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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나 Binah May 03. 2023

가지 키우기 (1) : 가지는 가지가지 형태로 자란다


텃밭이 생긴 후 장점 중 하나는 안 먹던 채소를 다양하게 먹게 되고, 식습관이 전보다 건강해진다는 것. 


향이 싫어서, 식감이 싫어서, 그냥 먹기 싫게 생겨서(...) 등등 갖가지 이유로 채소 편식이 심하고 밀가루, 기름진 음식, 육류, 패스트푸드 같은 걸 너무너무 좋아하는 나인데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텃밭에서 싱싱하고 건강한 풀들이 계속해서 공급되니 재료 소진을 위해서라도 채소를 활용한 요리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유사한 레시피들이 계속 알고리즘에 들어오고, 이렇게 저렇게 먹다보면 의외로 입맛에 맞는 채소를 발견하기도 하고. 일상의 건강한 선순환이 이어지는게 큰 장점이다. 


가지도 텃밭에서 직접 키우면서 전보다 훨씬 좋아하게 된 채소 중 하나이다.


5월 중순 모종 심다
금방금방 쑥쑥 자라던 가지


늘 놀라는 부분이지만 난 물만 줬을 뿐인데... 줄기와 잎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3주 만에 첫 가지가 고개를 내밀었다. 마트에서는 항상 성체만 봤지, 줄기를 비집고 나오는 출산의 순간(?)은 처음 봐서 신기한 맘에 매일매일 들여다보곤 했다. 오로지 햇빛, 물, 흙만으로 작물이 자라고 열매가 맺히는 과정은 언제 봐도 경이롭고, "자연의 신비"라는 말을 체감하게 한다.


빼꼼
1주일 만에 다 커서 땅에 끌리길래 잎을 깔아주었다


그 사이 모종 2개의 전체 크기는 이렇게나 커졌고, 가지꽃들이 피고 지며 열매 열릴 자리를 알려주었다. 원래는 중간중간 가지치기를 해주면서 키워야 열매에 영양분이 잘 가고, 더 예쁘게 큰다고 한다. 가지 농사 첫 해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는 해맑게도 있는 그대로 키웠고, 지지대도 이웃 분께서 무심하게 대신 꽂아주고 가셨다. 


꽃이 지면 가지가 열린다


딱 한 달만에 첫 수확의 기쁨을 얻었다. 적당한 크기와 굵기에 반질반질 예쁜 가지. 



이 날은 가지, 오이, 토마토 등 첫 수확한 친구들이 많아서 마음이 좋았다. 가지런히 놓고 단체 사진을 찍었더니 색감이 너무 예뻐 혼자 힐링한 날.



그리고 날 때부터 심상치 않았던 두번째 가지. 가지야 아래로 열려야지 왜 위로 자라니? 똥그랗게 맺혀있는 모습이 귀엽긴 했다만 이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 사뭇 궁금해지는 모습이다.


띠용


며칠 뒤, 기어이 동그랗게 말려 이마를 쿵 박아버렸다. 더 크게 자라지는 못할 것 같아 빨리 수확했다. 따고 보니 더 기상천외해보이는 가지의 포오즈. 너무 조그매서 먹을건 없지만 나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갔다.



이후로 가을까지 정말 많은 가지가 미친듯이 열렸고, 넘쳐나는 가지가 감당이 안되어 여기저기 나눠주고, 우리집은 가지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리를 해먹었는데...그 이야기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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