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이런 곳이 남아있다고?"
아주 나이가 많은 구옥 빌라로 이사를 했다.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는 생경한 것들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인데, 그 중 하나가 텃밭이다.
빌라 건물 여섯 동을 빙 둘러싼 텃밭이 있고, 집집마다 한 구역씩을 할당해 가지고 있다.
집이 오래된 만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사셔서 어찌나 열심히들 농사를 지으시는지.
한창 농사철인 지금은 온 밭이 고추며, 가지며, 호박이며 각종 작물들로 무성하다.
우리집은 전 주인 내외가 워낙 오래 거주하셨어서 밭을 2개나 가지고 계셨다.
얼떨결에 꽤 넓은 밭이 넝쿨째 우리에게 굴러들어온거다.
젊은 사람들은 줘도 안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각자의 로망이 있었던 나와 남편은 이사 온 10월부터 봄이 오기만 기다렸다.
그리고 2월에 접어들며 찬 공기가 슬슬 물러갈 때쯤
밭에 남아있던 비닐, 유리조각 등을 정리하고,
이끼 껴있던 밭을 고르고,
새 씨를 뿌릴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