제 베트남어까지 하나 해서 시원하게 포기했다)

.

한국어 보다야 영어를 원활히 하는 것이 훨씬 나을 텐데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여기서 잠깐, 베트남인이 한국어 잘하면 영어 잘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좋지 않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흔히들 한국인이 보기에 베트남에서는 한국어 하면 직업적으로 아주 유리해 보일 것이다. 당장 다낭에 휴가 가면 식당에서 '계란찜 데워주세요'도 알아듣는 직원이 많고, 삼성이랑 현대가 GDP 하드 캐리한단 얘기도 있고, 주변에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지인이 있으면 한국어 잘하는 통역 직원 꼭 있는데 그 사람이 사장 '오른팔'일 수밖에 없어서 여러 특혜와 특권, 보상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맞는 부분이 많긴 한데, 맹점도 있다. 한국어 하는 외국인이야 당연히 한국인 입장에서 자주 보이고 인상 깊겠지만, 당연히 베트남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영어를 쓰고 있다(다만 LA처럼 호찌민에서는 영어, 베트남어 둘 다 못해도 살 수 있는 어떤 영역은 있는 것 같다). 기회의 문의 사이즈가 다르다. 직업인으로서 커리어 설계에 있어서 한국어보다 영어가 낫다. 물론 삼성 전자를 입사를 하면 한국어 잘하는 보람이 있을진 모르겠으나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직업 시장에서 기승 전삼성으로 가서는 전체 집단에 대해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 상징성은 있을 수 있겠으되.


업무 영역에서는 영어랑 한국어로 전달했을 때의 정확도 차이도 많이 난다. 글로벌 기준으로 기본으로 쓰는 용어가 영언데, 번역 2번 하는 게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어를 쓰기 시작하면 통, 번역 등 한국어에 개입하는 베트남 사람의 퀄리티에 따라 일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개인적으로도 영어로 대화하는 게 더 낫다. 

솔직히 말하자면, 애매한 한국어로 말하면 어차피 잘 못 알아듣는다. 적어도 업무 대화는 그냥 영어로 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영어가 원래 대충 말해도 알아듣고 의미 전달하기 쉽다는 게 아주 장점인 언어 아닌가. 그리고 '브로큰 잉글리시'가 아니라 '브로큰 코리안'이 더 이해할 때 인지력 소모가 큰 거 같다. 그리고 한국인인 내가 한국어를 못 알아들으면 상대방이 더 빠르게 위축된다. 그리고 내용이 아니라 표현에 집착하는 상황이 많이 벌어지게 되는 것 같다(나는 관심 없는데, 발화자가 신경을 많이 쓴다. 나는 그냥 사장이지 한국어 교사가 아닌데 말이다)차라리 서로 영어로 얘기하면 군더더기 감정이 추가되지 않고 단순한 내용에만 집중하게 되고.


다시 돌아가서, 

굳이? 왜 한국어를 이제 와서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한국어를 잘했으면 한국에 남아 있을 확률이 높았을 거다."


그러네.

지금 당장 호치민 사무실에 앉아서 대화하는 마당에 나의 준거점은 당연히 호치민에 사는 베트남인이라는 프레임이었다. 그런데 말하는 사람은 정작 한국에 산다는 걸 전제로 한 얘기였다. 동상이몽. 

그러면 맞지. 한국어 당연히 잘해야지. 그래야만 한국 취업이 가능하겠지. 


역시나 늘 대화할 때는 상대방이 어떤 자리에서 얘기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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