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사진첩을 보다가> 권영준
한때 사랑이었던 그대를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진첩만큼
낡아있는 그때의 기억들이
아직도 흑백필름에 담겨 소리 죽여 돌아가는 것은
지금도 널 사랑하기 때문일까
왜 그랬을까
그 후의 그리움을 어쩌려고 그렇게 조급했을까
어쩌면 그대도 날 사랑했으리란 믿음이
아직도 내 마음 한 구석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 있어,
우리 돌아서던 날 쏟아 붓던 비는
지금도 너를 데리고 내게로 내리고
작은 손 언제라도 들어와 쉬던
내 주머니 안은 아직도 빈방으로 남아 있어
너는, 타인의 방안에서도 따뜻함을 느끼는가
낯선 거리를 걸을 때에도
문득문득 너의 실루엣이 필름에 담기는 건
아직도 널 미워하기 때문일까
어쩌면
낡은 사진첩이 더 낡을 때쯤
너와의 사랑도 그만큼 더 낡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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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와 시의 차이를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시라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을 움직이도록 만듭니다. 설령 넋두리라 해도 독자가 감동받는다면, 그건 시가 되겠죠.
마치 넋두리를 하듯 담담하게 서술된 시입니다. 하지만 감정선은 매우 절박합니다.
멈춰있는 낡은 사진이 마치 필름처럼 돌아갑니다. 아직까지도 마음 한 구석에는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하필 헤어지던 날 비가 쏟아져 내렸네요. 내 주머니 안은 아직도 빈방으로 남아 있지요. 사랑했던 너를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사실 미워하는 감정과 사랑의 감정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정말로 싫다면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게 되죠. '너무 싫어' 혹은 '너무 미워'는 '너무 사랑해'와 유사한 감정입니다. 나중에 가면 이유도 필요없죠. 맹목적이게 되죠. 아직도 널 미워하기 때문에 화자는 아직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미움이 무뎌지고 덤덤해지다 종국엔 기억마저도 희미해지면, 그때 가서야 정말 덜 사랑한다고 말할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는 낡은 사진첩이 더 낡기를 기다립니다. 아직 생생한 사랑이 낡아지고, 닳아서 없어지길 기다립니다.
암튼 이렇기 때문에 전여친 사진은 제깍제깍 지우고 불태워버리는게 현명합니다. 그럼 어쩌다 낡은사진첩 볼 이유도 없죠ㅋㅋㅋㅋㅋㅋ이승기 노래중에 <삭제> 알죠? 다 지워버려야 해요. 저도 그래요.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