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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조 Dec 20. 2024

경쟁의 나라에서 온 남자

평화의 나라에서 온 여자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오만하게 제압하라>라는, 여성을 위한 자기 계발서입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남성으로


유럽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 페터 모들러라는 분입니다.




책의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남자들은 직장에서도 서열이 정해지고 영역과 담당이 확정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정식으로 리더가 정해지지 않거나 자신의 정치적 의미가 무시되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불만이 생기고 방향을 잃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렇듯 남자들은 무리 속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서열을 알아야 편해지기 때문에, 매일 매 순간 라이벌 대결에 몰두한다. (중략)



대결은 학교 가는 길, 교실 앞 복도, 교실에서 장난처럼 계속된다. 그것이 그대로 회사 건물로 옮겨진다. 세월과 함께 어휘 선택이 약간 윤색되었을 뿐 핵심적인 대결 분위기는 그대로다.

  마케팅 부서의 신사들도 회의에 앞서 기분 좋게 농담하며 서로 놀리고 조롱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얼굴이 팍 삭았군. 대체 얼굴 좋아질 날은 언제야?”

  “그쪽 안 만나는 날이 그날이지.”

  인정의 미소. 어깨 토닥이기.


(중략)


이사진들 사이에서도 말과 상징만 다를 뿐 똑같은 대결을 목격할 수 있다. 아주 평범한 하루를 보낸 남자라면, 그는 소소한 라이벌 대결을 적어도 백 번은 치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런 대결 덕분에 마음이 편안하다.


 - < 오만하게 제압하라, 페터모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중에서



이 글에서 저자는 남성의 특성 중 하나가

경쟁이며

이를 통해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


여성은 태생적으로 경쟁을 불편해한다고 지적합니다.



"여자들에게 라이벌 대결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내 의뢰인 중에 실제로 이런 대결을 직접 치른 사람이 있었는데, 그녀는 남자 동료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며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도대체 이런 대결이 언제나 끝나겠냐고 물었다. 무슨 일이든 끝은 있기 마련 아니냐면서. 언젠가는 순수하게 내용 중심으로 토론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않겠냐며. 많은 여자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테고, 어서 빨리 그런 수준에 도달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다음의 그림처럼 라이벌 대결을 바라보는 남녀의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


- < 오만하게 제압하라, 페터모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중에서



여성들은 경쟁을 투쟁으로,

끝이 있는 전쟁쯤으로 생각한다는 설명이죠.



남성이 누군가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경쟁의 세계에서 왔다면


여성은 모두와 따뜻하고 공정하게 사는,

평화의 세계에서 왔다는 설명입니다.



일견, 맞는 거 같기도 합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고

계엄령이 발표되고

팔레스타인의 많은 아이들이 숨지고

농민들이 찢어진 가슴을 부여잡고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트랙터를 끌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름값이 폭등해서 아이들 반찬 가짓수가 줄어든

자영업자 가장들과

전세사기로 목숨을 끊는 청년들과

보험료를 내도 치료받지 못해 앓는 이들과

냉골에서 찬밥을 씹는 어르신들이 있는 세상에서


경쟁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저 사람들을 보아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5공 시절의 명예만 되새기고

자신의 집값과 달러값이 오른 것에 기뻐하고

코인을 적시에 사서 한탕 잡은 것을 자랑하고

아스팔트에서 언 몸을 바쳐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이들만이 있는 세상이라면.





여성으로서 가끔 되묻고 싶은 것입니다.

정말 그래도 경쟁입니까?








지난 14일

탄핵 투표 당일

여의도 시위에 참여한 연령별 조사입니다.



젊은 남성층은 참여율이 가장 적고

2030 여성과 4060 남성이 주를 이룹니다.


저는 이 표를 보며

평화를 꿈꾸는 여성들과

가족을 생각한 아버지들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쟁이 아닌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이

차가운 여의도에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토요일에

여의도에 있던

제가 본 것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삶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스스로를 둥글게 담금질하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들과 살며

서로를 찌르지 않고

고른 소리를 내며 전진할 수 있게요.




요즘

뾰족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을 찌르는 것을 재미로 여기는 분들도요.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오늘 얼마나 둥글어지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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