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가 있으면 묘한 안정감이 더했다. 긴장은 잦아들고 이상하게도, 보호받는 기분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기분. 어두운 밤이 그런 우리를 감싸안는 느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착해지는 것 같았다. 함께 걸으며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고 겨울에는 붕어빵을 사먹었다. 봄과 가을에는 꽃과 단풍과 밤바람에 들떠서 무엇을 사 먹을 생각도 못했다. 노마가 집에 들어가 문을 잠그는 소리까지 듣고, 담을 들여보내며 내일 보자 인사하고, 집에 돌아와 대충 씻고 누우면 일어나야 할 시간까지 네다섯 시간쯤 남아 있곤 했다. 몸은 고되고 앞날은 곤죽 같아도, 마음 한구석에 영영 변질되지 않을 따뜻한 밥 한덩이를 품은 느낌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이 구절이 사랑의 본질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서 더욱 더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또 많은 날 나는 사랑하면서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글을 쓰고 싶다’ 생각하고, 분명 살아 있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버린다. 그러니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지만, 사랑하고 쓴다는 것은 지금 내게 ‘가장 좋은 것’이다. 살다보면 그보다 좋은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더 좋은 것 따위, 되도록 오랫동안 모른 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