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고 절박했던 2019년 하반기를 돌아보며
시간이 참 빠르다. 어느새 지난해 10월31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P2P금융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온투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법 공포가 된 후 시행령과 감독규정, 시행세칙 등 하위규정들이 마련되고, 2020년 8월 27일 드디어 법이 시행되었다.
2019년 하반기는 정말 치열한 시간이었다. 단지 바쁘기만 했던 것이 아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P2P금융법 제정 시기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정말 절박했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는 정상화되지 못한 채 연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임시회의, 본회의가 언제 열릴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려운 시기가 계속되고 있기도 했다.
2019년 상반기만 해도 그린라이트였다. 2월에 있었던 금융연구원 포럼에서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직접 ‘2019년 상반기 내로 반드시 P2P금융 입법을 마무리해 제도권으로 끌어 안겠다.’는 발언을 한 이후, 입법 과정에 속도가 붙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지 못했던 정치적 이슈들이 이어지면서 국회 정상화는 점점 더 멀어지는 듯 보였다.
이 시기에 단연 P2P금융산업의 구원투수로 떠오른 분이 바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님이다. 박용만 회장님은 말 그대로 전광석화 같은 추진력으로 국회와 P2P금융업계 사이에 ‘공감대'라는 다리를 놓아주셨다. P2P금융 뿐만이 아니다. 2019년 5월 보맵, 렌딧, 어메이징브루어리, 위쿡 등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첫 만남을 가진 후, 대한상의에 ‘규제혁신실'이 설치되기까지는 아마도 약 한 달 정도가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30대의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가장 사업하기 어려움을 느끼는 일이 모두 공통되게 ‘규제 문제’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며, 당장 적극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주신 것이다.
P2P금융 입법과정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던 2019년 7월과 8월, 박용만 회장님은 렌딧, 8퍼센트 등 국회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신용 위주의 P2P금융회사와 보맵 등 주요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들을 이끌고 국회를 집중적으로 방문했다. 오랫동안 열리지 않던 국회 정무회의 일정이 잡혔다는 소식이 있자, 휴가지에서 새벽에 귀경해 급히 국회를 함께 방문했던 날도 있었다.
박용만 회장님은 본인이 직접 ‘P2P금융이 왜 법제화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공부하신 후에 대화에 나섰다. 궁금한 점은 파악이 명확히 될 때까지 질문하며 여러 시각에서 P2P 법제화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깊이있게 이해하고 모든 내용을 숙지하신 덕분에 때로는 창업자들 편에서, 때로는 사용자 입장으로, 또 때로는 정부와 국회의원들과 함께 생각하며 다양한 방면에서 논의를 펼쳐내고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지난 2년여 간 P2P금융의 여러 대표들과 차곡차곡 쌓아 온 우리 산업에 대한 공감대를 아주 빠르고 강하게 확산시켜 주셨다고 생각한다.
이 즈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전쟁터에 나가는 우리에게 가장 날카로운 창과 같은 존재였다. 대관을 담당하는 정미나 팀장을 필두로 정부 부처와 스타트업의 규제 문제 논의를 위한 자리를 자주 만드는 것은 물론, 여러 국회의원실과 관계를 구축하며 P2P금융 법제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국회가 오랜 시간 동안 열리지 않을 때, 업계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언론 쪽에 업계를 대변해 의견을 개진하는 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2019년 3월 26일 ‘P2P금융 법제화 지지를 위한 공동성명서', 2019년 8월 8일 ‘P2P금융 제정법’ 논의를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조속한 개회를 요청'하는 공동입장문, 2019년 10월 22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P2P금융 제정법의 조속한 심사 재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 등을 발표할 때 마다 스타트업 산업계를 대표해 함께 참여하고 국회에 적극 전달해 주신 점에 대해 커다란 감사를 전한다.
무엇보다 가장 감사하고 싶은 곳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다. 2018년 4월과 5월 무렵은 P2P금융 사기의 1차 대란 시기였다. 여러 부동산PF, 동산담보 P2P회사들이 사기 대출, 허위 공시, 자금유용 등의 문제를 일으키며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때다. 특히 본래 P2P금융산업이 탄생한 본질적인 이유를 담고 있는 개인신용이나 소상공인 대출이 아닌, 부동산PF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하며 산업 발전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때 렌딧, 8퍼센트 등 몇 안되는 신용 중심 P2P금융회사들이 기존에 존재하던 P2P금융협회를 탈퇴해, 업계 자정작용을 위한 자율규제안을 제정.발표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했었다. 우리는 신용대출과 P2P금융산업의 본질에 대한 여러 정보와 데이터, 그리고 업계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중심체가 필요했고, 이 때 인기협에 이러한 활동을 지원받을 수 있는 협의체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주 빠른 작업을 통해 신용 P2P금융회사 중심의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가 인기협 산하에 만들어졌고, 우리는 20년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대관의 경험을 보유한 인기협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18년 9월에 시작해 온투법 제정이 완료된 후 2020년 1월에 협의회를 해체할 때 까지, 이 복잡다단했던 P2P금융법제정 과정에서 일어났던 여러 관련 세미나와 입장 발표, 협의회 운영까지 마치 P2P금융산업의 한 사람인것 처럼 함께 뛰어주신 인기협의 김영란 국장님, 박은진 차장님, 권세화 팀장님께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낀다.
이 글을 쓰며 2018년과 2019년 그 치열하고 뜨거웠던 시간이 기록된 사진들을 찾아 보았다.
3월 임팩금융포럼 토론회에서 한국엔젤투자협회의 고영하 회장님이 사회자로 나서 주시자, 여러 국회의원들이 행사의 중요성에 대해 확연히 인지했다던 기억이 난다. 바쁘신 중에도 국회와 학계, 법조계, 정부, P2P산업계까지 모두 함께 한 자리의 토론을 이끌어 주시며 P2P금융산업의 위상을 높여주셨다.
2018년 9월 인기협에서 주관했던 토론회는 사안의 중요성, 주제의 복잡성, 부족했던 공감대 등 여러면에서 토론 모더레이터를 떠올리기가 너무나 어려웠던 행사다. 이 때 선듯 모더레이터로 나서 너무도 유연하게 이 어려운 토론을 이끌어 주신 옐로우독의 제현주 대표님, 국회 임팩트금융포럼 토론회에서 임팩트 투자자로서 참여해 깊은 인사이트를 개진해 주셨던 크레비스파트너스의 김재현 대표님 등 창업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시는 투자자 여러분들께도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다시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