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구아르들라쿠르의 《본질에 대하여》를 읽고
새로운 순간은 이미 마지막 순간이 되어 버리기에 그들은 괴로워하면서도 모든 순간에 매료되었다.
제목이 무거웠으나, 내용은 경쾌했다. 인문학 책인가 했는데, 소설이었다. 부드럽게 전개됐다. 아니, 어쩌면 이런 게 진짜 인문학 책일지도 모르겠다. 긴 스토리는 아니지만 곳곳에 반전이 있었다. 메시지도 있었다. 메시지는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담겨있었다.
묘사와 설명이 너무 많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쓸데없는 묘사는 없었다. 설명도 왜 이거까지 설명하지 싶다가도, 설명 자체가 재미있어서 계속 읽게 했다. 흡입력이 있어 끝까지 읽어내는 데 하루면 충분했다.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몰라서 끝까지 읽었다.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전개되면서 본질이 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아 이게 본질이 아닐까 하면, 작가는 기다렸다는 듯 스토리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그렇게 또 진짜 본질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기를 반복한다. 그렇다고 소크라테스가 질문을 하며 돌아다니는 방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된 건 아니다. 사랑 이야기다. 연애 소설,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영화를 보는 듯했다. 영화화해도 금방 하지 않을까 싶었다. 작가가 글로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했기 때문이리라.