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멸종의 연애
08화
실행
신고
라이킷
18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유조
Dec 06. 2024
티키타카란 무엇인가
작은 세계에 갇힌 그대에게
많은
눈이 소복이 쌓였던 지난 달.
한 SNS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1호선 지하철의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지하철이 터널을 지나
하얀 세상 속으로 나오자,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속삭였다
.
"터널을 지나니 설국이었다."
그 말을 들은 할머니는 소녀처럼 꺄르르 웃었다.
아마
할아버지는
소설 <설국>의 유명한 첫 문장을 응용하여
세상이 하얗게 변한 모습을 빗대어
재치있게 말을 건낸 것일테다.
참고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은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이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 속에서
재치있다는 느낌을 주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유려한 단어를 잘 쓰지 않아서다.
사람들의 언어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어휘도 빈약한 경우가 많다.
마치 실생활 필수 문장 500개 안에서 떠돌듯
반복적으로 쓰는 문장과 주제안에서 맴돈다.
그리고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교양에 진지하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대학교에서는 흔히
전공 수업 외에 교양 수업을 필수로 듣게 한다.
프랑스 문화의 이해라던가,
영화 속 문화 키워드라던가 하는,
좀처럼 실생활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주제를
배우고 토론하고 고민한다.
나는 대학에서 이런 교양을 가르치는 이유가
우리 삶의 색깔을, 우리 대화의 깊이를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지하철 노부부가
일상의 대화가 아닌
소설 속 한부분으로
일상을 즐겁게 가꿨듯 말이다.
상대에게 진심을 다한다고
연애가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잘생겨서, 직업이 번듯해서
연애가 늘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상대와 대화가 재밌고
그로 인해
삶이 풍성하게 꾸려질 때야말로
서로는 뗄 수 없는 사이가 된다.
많은 이들은
이상형 조건의 하나로
'티키타카'를 꼽는데
이는 이 대화의 재미를 이르는 것일테다.
지하철의 노부부는
<
설국>을 읽었을만큼 교양이 있고
그를 변주해서 대화할만큼 재치있고
일상의 대화 밖으로 나설만큼
풍성한 삶을 살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는
그 노부부가 해로(偕老)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연애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너랑 얘기하면 너무 재밌고 TV 보는 것 같아."
세상에 이토록 아름답고 흥미로운 일이 많은데
유려한 글귀와 뜻깊은 영화가 넘쳐나는데
대부분의 연애 상대는
일상속에 침잠하여 살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다가도
고독하다는 느낌을 가지곤 했다.
내 세계는 이토록 팽창중인데
너의 세계는 이렇게나 작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매일 영화/커피/식당을 반복하는 커플들.
카페에 마주 앉아서
말없이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이들.
연애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니까'하는 사람들.
대화의 희열 없이
연애가 무슨 재미일까.
그래서 묻고 싶다.
당신은 연인과
대화의 희열
을 느끼고 있습니까?
keyword
연애
설국
노부부
Brunch Book
금요일
연재
연재
멸종의 연애
06
초겨울의 연애 편지를 읽으며
07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순간들
08
티키타카란 무엇인가
09
사랑 때문에 아픈 당신께
10
경쟁의 나라에서 온 남자
전체 목차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