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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진표 Jun 05. 2018

학종, 수능 논쟁이 반복되는 진짜 이유

인간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문의 큰 줄기는 항상 "인간의 불완전성"이다. 인간공학 대학원 필수 과목 중의 하나가 "Human Performance"인데, 여기에 보면 인류는 다양한 평가 방법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왔고, 그 주된 이유는 인간 평가의 불완전성에 기인한다.


한동안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학생부 종합전형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반론의 주 논리 중 하나는 '학생부 종합전형 평가의 공정성'이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가 5단계에 걸친 공정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학생부 종합전형을 찬성해야 하는 주된 이유가 절대 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때 말하는 공정한 평가라는 것은 인간 평가의 불완전성과 부정함을 막기 위함이지, 수능처럼 점수로 자르는 기계적 정확도를 절대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단계별 평가라는 것은 개인의 불완전성의 표준편차를 줄일 뿐, 오차는 필연적인 데 그것이 수능보다 낫다 라는 식은 절대 먹히지 않는 논리이고 오히려 반격의 여지만 줄 뿐이다.


시험제도의 우수성은 오차가 어디에 생기느냐가 중요 포인트이다. 수능으로 한 줄로 줄 세우고 끊어버리는 방식은 평가에는 절대 오차가 없다. 그러나 중요한 오차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평가대상에 대한 즉, "인재"에 대한 오차이다. 당일날 한두 문제 누구나 찍는데, 그게 하나 더 맞았다고 해서 덜 맞은 아이보다 더 좋은 인재라고 말할 수 없다는 단순 형식 오차부터, 다른 요소를 보지 않고 머리의 우수성만으로 뽑히는 사람이 과연 이 시대의 인재인가에 대한 방향의 오차가 심한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어떻게 평가하든 수능으로 뽑는 것보다 평가 오차는 더 생길 수밖에 없다. 그것을 부정한다면 비과학적이다. 그럼 평가에 대한 오차가 수능보다 더 생김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가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평가가 추구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선발 대상, 즉 요즘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오차가 수능보다는 훨씬 더 적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인 셈이다. 비약하자면 수능은 이세돌을 발굴하는 것이고, 학생부 종합전형은 알파고팀을 꾸려 협업할 사람들을 찾는 것이다. 다 훌륭한 사람들이지만 지금 이 사회가 어떤 능력을 더 필요로 하는 가에 대한 '시대 인재상'의 문제다.


그럼 수능을 더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 논리는 뭘까? 사교육의 음모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취지에 맞게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들이 배운 교육과정이 과연 '시대 인재상'을 충족할 만큼 미래지향적인가 하는 문제다. 즉,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뽑힌 학생들이 수능으로 뽑힌 학생들보다 정말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여전히 과거의 교육 기득권에 의해 구성된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 즉 두 시험제도로 뽑힌 인재 간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차라리 수능으로 평가 오차라도 줄이는 게 더 좋지 않으냐 하는 주장인 셈이다. 이 점을 교육관계자,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의 장점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교육 내용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이 소모적 논쟁은 무한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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