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커피 공장을 옮겼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어머니의 건강 때문이었다.
10여 년 전 아버지를 간병했을 때도 그랬다. 집안에 건강이 좋지 않은 누군가가 있으면 힘을 내기가 참 어렵다. 주어진 환경에 체념하지 않고 새로운 의지를 세우는 일이 정말 어려웠다.
옮기면서 계획했던 일이 꽤 있었다. 1년 동안 거의 다 한 거 같다. 못 해낸 일도 있다. 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 하니까 그 일들을 미룬 거겠지.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게으름과 안일安逸함은 여전히 부끄럽다.
유리한 점도 많이 생겼다. 대한민국 물류는 대부분 부산항에서 시작되고 갈무리된다. 대구는 영남의 중간쯤에 있고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과 그리 멀지 않다. 부산에 가까워지고 교통에 편리한 곳에 있게 되면서 물류비와 고정비를 꽤 아끼게 되었다.
대구는 교통의 이점과 1,2차 산업으로 자산을 축적한 곳이다. 산업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서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기 좋았다. 자연재해도 적고 동해東海를 1-2시간만 달려가면 볼 수 있는 점도 감사하다.
추후 일의 방향은 대구를 생산과 물류 기지로 만든 후, 수도권에 영업 거점을 구성하고, 전국과 해외를 대상으로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자가 그랬다. 어버이를 사랑하는 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愛親者 不敢惡於人, 어버이를 공경하는 자는 남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愛親者 不敢慢於人.
아버지와 마지막까지 대화하고, 어머니와 같이 지내겠다고 결심한 건 남을 미워하거나 업신여기지 않는 나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1년 동안, 아니 다 합쳐서 몇 년의 시간 동안 그런 사람이 되지는 못 했던 듯하다. 일도 일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사람에 가 닿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정말 운이 좋은 하루였다. 새벽에 문득 찾아간 문무대왕암에서 동해 일출도 멋있게 보고. 돌아오는 길에 무지개도 보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