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거야. 사랑을 기다리겠어."
그래 일단 반가우니까 한잔하자. 너랑 이렇게 둘이서 마시는 것도 오랜만이네. 아니 근데 생각해 봐. 여자인 너가 봤을 때 이 정도면 나 꽤 괜찮은 남자 아니냐? 우리가 안 지도 이제 9년째잖아. 아무리 대부분의 남자들이 거울을 볼 때 자기 얼굴 보고서 '그래,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착각을 한다고 해도 그렇지... 진짜 내가 객관적으로 나를 볼 때 그렇게 못난 것 같지는 않거든?
진짜 들어봐. 키 이야기를 할 때 내가 빠지길 하냐. 나 지하철 탈 때면 외로워. 내 눈높이에 아무도 없어서. 사람들 정수리뿐이라서. 그뿐인 줄 알아? 군대에서 열심히 만들었던 몸도 아직 남아있다고. 보여달라고? 야 이... 지지배가 응큼해가지고! 아 근데 나 사람들 많은 데서는 못 벗고 단둘이 있어야 하는데?
아니 알았어 알았으니까 소주병 내려놓고 얘기하자 우리. 그래, 그렇지? 옳지? 착하지. 아무튼 또! 후임들 웃기는 건 일도 아니었어. 내가 입만 열면 빵빵 터지기 바빴다니까?
어? 야 너 지금 웃었지? 웃었어? 이거 봐 너도 지금 웃잖아. 내가 이 정도라니까? 이렇게 입만 열면 사람들 웃겨가지고 나 도대체 일상생활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평소에도 많이 자제하고 다니는데 간만에 너 만나서 내가 좀 신났나 보다. 그런 의미에서 한잔해.
전역하고 만난 걔 계속 만나지 그랬냐고? 아 사실 나 고백도 못해보고 차였어. 어느 날부터 연락이 안 되더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도 메시지 옆에 '1'표시가 안 사라지더라니까? 걔가 아마 너보다 조금 덜 이쁜 정도였을걸? 아... 그래 기억하는구나. 그때 걔 만나서 사진도 같이 찍고 나 막 엄청 자랑하고 그랬잖아. 나도 우리가 이대로 가다가 그냥 사귈 줄 알았지. 근데 자꾸 자기랑 어디를 가자는 거야. 뭐 교회 같은 데라는데 교회는 아니래. 무슨 진리회? 아 모르겠다 기억 안 나. 아무튼 나 종교 없잖아. 그런 거 싫다고 하니까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는데, 그게 끝이었어.
뭐? 그거 사이비 종교 아니냐고? 아녀 걔가 얼마나 착한데. 갸가 아무리 그래도 그럴 애가 아니여. 알고 지낸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얘길 많이 했다고. 에휴... 그럼 뭘 하냐 이미 예전 일인데. 그런 의미에서 한잔해.
나도 이젠 모르겠다. 근데 너는 언제 또 헤어졌대? 잘 만나지 그랬어. 응? 그 말 그대로 돌려준다고? 아... 너 이런 기분이었구나 미안하다 야.
소개팅 해보지 그랬냐고? 야 안 그래도 내가 지금 전역한지 1년 반이 다 돼가는데 그동안 소개팅을 23번을 했어요. 내가 다 셌어. 그뿐인 줄 알아? 헌팅도 두 번이나 했다고. 그 왜 내가 예전에 2학년 때 번호 딴 누나랑 사귀었었잖아. 그때 감을 되새기면서 했는데 번호 다 받았거든. 근데 결과부터 말할게. 25전 25패야. 승률 0%라고 0%. 너 야구 좋아하잖아 나랑 야구장도 몇 번 같이 갔었잖아. 너네 팀 타자가 총 25번 타석에 들어섰는데 25번 다 삼진이나 범타로 물러났고 심지어 몇 번은 3구 삼진에 병살타도 있어. 어떤 기분이야? 그 타자는 기분이 어떨까? 내가 지금 그래. 어이...아니 안타가 없네. 그런 의미에서 한잔해.
그때 도서관에서 나한테 음료수 준 애 얘기도 너한테 했냐? 와 나 무슨 별 얘길 다 너한테 다 했네. 얘기한 걸 다 기억하는 너도 참 신기하다. 응 걔 우리 과 신입생. 어이없는 게 뭔지 알아? 그때 나랑 경복이랑 같이 도서관에 있었거든. 너 알지 경복이? 노래 잘하는 애. 공대 가요제 우승자. 지금 걔랑 경복이랑 사귄다. 아니 뭐 음료수를 나만 받은 것도 아니고 경복이도 같이 받긴 했지만... 걔 경복이를 보다가 날 보더니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니까? 그거 부끄러워서 그런 거 아니야? 어휴... 여자들이란 진짜 알 수가 없다. 보컬 트레이닝 학원을 다녀야 되나? 그런 의미에서 한잔해.
너 지금 전화 온다. 어? 남자 이름인데? 뭐야 이거 지금 무슨 상황이야? 최민철 선배가 누구야. 설마... 너희 두사라암~? 아 알았어 알았다고. 병 내려놔. 안 한다고 안 해.
저기요, 여기 빈 병 좀 치워주세요.
이 형 뭔데, 얘 뭔데 그럼. 너 좋다고 쫓아다니는 거야? 야 역시 너가 이쁘긴 이쁜가 보다. 걔 사진 있어? 오... 이 형 걔 닮았는데? 말해 보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이 말이야. 하는 걔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 아 그래 이정재! 아 알았어 뭔지 모르지만 잘못했어.
저기요, 여기 빈 병 좀 치워달라니까요?
지금 찾아보니까 이정재는 아니네. 아니 근데 이 정도면 잘생겼잖아. 뭐 성격이 파탄자 수준인 거야 아니면 뭐 너랑 안 맞는 게 있는 거야? 서글서글하게 잘 생겼구만. 역시 이쁜 애들은 눈이 높아서... 어휴.
저기요!! 여기 왜 빈병 안 치워줘요??
괜찮아? 좀 어지러워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이야기도 많이 하긴 했지만 좀 빨리 마시긴 했어. 그렇지? 요 앞 공원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술 좀 깨고 2차 가자. 아까 육회 먹고 싶다며. 얼마나 육회 먹고 싶었으면 얼굴도 육회처럼 빨개졌대. 30분에 딱 일어나자.
아니 그나저나 왜 그래?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어? 저런 페이스북에 지 사진 올리면 좋아요 100개 정도는 금방 찍을 것 같은 괜찮은 애들이 너 좋다고 대시해 오는데 다 거절할 정도면. 연애하고 싶다며. 저 정도 되면 솔직히 아무나는 아니잖아.
...어?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제대로 듣긴 들었는데... 아니 대체 왜?
처음부터 그랬다고?
야... 너 그게 무슨... 난 그동안 전혀 몰랐어.
진짜 진심이야?
나???
사랑은 손에 든 수은 같다.
손을 펴면 손바닥에 그대로 남아 있다.
손을 오므리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 도로시 파커 -
혹시 네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면, 반대편 손으로라도, 그래도 빠져나간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붙잡겠어. 사랑은 내 생각만큼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 알아. 그러니 네가 내게 오게 된다면 온 정성을 다해 맞이할게.
네가, 사랑이 내 곁에 올 날을.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 kind of beautiful
And every night has its day, so magical
And if there's love in this life, there's no obstacle
That can't be defeated
For every tyrant a tear for the vulnerable
In every lost soul the bones of a miracle
For every dreamer a dream we're unstoppable
With something to believe in
Monday left me broken
Tuesday I was through with hoping
Wednesday my empty arms were open
Thursday waiting for love, waiting for love
Thank the stars it's Friday
I'm burning like a fire gone wild on Saturday
Guess I won't be coming to church on Sunday
I'll be waiting for love, waiting for love
To come around...
We are one of a kind irreplaceable
How did I get so blind and so cynical
If there's love in this life we're unstoppable
No we can't be defeated
Monday left me broken
Tuesday I was through with hoping
Wednesday my empty arms were open
Thursday waiting for love, waiting for love
Thank the stars it's Friday
I'm burning like a fire gone wild on Saturday
Guess I won't be coming to church on Sunday
I'll be waiting for love, waiting for love
To come around...
아름다운 일이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건 말야.
모든 밤이 지나면 낮이 오지, 그건 너무나도 마법 같아.
그리고 이 삶에 사랑이 있다면, 장애물이란 없어
패배란 절대 불가능해
모든 폭군들에게는 가녀린 눈물을
길을 잃은 모든 영혼들에게는 기적의 부적을
모든 꿈꾸는 자들에게는 멈추지 않는 꿈을
믿을 수 있는 그 무엇을 함께
월요일에 난 무너졌어
화요일에 난 희망을 버렸고
수요일에 내 텅 빈 두 팔은 활짝 펴있었지
목요일에는 사랑을 기다리고 있지, 사랑을 기다려
별들에게 감사를, 오늘은 금요일이구나!!
토요일에 난 걷잡을 수 없는 불처럼 타오를 거고
아마 일요일엔 교회에 가지 않을 거야
난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사랑을 기다리겠어
그것이 내 곁에 올 날을...
우리는 특별하고, 대체 불가능한데
어쩌다 내가 이렇게나 비관적이고 한 치 앞도 못 보게 된 것일까
(하지만) 만약 이 삶에 사랑이 있다면, 그 무엇도 우리를 멈출 수 없어
그래, 우리는 절대 패배하지 않아
월요일은 나를 부서진 채로 내버려 뒀어.
화요일에 난 나의 희망을 끊어버렸고
수요일에 내 텅 빈 두 팔은 활짝 펴있었지
목요일에는 사랑을 기다리고 있지, 사랑을 기다려
별들에게 감사를, 오늘은 금요일이구나!!
토요일에 난 걷잡을 수 없는 불처럼 타오를 거고
아마 일요일엔 교회에 가지 않을 거야
난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사랑을 기다리겠어
그것이 내 곁에 올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