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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보면 Jun 24. 2018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

"그댈 향한 나의 마음도 바람처럼 스쳐 가."

그래. 딱 이맘때였다.

벌써 계절이 네 번 돌았고,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변했듯

너와 네 주변 역시 그랬을 것이다.


언제나 곁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느꼈고,

헤어진 후에도 나는 당연히 너를 생각하고 그리워했는데,

어느덧 네가 새삼 흐릿해져 버렸다.

예전에는 이렇게 흐릿해지는 게 너무 싫었는데,

그래서 방구석에 처박혀서 구질구질하
너와 주고받은 편지,

너와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
너와의 이야기가 쓰인 일기들을 보며

손 안의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널 붙잡으려고 애썼었는데...

뭐 지금은 그냥 그렇다.

어쩌다 내 방에, 내 폰에, 내 컴퓨터에 자리한

과거의 우리와 덜컥 마주쳐도

뭐 나는 그냥 그렇다.

딱히 '에에에잇!'하고 그 흔적들을 날릴 생각은 없지만

언제까지고 이걸 가지고 있을 생각도 없다.

언젠간 내 주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내 딴에는 단호하고 냉정해지기까지

4년 하고도 2개월 16일이 흘렀다.


그럼에도 완전히 괜찮아졌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겠지.

그러니까 지금은 뭐랄까, 과도기 같은 거다.

어떤 것을 '당연하게' 느끼는지에 대한 건
계속 변해가는 것 같다.

단순한 취향의 변화, 생각해보니 좀 아닌 것 같아서 등등

이유는 제각기 다르겠으나 그것은 한순간에 변하기도,

자기도 모르는 새에 천천히 변하기도 할 것이다.


너를 당연하게 느끼게 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던 것 같은데,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데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걸 알게 되는 날이 오긴 할까?

또다시 다른 누군가를 당연하게 여길 수 있을까?





[랄라스윗 -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


상냥한 바람 귓가를 스치면

아 드디어 봄이 왔구나

거치른 빗방울들 하늘을 씻어 내리면

여름의 향기도 내려와


매서운 공기 머리를 울리면

아 낙엽이 지고 있구나

눈앞을 흩트리는 하얀 꽃송이 어지럽게 휘날리며

고요한 세상을 울리고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이라 아무렇지 않은 듯 항상

당연하게만 느끼는지

꽃피는 계절의 가슴 벅찬 일들도 너무 흔해 보여

그대 차가운 마음속에 갇혀버린 것만 같은데


우 당연한 바람이 불어와 어떤 감동도 없이

우 그댈 향한 나의 마음도 바람처럼 스쳐 가

계절의 순환도 나의 사랑도 모두 그대에게

당연한 이야기



한 번쯤 당연한 모든 걸 전부 지워버리면 그대 곁에

내가 다시 소중해질까

눈 내린 겨울의 새하얀 온 세상도 너무 흔해 보여

그대 차가운 마음속에 얼어버린 것만 같은데


우 당연한 바람이 불어와 어떤 감동도 없이

우 그댈 향한 나의 마음도 바람처럼 스쳐 가

계절의 순환도 나의 사랑도 특별할 것 없는

지루한 줄거리 뻔한 당연한 이야기

랄라스윗 2집 '너의세계' (201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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