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강 건너 뻘 개발 중인 호치민
호치민은 여러모로 상하이랑 비슷하다.
북쪽의 정치 수도 하노이가 베이징에 대응한다면 남쪽의 경제 중심지인 호치민은 상하이 포지션이다. 경제 규모의 경우 하노이보다 호치민이 더 크다. 공산당이나 최상류 층은 수도 하노이에 거주하지만 중산층, 소규모 사업자는 호치민이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아파트 월세나 기본 물가만 봐도 호치민이 하노이보다 눈에 띄게 비싸다.
도시의 기본 입지도 비슷하다.
베이징, 하노이는 내륙 도시로 바다에 인접해있지 않다.
상하이, 호치민은 항구 도시로 행정 구역 자체가 바다에 접해 있다.
(이 기준으로는 서울, 부산도 유사하다)
애초에 수도라는 게 군사 방어 측면에서 대놓고 바닷가에 만들기는 쉽지 않아 내륙으로 들어앉게 되고, 항구 도시는 상업과 유통이 발달하는 수순을 밟았지 않나 싶다. 수도보다 항구 지역이나 유통의 중심이 오히려 중산층의 발달이 활발한 것도 이치에 맞다. 그런 감각으로 보자면 한국은 정말로 '서울 공화국'이 맞다 싶다. 인구가 5천만 명이라서 경제, 정치의 역할 구분이 지역적으로 일어날 필요가 별로 없는 규모가 아닐까. 서울-부산의 지리적 거리가 별로 멀지 않기도 하고.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도시의 구성 측면에서는 역시나 강의 흐름이 중요할 거다.
한강은 동서로 흘러서 서울을 남북으로 가르지만, 상하이 황푸강은 남북으로 흘러 도시를 동서로 나눈다. 강을 경계로 푸시, 푸동 지역으로 나뉜다. 강북, 강남이라는 명칭이랑 같은 구조다. 호치민 사이공 강도 상하이와 마찬가지로 남북으로 흘러 도시를 동서로 나눈다. 서울의 강북이 구시가지고, 강남이 새로 개발된 지역인 것처럼, 상하이는 푸시가 구시가지고 푸둥이 새로 개발된 지역이다. 호치민도 강서지역이 구시가지고 강동지역이 새로 개발되는 지역이다.
세 도시가 이렇게 도시 개발의 방향성이 생긴 것은 강의 범람에 따른 것이다. 서울의 강남이 원래 한강이 범람하는 지역이었던 것처럼 호치민도 강동이 범람지다. 그래서 과거에는 범람하지 않는 지역 중심으로 주거지가 형성된 거다. 집중호우 때 강북 물난리는 별로 없는데, 강남 물난리가 종종 생기는 근본 원인이 원래 강남이 범람지역이라 그렇다. 호치민도 마찬가지로 대체로 강동 지역이 침수가 잦다. 하수 용량을 초과해서 물이 안 빠진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Thu Thiem' 지역은 구시가지에서 강을 건너면 바로 도달하는 지역이다. 애초에 대놓고 베트남의 '푸둥'이라는 구호 아래 상하이를 벤치마크해서 개발 프로젝트를 착수한 곳이다. 푸둥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인인 내 입장에서는 잠실 지구 같다. 적당히 공원 있고 부지를 구획해서 아파트 몰아서 올리고 근린 상권, 몰 넣고. 원래 섬이었던 만큼 지금도 약간 미묘하게 고립된 덩어리 땅이고. 무엇보다 애초에 정권에서 계획을 해서 만들어낸 땅이라는 거다. 과거 한국의 '잠실뉴타운계획' 유사한 그림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잠실 만들어낼 때처럼 착착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거. 개발 주체가 뒤죽박죽이고 도로 내는데 '알박기'한 사람들 많고 해서 현실은 계획과는 많이 다르게 돌아간다. 뭐 한 10년 지나면 해소되려나. 도시개발이 금방 되는 건 아니지.
호치민의 도시 발전 단계는 잠실, 강남 나아가 분당 개발을 한창 하던 한국에 해당하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뭐 그렇게 예전은 아닌 듯하다. 80년대 말~90년대 초정도의 서울보다는 확실히 발전되어 있다고 본다(1인당 GDP도 그렇긴 한데 일단 다 떠나서 와이파이 터지니까). 대중교통, 도로 인프라는 아주 뒤처져 있긴 하다. 오토바이 몰빵이라 좀 특이하다 여기는.
물론, 도쿄-서울 유사성에 비하면 서울-호치민은 전혀 안 비슷한 발전 단계를 거치고 있는 거라 보는 게 객관적이고 그냥 한국 사람 프레임에 억지로 끼워 맞춰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